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제학술 축제…벼르던 쓴소리 쏟아내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 매일경제ㆍMBN 후원

경제학자들의 최대 학술 축제인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17일 뜨거운 관 심 속에 막을 내렸다.

매일경제신문 후원으로 16일부터 이틀간 성균관대학교에서 개최된 이번 학술대 회는 40개 경제학회에서 연인원 1000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발표 된 논문수만 280편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자영업자 탈세나 스크린쿼터, 양극화, 고령화, 잠재성장, 교육평준화 문제 등에 관한 시의성 있는 경제학 논문이 대회 전부터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얻었다.

◆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져=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순수 경제학 학술대회가 이처럼 높은 관심을 끌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정책토론회와는 달리 경제학자들이 순수 학문적인 입장에서 경제 현상을 분석해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해석 했다.

사실 이번 학술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틀 동안 발표된 논문만 280편에 달해 경제학자들이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22개 논문발표회가 열릴 정도 였다. 연인원이 1000명을 웃돌아 점심시간 때 식권이 동나기도 했다.

이번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재웅 교수는 "매년 초 개최되는 미국 전미경제 학회 연례 학술대회의 경우 논문 발표의 자리일 뿐만 아니라 잡마켓(새내기 경 제학 박사들의 취업시장)의 장소로도 유명하다"며 "이번에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임명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그 동안 부족했던 점을 잘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 다"고 말했다.

◆ 경제학자들 '세금' '양극화' '개방' 관심 높아=다양한 경제 사회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 분석한 논문들이 쏟아지면서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졌던 학술 대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에서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세금논란, 양극화 문제 등 경제학의 전 범위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제출돼 눈길을 끌었다.

세금문제가 단연 큰 관심을 모았다. 자영업자가 소득을 절반만 신고하고 세금의 60%가량을 탈세한다는 김현숙 조세연구원 박사의 논문 발표 때는 한국여성 경제학회의 소규모 분과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국정방송(KTV)이 방송을 내보내고 국세청 직원들이 참관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자 과세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론적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똑같은 세금을 매기는 데도 어떤 유형의 세금이 효과 적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이뤄졌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논문도 2개나 발표됐다. 한국영화 흥행에 기여한 효과가 통계분석 결과 미미했다는 이시영 중앙대 교수의 논문은 정부 관료들이 직접 원문을 찾아 읽겠다고 나설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았다.

◆ 경제학자들 쓴소리 쏟아져=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학술대회 주제 발표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ㆍ경제적 혼란정책은 정책방향을 자의적으로 설정되는 데서 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부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정운찬 총장은 "양극화를 줄이려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성장이 많이 돼야 한다"며 "(참여정부가) 좀더 프로 다운 사고를 해야 하는데 일관성은 없고 말 실수가 너무 많다"고 따금하게 충고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냈다.

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얘기가 신문기사에 실리면 담당 공무원들이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반박하는 자료를 곧바로 올리고 있다"며 "문제는 정작 해당 발언을 한 교수에게는 아무런 사실 확인이나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책임회피를 위해 반박자료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의 통화 통합처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통화 통합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고민창 한양대 경제 연구소 박사가 발표한 '동아시아 통화 통합의 가능성과 예상효과 분석' 논문에 서 "동아시아 국가들간 무역과 직접투자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등 기능적 통합이 상당 부분 진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민창 박사는 "EU의 통화 통합 과정을 볼 때 지역간 무역규모가 클수록 지역 경제 통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들의 지역 간 무역은 꾸준히 증가하거나 과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화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의 평균 인플레이션이 비슷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동아시아 국가간 인플레이션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유사한 정책목표를 공유하고 있어 통화 통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적립식펀드나 장기 증권저축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종국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박사는 '최근 기업의 금융기관 차입 둔화 원인과 정책과제'라는 논문에서 "기업 투자가 부진한 것은 미래 수익성 저하, 지나친 주주중심 경영, 전문경영인의 대리인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주식 매수기반 확보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 될 수 있어야 기업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며 주식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하다 지적했다.

