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문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한다
미국인 의사·변호사들이 국내서 진료·변호 특소세등 내국세
시스템도 전면개편 가능성 당분간 무역적자·실업자 양산 부작용 우려
“예외 없는 포괄적 협정,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금과옥조(gold standard) 돼야.’ 오는 5월 초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이 한국에 던지는 무언의 통상압력이다. 전세계 어느 FTA보다 한미 FTA가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 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수산물 수입 시장에서 미국산이 중국산을 제치고 한국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농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의 미국과 결전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서비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파란 눈의 미국인 의사ㆍ변호사 등이 한국인을 상대로 진료ㆍ변호를 하게 된다. 물론 미국의 대형 볍원ㆍ로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고용해 진출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 식에 머물렀던 국내 서비스 질’은 분명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체신ㆍ통신 등 공공 서비스 시장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심지어는 특소세 등 내국세 시스템도 전면 개편될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장기 조세개편도 한미 FTA 앞에서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
미국산 규범과
서비스가 몰려온다 = 이홍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 팀장은 “자본시장 투명성, 노동시장 유연성 등 규범과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가 가장 거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이 우리에 요구한 것은 스크린쿼터만이 아니다. 외국인 TV 라디오 방송 소유제한 철폐, 케이블 TV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등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덧붙여 미국식 시스템에 맞지 않는 정부의 금융 등 자본시장 규제 철폐, 통신업체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등 수많은 이슈가 한미 FTA 문턱에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의료ㆍ법률뿐 아니라 미국 측에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서비스 분야는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각종 규제 내용도 당연히 포함된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국문화 수용 적극성은 53위에 불과하다. 한미 FTA는 우리 국민의 외국문화 수용도 순위를 큰 폭으로 향상시킬 것이 뻔하다.
바꿔 말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미국식 규범과 시스템이 한국을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특소세 등 세제개편도
불가피 = 한국조세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의 주세ㆍ담배세ㆍ자동차세ㆍ특소세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은 이들 내국세제가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FTA에서는 서비스뿐 아니라 세제 등 비무역장벽에 대한 미국 측의
과감한 공세가 예상된다. 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조세체계도 미국식에 맞춰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조세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무역수지 적자 속, 실업자도 사회적 문제로 부상
= 관세철폐로
국내 섬유산업은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섬유시장. 하지만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섬유 부문에만 유독 높은
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섬유제품 관세율은 9.31%로 기계ㆍ전자제품 등 일반상품 평균인 1~3%인 3~5배에 달한다.
섬유산업이
부활하는 반면 대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기계공업 등 제조업체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는 등 산업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농업의 경우 앞으로는 미국산 제품과 한판 경쟁을 벌여야 한다. 관세철폐로 중국산보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쇠고기ㆍ과실류ㆍ낙농제품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미국 측 분석에 의하면 이 같은 점으로 인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속적으로 감소, FTA 발효 후 머지않은 시기에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대거 실업자가 양산되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한미 FTA는 이처럼 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도 예측하지
못하는 명과 암을 야기시키며 한국 사회ㆍ경제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 이종배, 손철 기자 2006-2-13)
美, 동북아 주도권 확보등 정치·외교적
효과기대
한미 FTA는 동북아 시장에서 추락한 미국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미국의 건재를 다시 한번 전세계에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한미 FTA 협상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과 중국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한미 FTA는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과 FTA 협상 체결에 적극 나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중국도 한미 FTA에 따라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미 FTA로 미국은
무엇보다 정치ㆍ외교적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이 같은 구조는 깨지고 있다. 한미 FTA는 바로 이 같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ㆍ경제적 교두보를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도 한미 FTA는 정치ㆍ외교적으로 적지않은 성과물(?)을 안겨다 줄 것으로 보인다. 소원해진 한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특히 미국에 한국은 우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정치ㆍ외교적 측면에서 한미 FTA를 통해 우리보다 미국이 얻는 유ㆍ무형의 효과가 더 크다. 동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아시아 지역주의에 FTA를 통해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미국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13)
"예외는 없다" 순도100%
시장개방
23개품목 협상, 北美자유무역협정 버금 WTO 룰 보다 미국식
룰 적용 요구할 듯

세계적인 통상질서를 구축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오는 5월 초 시작된다. 협상 분야도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보다 범위가 더 넓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ㆍ산업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이며 우리의 효과적인 통상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미국과의 FTA 협상은 ‘모험’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다”며 “한미 FTA는 한국의 통상정책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순도 100%의 시장개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고위관계자들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측과 협상할
FTA는 모든 FTA의 금과옥조(gold standard)”라며 “이번협정은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높은수준의 FTA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한국과의 FTA는 미국의 대아시아 개입(engagement)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 한미 FTA를
경제이상의 포괄적인 동맹 차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이날 한미 FAT 추진에서 “쌀은
반드시 (시장개방 품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협상 분과만 놓고 봐도 FTA 협상이 이미 마무리된 칠레ㆍ싱가포르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이들 나라와의 협상
분과는 9~10여개 수준에 머물렀지만 미국과는 23개(정부 계획)로 확 늘어난다. 이는 미국이 캐나다ㆍ멕시코 등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상품 분야의 경우 미국은 총 교역상품의 100%에 대해 시장개방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이미 우리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통보해왔다.
