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뢰 받는 공정한 법집행을”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20일 열린 신임 판·검사 임명식에서 한목소리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엄정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203명의 신임·예비 판사 임명식에서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어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며 “이 시대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천 장관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명식에서 “형평을 잃고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법집행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며 “특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쉬운 사회적 강자의 횡포에 대해 강력한 검찰권을 행사하는 담대하고 기개 있는 검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날 임관한 98명의 검사에게 사형수 이야기를 담은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선물했다. 천 장관은 “소설의 주인공인 사형수의 시각에서까지 사물을 바라보는 폭넓은 사고의 기회를 가져보라는 뜻”이라며 “내 기준으로만 타인을 단정하지 말고 개방적인 자세로 국민과의 소통에 더욱 노력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 / 김태규 기자 2006-2-21) 

이 대법원장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

2006년 신임 법관 임명식 훈시

최근 새 고법부장들에게 '화이트칼라 범죄의 엄단'을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또 다시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20일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훈시를 통해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법원장은 "법관이 내리는 판단은 항상 공정하고 보편타당해야 한다"고 말한 후 "그러나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는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법원장은 "이 시대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하여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면서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그 소신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이라도 아끼지 않겠다"며 법관의 독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임명식은 이용훈 대법원장과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을 비롯, 전임시군법원 판사 3명과 신규법관 1백11명, 예비판사 92명 및 신임법관 가족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대법원의 탈권위주의 노력은 지난해 9월 대법원장 취임식과 올 초 시무식에 이어 이번 임명식에서도 계속됐다. 과거 대법원장이 법관 대표 1명에게만 임명장을 수여하던 방식을 바꿔 신임 법관들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나눠 법관이라는직책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일깨우고 애정을 표시햇다.

또 사상 처음으로 가족들을 초청하고 임명식에 이어 가진 소연회에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신임 법관 및 가족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아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훈시' 전문이다.



신임 법관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법관으로 임명된 것을 축하하며, 사법부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나라와 사법부의 발전에 더욱 커다란 활력을 불어 넣어줄 우리 사법부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법관으로서 재판을 통하여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선언하여야 합니다. 재판의 대상은 당사자 사이에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구체적인 분쟁이므로, 법관이 내리는 판단은 항상 공정하고 보편타당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여러분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어려운 삶에 지친 시민들입니다. 어디 한군데 마음 놓고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법관들은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마음의 자세만 갖는다면, 여러분 앞에 있는 분쟁의 절반은 이미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분쟁해결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넘어서서 법관에게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소명이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 성스러운 소명에 부응하기 위하여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여론에 맞서는 불굴의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압력이 법원 내부로부터 올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하여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는 대법원장은 물론 그 어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입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그 소신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이라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법관의 독립은 그 마지막에 있어서는 법관 개개인이 법관으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야 합니다. 법관 스스로의 독립을 통하여서만 사법부 전체의 독립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관들은 용기만을 앞세워 사사로운 감정이나 독선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올바르고 균형 잡힌 판단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법관의 최고 가치인 사법권 독립을 온전히 지켜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관이 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여러분이 법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하여 한 가지 더 가슴깊이 새겨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재판업무는 법관 혼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판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는, 우선 선배 법관들의 지도와 도움을 잘 받아야 합니다. 또한 실무관, 참여관을 비롯한 수많은 법원 가족의 도움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진정 훌륭한 법관이 되기 위하여, 여러분을 돕는 법원 가족들을 어떻게 대하여야 할 것인지는 분명해집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기에 앞서서 법원 가족 모두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법관이 되어야 합니다.

신임 법관 여러분!

법관으로서의 우리의 삶은 가치 있고 보람된 것이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재판 하나 하나에 자신의 혼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재판이란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심정으로 재판에 임한다면 법관의 일은 그 자체로서 무한한 기쁨을 가져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재판을 하는 본인까지도 감동하는 재판은 우리 사법부의 모습을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결국에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법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선두에 서서 사법부를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여러분이 긍지를 가지고 신념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신임 법관의 가족 여러분!

여러분은 영예로운 이 자리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그 동안 여러분의 아들과 딸들,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법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면서 물심양면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임명장 수여식에 가족 여러분을 초청하였습니다. 앞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임명되는 신임 법관들이 법관으로서의 길을 꿋꿋하게 갈 수 있도록 계속 성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이는 존경받는 법관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임 법관과 가족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6. 2. 20.
대법원장 이 용 훈




(법률신문 2006-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