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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장벽없이 경쟁해야 더 성장
39년간 美영화협회 회장 잭 밸런티
미국영화협회(MPAA)를 40년 가까이 이끌어 온 잭 밸런티(84) 전 회장은 린든 존슨에서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잭 니컬슨, 톰 행크스 등 할리우드의 일급배우를 친구라고 부르는 미국영화계의 실력자다. 그는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할리우드의 굳은 일을 소리없이 해결해 ‘미국영화계 최고의 로비스트’로 불리지만,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론을
주창해온 탓에 ‘한국영화계 공적 1호’로 꼽히기도 한다. 정부의 전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으로 국내가 소란스러운 요즘, 밸런티 전 회장을
만나 한·미 영화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지난 15일 잭 밸런티 미국영화협회(MPAA) 전 회장 인터뷰를 위해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단아한 체구의 그는
활짝 웃으며 “한국정부가 드디어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을 내려 아주 기쁘다”는 말부터 꺼냈다. 황금색 실크 와이셔츠에 짙은
감색 양복을 입은
팔순의 그에게선 노인 분위기를 느낄 수없었다. 목소리엔 힘이 넘쳐났고 몸놀림도 민첩했다. 한국의 최신 뉴스를 묻는 그의 표정은 호기심 많은
홍안의 소년 같았다. “ 20년은 젊어보이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파안대소하며 “젊었을 때 태권도를 배운 덕택에 남보다 젊게 사는 것
같다” 며 말문을 열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앞서 한국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요즘 한국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영화협회 회장 시절부터 줄곧 이 문제를 거론해온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간 스크린쿼터체제 속에서 한국영화인들은 많은 것을 얻어냈다. 한국영화인들은 이미 승리를 한 셈이다. 쿼터의 존재의미가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영화질이 낮으면 관객들이 외면하는 데 요즘 한국영화엔 1000만명 이상이 몰리지 않느냐.”
―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론을 주창해온
당신이 진정한 승리자 아닌가.
“내가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론을 편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내 믿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한국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나라인데 왜 그렇게 집요하게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문제 삼았는가.
“한국은 작지만 인구 규모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수준이다. 또한 중국 외에 세계 어떤 나라도 스크린쿼터를 갖고 있지 않다. 프랑스도
유럽연합 차원의 50% TV쿼터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미국영화협회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폐지인가 .
“그렇지 않다. 우리는 스크린쿼터 폐지가 아니라 축소를 요구해 왔다. 한국정부의 146일 쿼터규정은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지나친
특혜다. 이제 한·미 FTA에 앞서 내가 주장했던 게 관철되어 기쁘다. 더구나 한국영화는 질적으로 발전했고, 더이상 인위적인 쿼터가 필요하지
않은 단계가 됐다.”
―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한 것에 만족한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 영화인들은 문화적 다양성을 얘기하며 스크린쿼터의 존속을 얘기하고 있다.
“나도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한다. 그런데 정부의 인위적 보호막에 안주한다고 해서 영화의 문화적 다양성이 지켜진다고 보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가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열린 세상에서 경쟁하고 교류해야 한다. 한국영화도 장벽이 제거된 상황에서 세계영화와 함께
경쟁해야 더 클 수 있다.”
― 한국정부가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면 미국영화의 한국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
“그것은 예단하기 힘들다. 한국 관객들이 미국영화를 좋아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미국영화가 한국영화보다 별로 낫지 않을 경우 엔 오히려
줄어들수도 있다.”
― 당신은 ‘워싱턴 최고의 로비스트’로 불리는데 그런 평가에 만족하는가.
“나는 로비스트로 불릴 때 맘이 좀 불편하다. 나는 그간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에게 전하며 그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힘써왔을 뿐
그것이 꼭 미국이나 한국 어느 한편만의 이익을 옹호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소신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유무역주의자다. 서로가
장벽없이, 공평하게 경쟁해야한다는 게 내 신념이고, 이같은 생각에 입각해 진실을 말해왔다.
”
― 그럼 무엇으로 불리길 원하는가.
“나는 39년간 진실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공평하게 미국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일해왔고, 마찬가지로 세계영화를 미국에 소개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런 점에서 미국영화계의 앰베서더로 불릴 만하지 않을까.”
― 사람들은 당신을 ‘아주 뛰어난 설득자’라고 부르는데 상대를 설득하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가.
“상대를 설득하려면 본인이 먼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 나는 가능한한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그것을 친구들에게 이해 시키려
노력한다.”
― 백악관에서 일하다 영화계로 전직하게된 동기는.
“나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며 그의 연설문을 작성하고 스케줄을 관리했는데, 백악관에 오기 전엔 텍사스에서 광고업을
했다. 영화계에서의 일도 결국 과거 내가 했던 일과 비슷하다.”