투자ㆍ서비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WTO라는 국제적인 룰보다 미국식 규칙을 요구할 것이 뻔한다.
상품은 물론 투자ㆍ서비스ㆍ지적재산권ㆍ노동ㆍ환경 등을 총망라한 분야에서 강력한 개방이 추진되는 방향으로 한미 FTA가 완료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 버금가는 시장개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온 FTA 협상전략을 대미협상을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우리나라의 FTA 협상이 최대
효과를 내려면 미국과만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한미 FTA와 한중 FTA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전면 개방을 피할
수 없다면 중층적인 FTA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생존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13)
[한·미 FTA 이것이 급소] <2>개방의 빛과
그림자
자동차·전자·섬유등 긍정적 농업분야선 타격 불가피 제약·화장품업계도 피해 클듯…서비스분야는 기회·위험
교차

세계화를 필두로 신자유주의적 통상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슈퍼파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우리나라 시장의 완전개방을 의미한다. 개방혁명에
비견되는 한미 FTA는 따라서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며 개개인의 운명조차도 가르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가 최대 공업발전국인데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우리의 2~3배여서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강하다. 자동차는 양국 관세가 똑같이 철폐되더라도 시장이 크고 수출비중이 큰 우리나라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전자 부문도 세계
최대시장에서 누릴 장점이 더 크다. 미국이 유독 높은 관세를 고집해온 섬유ㆍ신발ㆍ가죽제품 등은 개방효과를 톡톡히 기대할 수 있다.
철강ㆍ석유화학 등은 이미 무관세거나 관세율이 낮고 미국 측이 자국산업 보호에 강한 의지를 보여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기술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격차가 큰 제약ㆍ화장품업계는 적잖은 타격도 예상된다. 정재화 무역협회 FTA팀장은 "의약품시장은 국내 상위 부문을
다국적기업이 휩쓸 가능성이 높고 화장품시장 역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유럽ㆍ일본ㆍ미국업체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의 경지면적(1억7,550ha, 2003년 기준)을 자랑하는 미국. 1인당 경지면적도 약
30ha로 한국의 0.5ha에 비해 60배나 넓다. 단순 계산으로도 경쟁이 거의 불가능한데 국내산업을 보호해온 '고관세'란 방어막마저 걷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쌀을 개방에서 제외해도 45%의 고관세가 적용되는 쇠고기는 개방파고를 비껴가기 어렵고 이에 따라 돼지고기ㆍ닭고기도
간접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487%와 176%의 초고관세율이 각각 적용되는 식용대두와 탈지 및 전지분유 등을 생산하는 유지ㆍ낙농업계도
개방 피해가 막대하다. 농촌경제연구원 권오복 박사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감안, 정부가
소득보전수단을 만들어 정예농민 육성으로 업종마다 일정 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와 위험이 교차하는 서비스 분야에서는 보험ㆍ증권 등 금융시장의 새 상품개발이 확대되고 자산운용 등에서 외국인 참여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쟁력이 강한 법률ㆍ의료 부문은 미국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국내업계는 도전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호자격인증제가 FTA에서 타결되면 항공정비ㆍ건설감리 등 국내 고급 엔지니어의 미국 진출 길은 넓어진다.
기간산업으로 외국인투자 지분이 49%로 묶여 있는 통신산업 역시 자유화가 진척될 가능성이 높고 레저ㆍ컨벤션 산업도 유동인구 증가로 시장이
커질 수 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미간 경제인의 국경이동은 비자면제 수준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손철 기자 2006-2-14)
[한·미 FTA 이것이 급소] <3> 안갯속
개방파고
경제파급 효과 대통령도 모른다? 대외경제정책硏 8쪽짜리 보고서가 유일 당국자 "感뿐 구체적 수치는
몰라" 고백 "치밀한 예상자료 만들어 협상력 높여야"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실상을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미 FTA를 담당하는
실무 당국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미국과 FTA를 맺으면 뭐가 어느만큼이나 좋다고 해야 합니까.”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그게 아직 정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슈퍼파워 미국과의 FTA는 사실상 완전 개방을 의미하고 있어 경제ㆍ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지만, 그 파고를 측량하고
예측하는 명확한 자료와 근거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국민이 접할 수 있는 것으로는 “한미 FTA가 국민소득을 2% 증가시키고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8쪽짜리 보고서 하나만 있을 뿐이다.
