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비상경영속 相生 속앓이…악재 중기에 떠넘기기 관행 제동 걸려

대기업들이 환율 하락, 유가 상승 등 2중 악재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위기 타개에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 납품 단가를 인하키로 했다가 여론에 혼쭐이 나는 등 과거처럼 밀어붙이기식 비상 경경을 할 수도 없어 속앓이하고 있다.

이달 초 비상 경영을 선언한 현대·기아차 그룹의 비상경영본부 격인 경영전략추진실 관계자들은 요즘 환율 지표 보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 관계자는 19일 “미국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지속되고 있는 엔저가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 원화 절상과 더불어 이중고가 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엔저는 수출업체, 특히 자동차 업체들에 이미 현실적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 2만6824대를 수출, 지난해 11월(3만5929대),12월(3만2514대)에 이어 감소 추세다. 반면, 일본의 닛산은 지난해 10월(2만2037대)부터 12월(2만6043대)까지 매달 10% 가량 대미 수출 실적이 늘고 있다.

올 7월에는 중국과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칠레를 포함한 남미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칠레 FTA는 전기전자, 기계·섬유류 등의 수출업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험로를 헤쳐나갈 묘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가 절감을 위해 최근 400여개 부품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납품 단가를 인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하지만 납품단가 인하 방침이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자 과거와 같은 ‘실력 행사’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납품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인상 요인이 있는 곳은 올려주고 지원 방안은 계속 추진하는 등 상생 경영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LG전자 등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무조건 줄이고 보자식’ 긴축 경영보다 체질 강화로 돌아섰다. 달라진 위기 대처 방안은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 비용 떠넘기기식 관행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상생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이구택 사장의 지시에 따라 성과공유제와 구매 물량 확대, 기술 이전 등 1조3000억원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협력업체와 함께 경영혁신과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생산성과 경영효율 제고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단순한 원가 절감에 의존하기보다는 협력업체에 대한 제조혁신과 기술혁신 지원을 통해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 계속된다면 대기업이 수익성 차원에서 하도급 업체에 부담을 밀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 손영옥 고세욱 기자 2006-2-19) 

美, 한국 車시장 개방압력 FTA협상과 연계?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 및 자동차업계의 한국 자동차시장의 개방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 통상분야 전문 온라인매체인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은 18일 미국이 한·미 FTA협상을 자동차시장 개방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시간 주지사(민주)는 지난 13일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무역장벽이 미국 자동차들의 대한국시장 진출을 차단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FTA협상을 미 자동차업체들의 한국시장 접근성을 더 용이하게 하는 호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 상원의 ‘자동차모임’(오토 코커스)’ 공동회장인 조지 보이노비치(공화), 칼 레빈(미시간) 의원도 포트먼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간에 지난 1995, 98년 2종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한국의 자동차시장 무역장벽을 줄이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모든 현존하는 관세, 비관세 자동차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 시장에서 한국자동차 판매는 96년 13만2천대에서 2005년 73만1천대로 늘어 승용차의 경우 미승용차 시장의 거의 6%를 점하고 있다”면서 “자국 자동차시장 보호로 악명높은 일본도 전체 자동차 시장의 5%를 외제 자동차가 차지하지만 한국은 2.7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차 업계의 공세가 표면화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작성한 ‘한·미 FTA와 자동차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관세가 8%로 미국 수입관세(2.5%)의 3.2배나 돼 FTA 체결로 관세가 없어지면 7.4%의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는 관세 철폐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그러나 “FTA 체결이 차 업계에는 별로 유리할 게 없지만 전체적인 무역균형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 유형렬 기자 2006-2-19) 

[칼럼] 국익과 거리 먼 '韓·美FTA'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면서 경제 전체에 이득이 되니 일부가 큰 손해를 보더라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절한 보상대책 없이 ‘국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발상도 문제이지만 비경제적 요소를 무시하고 국익을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영화산업의 경우 문화 다양성의 문제, 농업의 경우 국토 균형발전 및 환경 문제 등 비경제적인 문제들이 걸려 있다.

그러나 정부 주장의 더 큰 문제는 순수하게 경제적 관점에서만 봐도 한미 FTA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FTA 지지자들은 FTA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FTA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대세론’ 자체도 문제이지만 FTA가 ‘대세’가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금까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15개국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호주ㆍ캐나다ㆍ이스라엘ㆍ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중동ㆍ중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FTA를 맺지 않으면 마치 우리가 경제적으로 고립되기나 할 것같이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이에 더해 FTA 지지자들은 지금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FTA를 맺으면 잃어버린 수출시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첫째, 미국의 공산품 관세는 평균 2% 수준으로 매우 낮다. 자동차ㆍ휴대전화 등 가격경쟁보다 품질경쟁이 더 중요한 고급품의 경우 이 정도 관세 철폐를 통한 가격 인하로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 섬유 등 비교적 관세가 높고 가격경쟁이 중요한 품목의 경우 수출 증대 효과가 꽤 있겠지만, 이들은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우리 수출과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지 못한다.

둘째, FTA는 미국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병’에 대한 ‘진통제’에 불과하다. 우리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질이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병을 치료하려면 기술력 증대, 디자인 개선 등 병의 근원을 공격해야 한다. 설사 FTA가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킨다고 하더라도 제품의 상대적인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다시 수출시장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FTA가 진통제밖에 안된다는 것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몰락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95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면서 조립공장을 멕시코로 대거 이전했다. 임금이 싼 멕시코에서 조립해 가격을 낮추면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진통제 효과도 잠깐, 제품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크라이슬러는 98년 독일의 벤츠사에 합병당했고, 제너럴모터스는 파산설이 돌고 있으며, 포드도 경영이 어려워 대규모 감원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근시안이 또 드러나는 부분은 한미 FTA를 체결하기 위해 우리의 미래 전략산업이요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영화산업을 희생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국내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이 생겼지만, 미국 영화가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시장에서도 성공하려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통해 국내시장의 이윤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은 미국의 보잉사와 쌍벽을 이루는 항공기 업체가 된 유럽의 에어버스가 초창기에 미국 회사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극복하고 수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받아야 했던 것도 같은 원리이다.

영화산업은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특히 우리 수출품이 고급화되면서 제품의 이미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영화산업이 성공해 ‘한국은 멋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전세계적으로 우리 제조업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통한 세계시장으로의 수출 증대 효과가 미국시장에서 (관세 인하를 통해) 가격을 2~3% 깎아서 얻는 효과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익을 증진하려면 좀 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하준 /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

(서울경제 200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