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FTA와 조바심’ 度넘는 관료발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작이 선언된 뒤 재정경제부 관료들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FTA가 깨지면 큰일날 것처럼 말하는 고위 관료들의 조바심이다. 미국 대표단을 상대로 협상전략을 주도하게 될 재경부 관료들은 협상도 하기 전부터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며 결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분위기다. 혹자는 조선말 흥선대원군까지 거론하며 ‘쇄국 망국론’을 들먹이기도 한다.

권태신 재경부 2차관은 지난 16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TA 협상과 상관없이 스크린쿼터는 축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평소 소신을 밝힌 용기일는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FTA 협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대목에 이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이 협사의 상대방인 미국에 어떤 신호를 주게될지 한번쯤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FTA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 ‘스크린쿼터 절반 축소’라는 양보 카드를 택했다. 이를 ‘굴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고위 관료가 앞장서 스크린쿼터를 우리 스스로 폐지해야 할 시대역행적인 보호무역주의 폐단이라 지적했으니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보듯 뻔하다.

국익을 위해 협상하겠다는 사람들이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FTA에 ‘올인’을 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면 결국 상대방의 콧대와 요구 수준만 높여줄 뿐이다. FTA가 우리 경제의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협상에서 양보를 최소화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 ‘말’부터 아껴야 한다. 역설적으로 관료들의 일방적인 ‘FTA 옹호론’보다는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정부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 강진구 기자 2006-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