한 부총리는 최근 기자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한미 FTA를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단에 어떤 내용의 보고서와 분석이 배경으로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외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한미 FTA를
하면 감(感)으로 좋다는 것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는 아직까지 정부 내에 없다”고 고백해 이를 뒷받침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순 신년 연설에서 “미국과 FTA를 맺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로 “개방문제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고만
했을 뿐 아직까지 속 시원한 배경을 말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정부부처, 경제5단체, 그리고 언론들이 동어반복식으로 밝히고 있는 한미 FTA의 경제효과를 제시한 것은 KIEP의 공식
보고서뿐이다. 그나마 연구원 보고서 역시 종합적인 내용 및 정확한 분석을 담지 못해 정부 당국자들마저 “한미 FTA의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푸념할 정도다. KIEP도 이를 인정, 현재 한미 FTA 영향을 전반적으로 다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보고서가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미국도 일방적인 주장으로 한미 FTA를 미화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FTA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도 생겨 한국의 고령화와 양극화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 하나 있는 한미 FTA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KIEP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연구로 보면 한미 FTA는 국내 산업뿐 아니라 개인간 양극화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 FTA는 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심각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는 치밀한 보고서 및 분석 자료를 만들고 이를 공개해 국민적 검증과정을 거쳐야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FTA에 따른 치밀한 예상자료를 만들어야 협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15)
[한·미FTA 이것이 급소] <4> 미국은 왜 한국 택했나
"위안貨 대응" 달러경제권 거점 지목 USTR 자국 산업계등 대상 공개 의견수렴 "미국식으로
시스템 바꿔라" 압박강도 높여 노동·환경등 비경제분야도 협상테이블 올릴듯
자유무역협정(FTA) 왕국으로 불리는 칠레 못지않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현재 16개국과 FTA를 체결했고
남아공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4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루과이ㆍ이집트ㆍ대만 등 7개국이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은 오는 2010년에는 50~60개국과 FTA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나라는 다름아닌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오는 3월부터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 미 무역대표부(USTR)는 15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다음달 14일을 시작으로 워싱턴DC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필요에 따라
공청회 횟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달 24일까지 미 행정부와 산업계ㆍ학계ㆍ이익단체 등에서 팩스와 e메일을 통해 공공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USTR가 공개적인 민의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한국과의 공식협상에
앞서 산업계와 이익단체들의 의견을 강조함으로써 한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한국을 FTA 협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택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최근 용역보고를
완료한 ‘미국의 FTA 추진동향 및 정책’ 보고서에 그 까닭이 잘 드러나 있다.
우선 미국은 FTA 체결과정에서 대륙마다
거점기지(국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FTA 현황을 보면 미주 대륙을 제외하고는 동남아 싱가포르, 북아프리카 모르코, 중동 요르단ㆍ바레인,
대양주 호주 등의 식이다.
개발도상국 위주의 FTA 추진도 특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 체결됐거나 진행 중인
국가 가운데 선진국은 캐나다와 호주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지난 2000년 들어서는 개발도상국과 집중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역적자 주범인 중국ㆍ일본ㆍ유럽 등과 FTA를 맺어야 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 이면에는 무역적자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점점 힘이 세지고 있는 위안화(중국)와 유로(EU)에 맞서 달러 경제권을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은 특히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 를 FTA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 뒤진 개도국들의 시스템을 바꿔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맞게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미국은 FTA에서
노동ㆍ환경 등 비경제 분야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이 같은 압력(?) 덕에 칠레는 노동법을 국제규범 수준으로 개정했고 모로코ㆍ과테말라도
노동법을 수정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미국은 FTA를 통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무산 이후의
전략도 갖고 있다. 50~60개국과 FTA가 체결되면 DDA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해도 전세계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 미국은 자국이 이익, 한국은 우리가
이득 이라고 서로 상반되게 보고 있다”며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 못지않게 미국도 한국과의 FTA가 절실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협상에서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기자, 서정명특파원 2006-2-16)
[한·미FTA 이것이 급소] <5>
우리의 대응
전략은
"美 관심사·약점부터 파고들어야" 공세 예상되는 농업등 협상쟁점 충분히 파악하고 국내 이익단체
목소리도 미기화 협상력 높여야 기업등과 함께 美업계 미리 만나 설득 주력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겪은 변화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무후무한
개방의 파고를 이겨내고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미국의 관심사와 약점을 꿰뚫고 우리의 실정을 냉정히 파악”하는 협상의 기본인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충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이와 함께 정부뿐 아니라 총체적 국가역량을 동원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를 통해 내부적인