― 역대 대통령들과 모두 절친한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과의 친교 관계를 소개한다면.
“존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과 모두 친하게 지내왔다.”
― 그중 제일
친한 인물을 꼽는다면.
“존슨과 (아버지 )부시다.”
― 역대 대통령중 리처드 닉슨만 빼놓은 이유가 있는가.
“나는 그를 혐오한다. 왜냐하면 닉슨은 미국대통령직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고, 미국헌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영화계의 친구들은
누구인가.
“커크 더글러스, 마이클 더글러스, 캐서린 제타 존스, 톰 행크스, 잭 니컬슨 등이다.”
― 그렇게 많은 영화계 스타들과 교류하면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들텐데.
“나는 영화배우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연기란 아주 어려운 기술이다.”
― 미국영화사상 최고의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클라크 게이블과 헨리 폰다, 제이 슈트어드.”
― 미국영화계의 요즘을 어떻게 보는가.
“세상의 변화가 빠른 만큼 영화에 대한 취향도 빠르게 변화한다 .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제작자나 배우, 작가들을 보면 경이로울 뿐이다.
미국영화계의 새로운 스타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미국영화계의 미래가 아주 밝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 영화를 얼마나 보는가.
“요즘에도 매주말 극장에 가서 3편정도 본다.”
― 그렇게 많이 보는가.
“영화계의 최신 흐름을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
― 미국영화사상 최고작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스파르타쿠스’, 험프리 보거트의 ‘카사블랑카’다. 또한 ‘대부 1,2’, ‘라이언 일병구하기’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 80평생 살아오면서 견지한 생활철학은.
“즐겁고 유쾌하게,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돈도 따라오지만 돈만을 생각하면 인생이 불행 해진다.”
― 건강유지를 위한 특별비결이라도 있는가.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40대 중반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블랙벨트까지 땄다. 요즘에도 매일 아침 한시간씩 운동한 뒤 일을
시작한다. 나는 운동예찬론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생각인가.
“영원히… 내게 은퇴란 없다. 20년은 일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 최근 회고록을 탈고했는데 올 가을 출간된다.”
한국·한국영화·한국제품에 대해서
1966년 방한, 朴대통령 만난게 첫 인연
잭 밸런티 미국영화협회(MPAA) 전 회장은 할리우드를 대표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는 바람에 한국엔 악명이 높지만, 정작 한국과 인연이 깊고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아주 높게 평가 하는 사람이다.
밸런티 전 회장은 “린든 존슨 행정부에서 일할 때 허버트 험프리 부통령과 함께 1966년 방한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만난 게 한국과의
첫 인연”이라면서 “한국은 지난 40년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온 나라”라고 찬사를 보냈다. 특히 그는 “우리집의
TV세트는 삼성전자 제품”이라면서 “한국의 TV나 휴대전화, 자동차는 미국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 요즘 한국영화를 어떻게 보는가.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를 지켜보니 질이 상당히 높아졌다. 내가 보기에 한국영화는 세계 수준급이다. 한국의 영화제작자들이 한국관객들의
취향과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2~3편의 한국액션영화를 봤는데 스토리 구성이나 배우의 연기가 지난 20년 전에 비해
괄목상대하게 변했다. 수백만의 관객들이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한국영화를 본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
― 한·미 FTA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자유무역협정은 미국보다 한국에 득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전자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삼성과 소니가 미국제품보다 좋고
값싸기 때문이다. 나도 집에 삼성전자 TV를 갖고 있지만 정말 제품이 뛰어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나 기아
차가 미국에서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느냐. 만약 미국이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대해 쿼터를 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그런 인위적 장벽을 반대하는 자유무역론자다. 그러니
한·미간 자유무역은 한국측에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 한국에서는 한·미 FTA로 인해 한국 문화 및 서비스 산업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유리할 것이다. 그간 오래 접촉해보니 한국의 정부관리들은 아주 영리 하고 슬기롭더라.
한·미 FTA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마 수차례 연구하고 검토했을 것이다. 손해가 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서겠느냐. 한국정부 관리들이
멀리 내다보고 어렵고 명예로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평생 영화계를 위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한국의 영화계를 위해 조언한다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엔 300 개의 영화학교가 있는데 한국에도 체계적인 영화학교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좋은 작가, 좋은 제작자, 좋은 카메라맨은 체계적 교육에서 나온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의 재정후원이 따른다면 더 바랄게 없다.” 약력 ▲1921년 텍사스 휴스턴 출생▲휴스턴대 영문과 졸업(1943)▲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1949)▲위클리&밸런티 광고에이전시 운영(1952~63)▲린든 존슨 대통령 특별보좌관(1963~66)▲미국영화협회(MPAA) 회장
(1966~2004)▲잭 밸런티 오피스 운영, 저술활동
(문화일보 / 이미숙 특파원 200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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