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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政ㆍ經 리스크 분리’ 기업활동 불지핀다
한국자본주의의 미래 - 중ㆍ동부유럽 체제전환국서 배운다
폴란드등 左-右정권교체 격랑 불구 투자위축은 없어
‘시장경제ㆍEU가입’목표…흔들림없는 개혁 드라이브
동유럽 국가들 중 가장 모범적인 체제전환 국가로 꼽히고 있는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의 시장경제 정착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여러 차례 반복됐던 좌-우 정부 교체 속에서도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EU 가입’이라는 국가적인 기본 노선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특성을 가리켜 ‘정치 리스크와 경제 리스크의 분리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초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제기한 이래 최근 한국 사회는 복지 논쟁에 휩싸여 있다. 분배에 치우친 조세정책이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성장론자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분배를 통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배론자들도 있다.
하지만 동유럽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한국 사회도 소득 1만달러에서 10년째 정체돼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동 목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연이은 집권이 허용되지 않는 동유럽 국가들 = 1980년 여름 폴란드의 그단스크(Gdansk)에서 결성된 자유노조(Solidarity)가
공산당의 일당 지배체제에 맞서 저항운동을 전개하면서부터 중동유럽에 민주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폴란드에서
1989년 9월 자유노조를 주축으로 한 민주정권을 탄생시켰으며, 그해 10월에는 헝가리에서 의회민주공화국 선언이 이뤄졌다.
공산당에 의한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중동유럽에 이를 계기로 민주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당시 인근
중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민주적이었던 헝가리의 집권 공산당은 개혁파가 득세하면서 스스로 국가권력을 당으로부터 의회와 정부로
분산시켰으며, 1988년에 이미 의회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다당제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1989년 10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민주화 열기가 고조됐고 그해 12월 공산정권이 퇴진하기에 이른다. 그 후 1990년 6월 실시된
자유총선에서 민주정부가 출범했다.
이처럼 중동유럽에서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급격하게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며, 이와 동시에 사회주의 계획경제로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전면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체제전환기의 여러 가지 부작용과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정책 추진으로 집권당은 지지율이 급락,
집권당이 2기 이상 정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민주화 직후 단독 혹은 연정으로 정권을 획득한 우파 성향의 정당들은 다음 총선에서는 좌파 성향의 정당들에 권력을 넘겨주었으며, 그
이후로는 좌-우 성향의 정당들이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총선과 10월 대선으로 폴란드는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고, 헝가리와 체코도 금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다. 헝가리는 현재
우파 정당들의 지지도가 워낙 높아 정권교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체코는 우파 정당들의 지지도가 다소 높은 가운데 현 집권세력인 좌파 정당들의 최근
약진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형국이다.
▶ 정치와 경제는 분리된다 = 이러한 잦은 정권교체에도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이른바 개혁선도국에서는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EU 가입
추진이라는 기본노선은 그대로 유지됐다. 오히려 좌파 정부에서 체제전환을 위한 민영화 정책과 EU 가입기준 충족을 위한 제반 경제개혁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된 사례도 많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정권교체와 함께 추진 중이던 시장개혁 정책이 중도에 포기되는 사례가 있었으나, 2004년 5월 EU 신규회원국이
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중부유럽 국가에서는 개혁이 정권교체로 후퇴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 이현숙 씨는 “중부 유럽에 의회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권의 변화가
기업인들에게 더 이상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으로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사유화청의 **** 국장은 “헝가리의 경우 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지 15년 정도 지났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민영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지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영화의 방법에 대해서 일부는 외국자본 유치를 주장했고, 일부는 종업원지주제(ESOP)를 주장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탈 동유럽, 진입 서유럽, EU 가입’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것이 헝가리 경제의 성공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보다 뛰어난 비즈니스 환경 = 실제로 외국의 경제전문 조사기관들은 동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위험과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환경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의 경제전문 조사기관으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이들 중부유럽
3개국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한국보다 더 정치적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EIU는 국가위험도 평가에 있어 전체 점수는 한국이 중부유럽 3개국보다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정치적 위험은 폴란드가
한국과 같은 C 등급이며, 체코와 헝가리는 한국보다 한 단계 안정적인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정치적 안정을 크게 고려하는 비즈니스 환경
측면에서도 한국은 체코와 헝가리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중부유럽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데에는 EU 가입 준비과정에서 민주화 정착, 사회 안정, 소수민족 보호 등이 EU
가입의 선결조건이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즉, 구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중부유럽 국가들의 최대 목표는 서유럽 경제권으로의
편입이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경제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던 것이다.
도움=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헤럴드경제 / 박지웅 기자 200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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