경제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경제부처가 개방과 연계해 국내 산업을 발전시킬 분명한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또 “협상 쟁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미국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업ㆍ서비스 분야 격돌 불가피 = 최대 쟁점이자 한미 FTA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은 다름아닌 농산물이다. 미국은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이슈화할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쌀 개방을 관철시키거나 이를 지렛대로 삼으면 다른 농산물 개방 등에서 최대한 이득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곡류, 과실류, 쇠고기 등 축산물의 고관세를 대폭 축소하고 양허 이행기간을 단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농산물 검역제도 완화와 수입통관절차 개선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농산물 협상의 어려움을 감안,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결렬될 수도 있으며 양보하지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16일 강조한 바 있다. 이명수 농림부 차관도 17일 FTA의 예외품목에 쌀을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농업 분야에서 격돌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서비스 부분 중 금융에서는 동등한 경쟁기회 보장 및 규제개혁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우체국ㆍ농협ㆍ수협 등 준정부기관의 혜택
폐지와 보험ㆍ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 허용이 주요 이슈다.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국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방송ㆍ통신 시장의 외국인 지분규제를 철폐하는 것도 미국의 협상목록에 담길 것이 확실시된다.
◇ 우리 요구 사항 당당히 내세워야 = 개방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수세적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지만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섬유 및 자동차 등 제조업의 전면 개방. 자격증 상호인증과 경제인 이동 자유화 등의 이슈에서 공세를 취할 수 있다. 또 국내
이익단체들의 목소리를 무기 삼아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못 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익단체의 정당한 저항은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간과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16일(현지시간) 세계 통상 관련 온라인 매체인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에 따르면 상원 자동차 모임의 공동회장인 조지 보이노비치, 칼 레빈
의원은 한미 FTA 협상 출범 발표일에 미국 정부에 공한을 보내 “모든 현존하는 관세ㆍ비관세 자동차 장벽을 철폐할 것은 물론 미래에도 한국
자동차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을 (한국이) 만들지 않는다는 보장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한국의 모든 자동차 무역 장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FTA는 중대한 결함이 있는 협정이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들의 뜻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비준 반대 운동을 벌일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처럼 미국 내 이익단체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활발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사전에 미국 측
이해관계자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공식 협상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은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FTA를
맺은 싱가포르ㆍ호주 등의 주요 기업 및 이익단체는 협상기간 중 아예 워싱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미 정부 및 현지 이익단체 관계자들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패의 역할과 자국 협상단의 공세에 합류하는 창의 역할을 적절하게 소화한 적이 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17)
[한미 FTA '이것이 급소'] <6> 자동차산업 영향은
자동산 산업은 FTA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업종 중 하나다. 자동차 산업은 한미 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각자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일본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미국 자동차업계는 한국시장의 완전개방을 목표로 전방위 압력을 행사 중이다.
국내업계 역시 불가피하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시장을 활짝 열어 제치고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배수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선 포괄적으로 보면 한국은 수입 승용차에 8%, 버스와 트럭에 10%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들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산 중대형
세단의 국내 판매가격은 200~300만원 가량 떨어진다. 적잖은 가격인하 효과로 미국산 차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겨냥, 국내에 중소형 승용차의 신차 출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철폐 효과가 미국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차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해 미국업체는
국내에서 5,000여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시장 점유율이 16.2%에 그쳤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계의 시장점유율(51.6%)에 비하면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일본업체(28.7%)도 미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KOTRA 관계자는 “FTA가 되면 미국차의 국내판매
증가요인이 생기지만 기존 시장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공세는 오히려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얻기 위한 꼬투리 잡기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은 승용차(2.5%), 버스(2%) 등 자동차 관세가 낮다. 때문에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업체 역시 FTA를 통해 무관세가 된다 해도 혜택이 많지 않다. 더욱이 미국 현지생산을 확대하는 추세로 관세인하에 따라 대미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미국이 25%의 고관세를 매기고 있는
픽업트럭의 경우, 아직 생산업체는 없지만 향후 이를 출시한다면 가격 인하효과를 볼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또 FTA를 통해 미국 소비자의
호감을 자극, 시장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없다”며
“FTA가 한국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한ㆍ미 FTA로 양국의 자동차
산업은 획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다. 바로 일본산 자동차다. 도요타, 혼다 등 국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일본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에서 327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를 통해 일본과 유럽계 메이커가 미국을 통한 우회수출로 국내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협상에 임하라” 면서도 “미국의 개방공세를
과감하게 역이용, 완전개방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서 실익을 찾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19)
[한·미FTA '이것이 급소'] <7> 車협상의 복병, 세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작선언에 앞서 수차례 개최된 통상현안 회의에서 미국이 강력히 주장한 것 중 하나가 한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이다.