현재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무역규모나 단기부채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많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에 편중된 보유 외환의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거시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주장은 17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열린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의 제2 전체회의인 '글로벌 불균형과 한국경제의 시사점'에서 제기됐다.

양두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과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1999억달러다. 하지만 단기부채만을 고려한 적정외환보유액은 1043억달러면 충분하고 여기에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해도 1071억달러면 적정하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단기부채와 자본유출위험, 컨트리리스크(지정학점 위험)까지 감안해도 2004년 적정외환보유액이 1537억달러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주제발표 연사로 나선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와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정재식 서강대 교수는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욱 교수 등은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보유외환이 달러화에 치중 되어 있다면 유연한 환율정책 수행이 어려워진다"며 "이 경우 제2플라자합의 같은 급격한 원화값 상승 등의 조치가 있을 때 거시정책 운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말 원화값은 900원대 초반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고 아시아국가들의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는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이 아시아 통화의 절상을 추진할 경우 원화값은 9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 / 송성훈ㆍ이승훈기자 2006-2-17)

"現정부 아마추어들만 있다" ‥ 정운찬 서울대 총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16일 "지금 정부에는 아마추어적인 사고와 행동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날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총장은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봉착해 있으며 고령화 등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재벌 금융 정부 등으로 구성되는 '3각 체제'가 경제발전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아마추어리즘은 비단 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학자들도 명징한 이론적 체계를 바탕으로 현실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며 경제학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증세문제에 대해 "증세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증세보다는 경제 활력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보다 심화된 건 사실이지만 이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사회 정치적으로 위화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제기한 감세문제에 대해서도 감세가 항구적인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급격한 개방 문제와 관련해선 외국에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에 대해 (정부당국자들과 경제주체들은) 대충은 알지만 구체적으로는 잘 알지 못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는 진단을 제시했다.

정 총장은 이 밖에 교육제도의 경직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대학에 보다 포괄적인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포괄적 자유에는 인사와 예산집행뿐 아니라 신입생 선발 방식에서의 자율성 확대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17일까지 계속되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경제학회 등 국내 40여개 경제 관련 학회 소속 1000여명의 경제학자가 참가해 모두 28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한국경제 / 김동윤 기자 2006-2-16)

[사설] 정운찬 총장이 지적한 지식집단의 문제

16~17일 양일간 열린 ‘제 6회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를 맞아 한국경제학회 새 회장에 취임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정부와 재계에 던진 쓴 소리와 학계에 촉구한 자성은 경청할 만하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관료 기업인 학자 등 지식집단이 시대적 요청을 정확히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실천적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 곳곳에서 갈등 누적에 따른 리더십의 위기가 발생하고 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다.

정 총장의 문제의식은 “우리 경제가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봉착해 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기에는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성장동력 실종, 양극화와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 중국 등 주변국의 급부상 등으로 정책 및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은 과거의 성장 메커니즘에 사로잡혀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그 동안 축적된 내공으로 반석 위에 올라섰다”고 자화자찬하는 정권 핵심세력이나 관료들의 귀엔 거슬리는 말이겠지만, 사실 이 정부는 급속한 권위 해체에 따라 분출된 갖가지 갈등을 관리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거친 주장만 날뛸 뿐, 합의 혹은 대안이 설 자리는 사라졌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설득과 관용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에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는데 한국 사회엔 ‘적 아니면 동지’란 관계만 지배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 총장이 “경제학계가 현실문제를 도외시한 채 지적 유희에만 몰두하거나, 해법 제시라는 미명으로 섣부른 정책처방을 내놓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꼬집으며 학계가 정책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 역시 되새길 만하다.

객관적이고 치밀한 연구와 생산적 논쟁을 통해 사회적 어젠다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학계가 본령을 뒤집은 ‘차가운 가슴’과 ‘뜨거운 머리’로 현실을 호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한국일보 2006-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