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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크린쿼터 어찌할 것인가
애써 구분한다면 영화 ‘왕의 남자’는 산업인가 문화인가? 지금까지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한국 영화는 세 편이다.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뿐이다. 관객수가 산업과 문화를 구별해 주는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들에는 우리의 애환과 고뇌가 실려
있다. 우리의 삶과 역사를 얘기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애착을 갖고 열광하는 것이다.
‘왕의 남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되지 못할 것이다. 그 붉은 카펫은 미국 대중문화의 정수를 향해 가는, 또는 세계인을 미국 문화로 유인하는 통로다. 미국 영화는 우수하고
강력하다.
그러나 아무리 아카데미상을 휩쓸었어도 1,000만 한국인 관객을 동원한 할리우드 영화는 없었다. 할리우드가 한국인을
깊은 공감 속에 웃기고 울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타 문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산업이기에 앞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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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문화다양성 협약
힘은 언제나 문화와 동반하기 때문에, 문화적 지형도에서는 국가적 힘의 우열이 드러난다. 저명한 미국 정치학자
조셉 나이는 국가의 힘을 ‘딱딱한 힘’과 ‘부드러운 힘’으로 구분한다.
딱딱한 힘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힘이다. 부드러운 힘은 문화와 이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른 나라들도 원하도록 만드는 힘’이라고 한다. 부드러운 힘은 딱딱한 힘의 바탕
위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 그는 부드러운 힘도 명령을 내리는 딱딱한 힘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갈파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두
가지 힘을 구사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딱딱한 힘과, 그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포함하는 부드러운 힘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약소국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회의에서 통과된 문화다양성 협약이다. 그런데
‘문화상품에 한해 자국의 보호조처를 인정하자’는 이 협약은 우리에게 오히려 독이 된 듯하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재촉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둘러 우리에게 FTA 협상과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해 왔고, 우리는 이런 요구와 ‘개방’ 명분 앞에서
스크린쿼터를 40%에서 20%로 대폭 양보했다.
정부의 축소발표 이후 영화인의 시위가 계속되고, 축소 찬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예전처럼 영화인의 시위가 삭발로까지 번지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다. 스크린쿼터 폐지가 아니라 축소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이성적 호소와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된 탓일 수도 있다.
일부 영화인 가운데도 주장되는 축소 찬성론은 근래 우리
영화의 성장이 활발한 경쟁 덕이지 스크린쿼터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독과점한 상태에서,
영국 독일 멕시코 등은 10% 안팎의 낮은 자국 영화 점유율을 보이며 산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다. 그 영화계에 활발한 경쟁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획일화에 맞설 힘이 소진된 탓이다.
우리가 지난 해 50%를 넘긴
것은 다행히 이 제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FTA 자체도 어느 분야에서 유ㆍ불리한지, 또 전체 대차대조표는 어떤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정부는 이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에 따라 찬반 차이가 심한 것은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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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축소는 지나치게 가혹
20% 축소는 영화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FTA협상을 위한 전제로서는 너무 가혹하다. 정부는 우리
문화를 아끼는 이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고 다시 적정한 타협선을 찾기 바란다.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우리 영화 점유율이 몇 %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상회복시킨다는 보장이 전제되었으면 한다. 문화다양성을 지지했던 140여 영화 약소국도 이번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박래부 / 수석논설위원>
(한국일보 2006-2-20)
“스크린쿼터 축소에 스탭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인터뷰] 한국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2월 4일 영화배우 안성기 씨를 시작으로 한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시위는 어느덧 2주를 넘겼다.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에
이어 20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이, 영화인 전반이 동참하고 있는 스크린쿼터 사수 1인 시위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스크린쿼터 사수!’가 써진 머리띠를 묶고 있었다. 머리띠... 지금까지 1인 시위를 한 배우나 감독과는 달랐다. 물론 최진욱
위원장의 1인 시위에는 팬들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노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1인 시위 현장을 방문했을 뿐이다.
‘사수 스크린쿼터! 저지 한미 FTA! 맘에 안들고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킬 전 지키고 막을 건 막아내야
합니다. 영화현장 노동자들은 끝까지 스크린쿼터를 사수할 것입니다.’ -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진욱
최진욱 위원장은 스크린쿼터 사수에 영화 스탭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도 영화 스탭들은 1년에 640만원(1개월 약
53만원)을 받는데 영화산업이 개방 되면 더욱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친 거짓말 정부’ 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부가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믿고 스크린쿼터를
개방한다고 해놓고 4천억 원을 지원하는 사실도 그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일 뿐이다.
미 대사관 앞에서 스크린쿼터 사수 1인 시위를 진행한 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으로부터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과 영화 스탭 처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미 FTA는 제2의 한일합방이라고 볼 수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는 개방이다. 각종 분야에서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법조계,
의료계뿐만 아니라 경찰까지도 개방될 수 있다. 결국 자본을 혁신해서 시장경제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겠나. 영화진흥법을 개정해 한국영화 상영을
의무화하더라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거짓말 정부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반대했다. 문화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PEC 개최
이전에도 스크린쿼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친 정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 영화산업노조 차원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산업이 개방되고 나면 고용불안은 당연히 찾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스탭들이 어려우니까 이때가 기회라면서 참여한 것은 아니다. 스탭처우 개선 문제는 2001년 대종상 시상식장 앞에서 ‘비둘기둥지’ 회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 했을 때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조를
만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영화산업은 위축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지금도 1년에 640만원을 받고 일하지 않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더 심각할 것이다. 스탭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스크린쿼터
문제가 스탭 (처우개선과 관련한) 문제 전체는 아니다.
- 다른 산업에서 영화계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2D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넘어가지 않았나. 정부에서 지원과 보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방송, 음악, 애니메이션 분야에 쿼터제가 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보호,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갖춰진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실익을 추구하다가 다른 국가와 차이도 없고 다 손해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이 원하니까 내주는
꼴이다.
4천억을 지원해주겠다고 하는데 경쟁력이 있으면 왜 지원을 하겠냐. 나중에 영화계에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니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다 국민의 세금이다. 스크린쿼터 축소해 놓고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 정책으로서 진실성이 없다.
-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계에는 한국영화 상영일수에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쿼터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 지금 스크린쿼터제도는 상업이건 비상업이건 한국영화가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 (주류 영화계에서) 독립영화와 같은 내부
문제에 방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정부는 형식적으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스탭은
상업영화와 비상업 영화의 스탭들이 다르지 않다. 같은 사람들이 일한다고 보면 된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뭘
지원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 올해 영화산업노조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4월 단체협상이 예정되어 있다. 물로 FTA도 막아내고 스크린쿼터도 지켜야 할 것이다. 스탭들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
스탭들 보면 72시간 잠 안자고 일하지 않았냐. 싸워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강서희 기자 200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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