현재 우리의 자동차 세제 시스템을 보면 자동차 가격이 아닌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구입ㆍ보유ㆍ운행
단계에서 납부하는 세금도 무려 12종류. 지난 2003년 말 현재 자동차 관련 세수 총액은 24조원으로 총 조세의 16.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측 주장은 우선 배기량을 가격기준으로 개선하라는 것. 현재는 가격이 비싼 미국산 수입차라도 배기량이 같으면 국산차와 같은
세금을 납부한다. 이를 가격기준으로 전환하면 비싼 가격의 미국산 차가 불리한데도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전략이 깔려 있다. 자동차협회 분석에 의하면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산 차는 수입원가 기준으로 10.4%, 판매원가 기준으로는
7.4% 가격이 하락한다. 배기량에서 가격기준으로 세금 시스템을 바꾸면 한국 중대형 내수시장에서 경쟁차인 일본ㆍ유럽산보다 미국산의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일본ㆍ유럽산 차는 관세를 무는 반면 미국산 차는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돼 한국시장에서 이들 국가의 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덧붙여 한국 자동차시장도 중대형 위주로 바뀌고 있고 자동차 가격도 오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가격기준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면 내수시장에서 미국산과 한국산 차의 가격경쟁력이 좁혀지는 결과도 계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자동차세의 가격기준 전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차선책으로 배기량 기준을 유지할 경우
세금이 중과되는 기준을 현행 ‘2,000㏄’에서 ‘3,000㏄’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로
자동차세는 배기량 2,000㏄ 이하는 ‘200원×배기량’, 초과는 ‘220원×배기량’이다. 특소세도 2,000㏄ 이하는 5%, 그 이상은 10%
등이다.
미국의 주력 수출차종은 3,000㏄급. 한마디로 3,000㏄급을 중소형으로 분리, 세금을 덜 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것은 또 있다. 자동차에 붙은 세금을 대폭 축소하라는 것. 실제 한국은 자동차에 취득(6가지 세금),
보유(2가지), 운행(4가지) 등 총 12가지 세금을 붙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판매세ㆍ자동차세ㆍ연료세ㆍ소비세 등 4가지에 불과하다.
일본(7가지)에 비해서도 한국의 자동차 세금은 과다한 것이 현실이다.
행자부 지방세제팀의 한 관계자는 “과다한 자동차세를 미국은
비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축소 폭을 요구할지 현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자동차공업협회 팀장은 “한미
FTA 회의에서 관세 문제보다 자동차세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자동차세는 70년대 말 기본틀이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유지돼 어느덧 국가 세수에서 주요 세목으로 성장했다.
특히 자동차 세제 개편은 국세 및 지방세 수입 감소로 연결돼
국가 재정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뜩이나 돈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부분이다.
미국 측의
자동차 세제 개편 요구에 맞서 우리의 전략을 고심할 때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0)
[한·미FTA '이것이 급소'] 車 개방협상 어떻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차의 수입관세가 철폐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일본이나 유럽차가 미국산으로 포장돼
국내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일본ㆍ유럽차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수입될 수 있어 우리 자동차 내수시장에 큰 위협이 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우회수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한국이 동북아 자동차 거점기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통상전략을 강조했다.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세 기준을 배기량 기준으로 유지하고 GMㆍ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계가 경영위기에 처한 점을 우리가 역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원산지 규정 강화, 우회수출 막아라 = 미국 현지에서 일본산
차의 생산량은 300만대. 유럽산 차는 20만대다(2005년 기준). 이들이 미국 상표를 달고 한국에 우회수출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의 일환으로 원산지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62.5%로
정했다. 한미 FTA에서 최소한 이 비율은 얻어내야 한다.
◇ 자동차 무역흑자 기조 제도적 장치 필요
= 대미 무역흑자의 상당수는
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인해 한국산 부품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 자동차 무역흑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FTA 협상에서 자동차 무역흑자에 대해 미국이 딴죽을 걸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된다.
