후진타오, 한국 새마을운동 배우기 왜

20일 끝난 중국 최고지도부의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新農村建設) 운동' 토론회의 화두는 '농촌 살리기'였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일주일간의 토론회를 마치면서 1시간40분 동안 이 운동의 의미와 추진 방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생활부유(生活富裕)'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썼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주요 정책을 좌우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최근 와병설이 나돈 황쥐(黃菊) 위원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참가했다. 또 전국 31개 성과 시의 당서기.성장.시장과 인민해방군의 고위 장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산당 중앙학교가 1999년 이후 개최한 일곱 차례 국가지도부 토론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후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 운동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본뜬 것이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새마을운동이 기본 모델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얻은 새마을운동 자료와 다른 나라의 농촌 부흥 연구가 토론회 자료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새마을운동을 연구한 공산당 중앙학교 연구원 28명도 모두 자리해 참석자들의 질의에 응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독려하는 것이나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도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흡사하다.

중국 지도부가 농촌 개발 운동에 매달리는 것은 농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원 총리는 1984년 1.84대 1이었던 도농 간 소득격차가 지난해에는 3.22대 1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1.5대 1을 넘지 않는다. 또 농촌의 노동인구 약 5억 명 중 87%가 중졸 이하의 학력이어서 다른 직업을 찾기도 힘들다.

생활 수준도 형편없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 주민들은 TV가 좀 낡았다고 마구 내다버리지만 아직도 농촌의 2460만 가구는 TV를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80년대 66% (중국 전체 소매 판매액 중)에 달했던 농촌 지역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는 33%까지 낮아졌다. 도시에 비해 농촌이 그만큼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자연 농민들의 불만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전체 범죄의 절반이 농민이나 농촌 출신 노동자들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 주석은 "농촌 문제는 당의 현안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신농촌 건설 운동을 통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이 추진하는 조화사회(和諧社會)는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화사회란 후 주석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내거는 핵심 구호다. 확대일로의 사회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잡힌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다. 이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주력한 상하이 중심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 대한 반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 주석은 "거의 30년 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2, 3차 산업 비율이 88%에 달하고 매년 재정수입은 3조 위안(약 380조원)에 달한다"며 "이젠 도시가 농촌을 살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농업을 지원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신농촌 운동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시사다. 원 총리도 "신농촌 건설 운동으로 앞으로 5년 내 농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 최형규.유광종 특파원 2006-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