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경계론은 실체인가 기우인가

새해 동북아 국제정치의 화두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미국과 일본이 제기하는 중국경계론이라 할 것이다. 특히 중국통계청이 1월 24일 2005년 말 로 중국 GDP가 비록 1인당 1700달러이지만 총량에 있어서는 프랑스를 앞질러 세계랭킹 5위에 도달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서방측의 중국경계론은 한층 더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작년도에 이미 국방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 정치대국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군비확충의 지속성과 불투명성을 강력히 비판하였고 일본도 이에 동조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경계론을 향하여 이른바 화평굴기(和平屈起)론으로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한편 미일의 외교적 포위공세에 대처하는 작업을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 측의 해명은 첫째, 자국의 경제발전방식이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침략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자원과 노동을 약탈 갈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여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여기에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시켜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경계론은 모함’ 중국 항변

둘째, 중국 지도부는 덩샤오핑 장쩌민 시대를 거치면서 모택동 주석 시대의 정설(定說)이었던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전쟁불가피론을 완전 청산하고 주변정세가 평화적으로 유지될 때 비로소 중국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은 화평굴기 즉 평화적 발전정책을 적극 추구한다고 역설한다.

셋째, 중국은 현시점에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제규모는 아직도 미국의 7분의 1, 일본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고 1인당 소득도 1700달러로서 중국은 아직도 세계랭킹 100위에 머무르고 있어 미일의 중국경계론은 모든 면에서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항변한다.

오늘날 중국경계론을 놓고 미국학계에서도 양론이 맞선다. 키신저는 오늘의 중국은 지도부의 각성을 통해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주어진 여건을 활용, 국제정치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갖는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대국화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성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패권을 추구할 수 없도록 중국주변에 견제세력을 육성하는데 미국외교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중국을 견제할 주변세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네오콘들의 주류는 중국의 견제 없이는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면서 효과적인 견제필요성을 강조한다. 일본에서도 중국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 유사한 현상이 일고 있다. 일본판 네오콘들(사카모도 다카오 등)도 중국의 군비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경제발전에 비례해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외교정책에서 강력히 부각되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중국의 궁극적 목적은 아시아 대륙에서의 패권추구에 있다고 단정한다.

현시점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이 지역에서의 패권추구에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희박하다. 중국지도부의 잠재의식 속에 한 때 아시아 대륙에서 군림했던 지난날의 영광(Pax Sinica)에의 향수가 깔려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국이 강력히 추진하는 경제발전은 분명히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 때처럼 내부적으로 진통하면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수천만의 난민이 아시아 대륙을 떠도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동아시아 정세를 극도의 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중국 경제발전, 지역 안정 기여

오늘날 중국공산당이 13억 인구의 의식주를 안정시키고 교육과 의료수준을 향상시키면서 국민적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는 것은 세계정세 안정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자원부족, 인구과다, 계층 및 지역 간의 격차, 중앙과 지방의 정책대립 등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제약할 요인에 주목한다면 중국경계론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며 중국의 급성장에 불안을 느낀 서방의 외교심리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 측의 태도 가운데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경계론을 실체로 우려할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내치외교수단으로 중화민족주의(中華民族主義)를 틈틈이 활용하는가 하면 또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처럼 패권주의적 과거로의 복귀를 노리는 것 등은 우려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명실상부한 화평굴기의 길을 중국이 이탈할 경우 중국경계론은 언제나 힘을 얻어 중국을 괴롭히는 화근이 될 것이다.

<이영일 / 한중문화협회 총재>

(내일신문 2006-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