◇
한국을 동북아
자동차 기지로 = GMㆍ포드ㆍ델파이 등 미국의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이의 일환으로 해외 공장기지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FTA는 이들 미국 자동차 기업 및 부품업체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생산공장 기지뿐 아니라 미국의 기술도 한국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통상 협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철폐를 단계적으로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측도 자국 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즉시 관세철폐를 쉽게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점을
우리가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0)
[한·미 FTA '이것이 급소'] <8> 고요속의 태풍, 철강산업
자동차와 더불어 철강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양국이 이미 관세를 제로(0%)로 하기로 합의,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의 경우 관세철폐를 의미하는 FTA 시스템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못지않은
대미 흑자를 거두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생산량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ㆍ일본ㆍ미국ㆍ러시아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FTA는 양국의 철강 교역규모를 늘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고요 속의 태풍이랄까.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중국 위안화 절상 못지않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FTA 협상과정을 통해 더욱 교묘한 비관세장벽을 세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미국산 철강 수입 사실상
제로 =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에 2003년 160만1,000톤의 철강을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182만9,000톤으로 증가, 4년 동안
14.2% 늘었다. 김성우 철강협회 팀장은 “한국산 철강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라며 “미산 철강 제품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의 세부품목 가운데 우리가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것은 열연강판ㆍ강관ㆍ도금강판 등이다.
반면 우리의
미국산 철강 수입은 극히 미미하다. 2002년 2만2,000톤에서 2005년 5만9,000톤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은 수급에 문제가 있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정되고 있다.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위안화 못지 않은 미국의 압력 = 김주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산 업체의 반덤핑 제소 가운데 60%가 철강 제품이다.
우선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 통상압력의 초점은 중국에 맞춰져 있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이 한 해 수입한 철강은
2,505만톤. 이 가운데 9.1%가 중국산(3위)이다. 중국 다음은 바로 한국이다. 대미 수입물량 중 한국산 비중은 7.3%(5위)로 중국과
비슷한 규모다.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는 1위가 캐나다, 2위가 유럽연합(EU)이다.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이들 국가에 버금갈 정도로 자국의 철강업계를 사지로 몰아넣는 주범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산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은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철강 제품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9건, 반덤핑 및 상계관세
4건 등 총 13건의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FTA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긴급수입규제
발동 요건 등 비관세장벽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FTA 협정을 구실로 삼아 오히려 비관세장벽을 은밀하게
설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 FTA를 통해 우리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1)
[한·미 FTA '이것이 급소'] 對美 통상전략은
철강 협상의 통상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미국의 덤핑방지 관세 등 비관세 무역장벽을 완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난 2003년 중국ㆍ한국산 제품 등에 긴급수입제한을 발동했다. 이 당시 우리의 대미 수출물량도 2002년
160만톤에서 2003년 117만톤으로 줄었다.
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5대 철강 수입국 중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게 된다”며 “중국과는 다른 비관세 수입규제 조건을 미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덤핑방지 관세 부과, 긴급수입제한 등의 발동에 있어 한국산 철강만큼은 다른 제품과 다르게 우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철강 제품에 대한 표준상호인증도 미국 측에 건의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철강 KS제품의 경우 미국
내에서 인정받지 못해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된다. 이것이 보이지 않은 기술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주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가 발효되면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불공정 거래 감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협상에서 덤핑방지 관세 등 수입규제
조치 남발을 막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우리 국내 법규에 대해 제도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동시에 미국 내 제도ㆍ법규 등에 대해 불합리한 점은 개선해줄 것을 주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1)
[한·미FTA '이것이 급소'] <9> 개방과 수성, 기로에 선 농업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6일 “(농업 등)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결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에 앞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 농업 분야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한국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기는 힘드나 농업은 한미 모두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협상 분야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표현되는 한미 농업
현실을 고려해볼 때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 수입 농축산물 27%는 미국산
= 미국은 농업 분야에서 한마디로 슈퍼
강대국이다. 농업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에서 보면 대부분의 품목이 세계 10위권 안이다. 특히 옥수수ㆍ대두는 세계 생산량의
42%(200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농산물 자급률도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곡물류ㆍ두류ㆍ유지작물ㆍ육류 등의 자급률은
100%를 상회한다. 한국은 곡물 26.6%, 두류 34.4%, 유지작물 8.3% 등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느덧 우리가
들여오는 수입 농축산물의 3분의1가량은 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2004년 농축산물 수입물량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7.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산을 능가하는 것으로 1위의 수입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미 농산물 수출은 94년
8,500만달러에서 2004년 2억7,500만달러로 3억달러도 넘지 못하고 있다. 대미 농산물 수입액은 2004년 기준으로 수출보다 9배나 많은
25억달러이다.
◇ 개 사료, 로열젤리 등 품목도 다양 = 미국이 힌국에 수출하는 주요 20개 품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옥수수에서부터 대두ㆍ밀 등 곡물은 물론 개 사료, 로열젤리, 버섯, 토마토, 감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한국 농업을 더욱
옥죄는 것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이다. 실제 한미 주요 품목의 수입가격(미국)과 도매가격(한국)을 보면 현 시스템에서는 우리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데도 미국산 제품의 가격이 심지어 한국산의 8.8%에 불과한 것도 있다. 쌀은 우리의
22.5%, 옥수수는 33.7%, 삼겹살은 26.7%, 참깨는 9.8%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미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앞으로 진행될 FTA 협상에서 쌀 등 몇 개 품목은 개방 예외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 점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진욱 농협조사연구원 조사역은 “심도 있는 연구와 분석을 통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가공 농산물에 대해 미국이 계속 까다로운 수입절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 이 분야에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목을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2)
[한·미FTA '이것이 급소'] <10> 농축산 갈등 해법 찾아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쌀 등 주요 농산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반드시 제외시킬(민감품목으로 배정) 것”이라며 “외교통상부도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이 우리 의지대로 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민감품목에 들어갈 농축산물 대상 때문이다.
곡물ㆍ축산ㆍ낙농류 등 산업별로 보면 마늘ㆍ양파ㆍ양배추ㆍ당근 등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품목이 민감품목 지정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FTA에 따라 큰 폭의 수입증가가 예상되는 품목만도 30여종류. 이들 모두 우리 농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식물검역상 국내 수입이 금지돼 있는 신선 사과ㆍ배ㆍ복숭아ㆍ딸기 등에 대해 수입허용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것마저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산 농축산물 대다수가 민감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미국산과 동등한 경쟁을 하게 된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농축산물 전체를
민감품목으로 넣을 수 없다”며 “특히 한미 FTA의 경우 민감품목 배정 과정에서 국내 농축산업계간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축산ㆍ과일ㆍ낙농 순으로 피해 커 = 한미 FTA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자료가 없듯 농축산도 예외는 아니다.
기관마다 편차가 커 피해액이 최고 8조원에서 최저 2조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ㆍ칠레 FTA처럼 피해집단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권오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의 경우 모든 농축산 분야에서 강도만 다를 뿐 고루 피해를 입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렇다 보니 민감품목 배정 기준을 잡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한 분야를 선정, 보완책을 마련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평균 관세율은 46.2%.
자동차(8%) 등 다른 품목보다 고율의 관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고율의 관세 시스템이 사라질 경우 축산 농가와 감ㆍ귤 등 과수 농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 농축산 업계, 갈등 풀 고리 마련해야
= FTA 협상에서 미국이 민감품목
범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협상에서 총 교역상품의 10%, 칠레와는
27%를 민감품목으로 얻어냈다.
미국이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민감품목 범위는 2~3%,
최고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 교역상품은 1만1,261개(HS 10단위 기준). 이 가운데 농축산물은
1,452개로 12.9%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민감품목 범위가 2%선으로 결정되면 농수산물의 10.9%는 즉시 혹은 단기간 에
무관세화되는 셈이다. 5%선이 된다고 해도 7.9%는 개방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한미 FTA가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FTA 협상 못지않게 민감품목 배정을 놓고 벌어질 농축산 업계간 충돌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3)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1> 농축산물협상 이렇게 하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우리의
농축산물을 겨냥, ‘예외 없는 시장개방’을 강조하며 통상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이중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선진국들과 FTA를 맺을 때는 농축산물의 양허(시장개방) 제외를 수용하고 후진국ㆍ개발도상국과 협상할 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국력의 차이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농축산물 분야에서 슈퍼 강대국. 그런 미국도 아킬레스건인 품목이 있다.
설탕과 낙농제품이 바로 그것. 특히 설탕은 미국 내에서 우리의 쌀과 버금가는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의 설탕ㆍ낙농제품 산업이 낙후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쇠고기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인데 너무 빨리 꺼내 우리로서는 여간 불리한 것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의 약점과 겉과 속이
다른 통상전략을 집중 부각시켜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이끄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도덕적 측면에 약하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미국이 우리 농축산물 시장을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점령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없다”며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겉과 속 다른 미국의 농축산물 통상전략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미국은 예외 없는 시장개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미국이 FTA를 체결한
캐나다ㆍ멕시코(북미자유무역협정ㆍNAFTA), 호주, 칠레 등의 사례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미국은 호주와의 FTA에서 총
교역상품의 11%를 초민감품목으로 정해 아예 시장개방을 하지 않았다. 멕시코ㆍ캐나다 등과 맺은 NAFTA도 예외는 아니다. 교역상품의 1.2%가
중장기 관세 인하ㆍ철폐가 아닌 영구 개방 제외로 분류됐다.
호주 FTA와 NAFTA에서 영구 양허 제외로 된 것은 설탕과
낙농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과의 FTA에서는 ‘농축산물의 예외 없는 시장개방’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반면 미국은 농축산물
후진국인 칠레에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했다. 10ㆍ12년 등 장기간 걸친 관세 인하는 수용 했으나 영구 양허 제외는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오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탕과 낙농제품은 미국도 민감품목”이라며 “선진국과는 자국 내 산업을 위해
보호자세를 취하고 후진국과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
협상 카드 찾기 어려운 농축산물
통상전략 = 농축산물 분야에서 우리의 첫번째 전략은 장기간의 관세 인하ㆍ철폐와 영구 양허 제외 등이 가능한 민감품목 배정을 많이 받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수입물량이 증가할 때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긴급구제조치 대상을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원산지 규정
강화를 통해 멕시코ㆍ캐나다의 농축산물이 미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요구된다.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농업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농축산물 분야에서 나타난 그들의 약점과 이중적인 잣대를 집중 부각시키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불행하게도 농축산물에서 우리가 협상 카드로 내세울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서비스 등 다른 산업과 농축산물을 연계해 의료ㆍ교육 등은 문호를 열고 농축산물은 개방을 최소화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범정부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2-24)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2> 美 '기술선택의 원칙' 요구
미국이 요구하는 ‘기술선택의 원칙’이 수용될 경우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국가 차원에서 기술채택을 주도해온
정보기술(IT)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가 보여주듯 국내 IT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한 데는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 강도에 따라 정부의 IT 정책 패러다임도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
와이브로 등의 세계 진출에 차질
우려 = ‘기술선택의 원칙’이 적용되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돼 해외시장을 공략 중인 지상파 DMB와 와이브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지상파 DMB는 유럽방식의 디지털오디오방송 기술인 ‘DAB’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개발돼 세계표준 가운데 하나로 채택됐다. 현재
유럽과 중국, 중남미 국가에서 잇달아 국내 지상파 DMB 기술을 수입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와이브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인터넷 기술로 지상파 DMB와 마찬가지로 세계 표준으로 채택됐다.
텔레콤이탈리아(TI)가 내년부터 와이브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시간여유는 있지만 미국이 국가주도의 기술채택에 대해 제동을 건다면
지상파 DMB나 와이브로는 물론 다른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협상용인가,
압박용인가 = 미국의 요구가 FTA 협상과정에서 다른 협상의제와 맞바꾸기 위한 단순한 협상용 카드인지 아니면 한국의 IT 산업을 옥죄기 위한
압박용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005 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이 원칙을 정상회의 공식의제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을 고려할 때 단순한 협상용 카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온 일본이 미국의 논리에 강력한 동조자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IT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한 디지털 전쟁이 한미 FTA
협상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공세가 잘 먹힐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노린
새로운 ‘통상이슈’인 셈이다.
◇ 전략적 협상으로 대응해야 =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기술선택의 원칙’이 한국만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닌데다 공식의제로 채택돼도 ▦적용범위 및 방법 ▦예외규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3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자체 표준으로 추진하는 것도 미국과 일본의 논리가 국제사회에 그대로 통용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전반적인 상황이 우리에게 꼭 불리한 것은 아닌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거대자본을 가진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주도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시장에만 맡긴다면 IT 산업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며 “현명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 정승량 기자, 손철 기자 2006-2-26)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3> 통신·방송 빅뱅온다
미국은 ‘기술선택의 원칙’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요의제로 올리자”고 한 데 이어 궁극적으론 우리나라 통신ㆍ방송시장의 완전자유화를 요구할 전망이다.
규제와 보호장치가 많았던 국내
통신ㆍ방송 산업은 미국에 비해 자유화 수준이 크게 낮아 미국의 요구조건 중 일부만 관철돼도 진입장벽이 무너지며 빅뱅이 일어날 판이다. 거대자본과
한발 앞선 경쟁력을 앞세운 미국업계의 국내시장 진출은 관련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용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어
이해집단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가차원에서 기술표준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선택의 원칙’에 이어 미국은 통신 부문에선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지분율을 49%로 제한한 소유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SK텔레콤 등은 이 제한 때문에 외국인지분이
48.99%(26일 현재)에 묶여 있다. 규제를 풀면 외국인 투자는 늘겠지만 최근 KT&G에 대한 적대적M&A 시도에서 보듯
기간산업인 통신업체의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통신보다 규제와 보호가 더 광범위한 방송 역시 시장개방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와 비슷한 방송법상의 편성비율고시가 눈에 들어온다. 방송법은 한국제작물 쿼터제를
도입, 장르별로 영화(지상파 25%), 애니메이션(지상파 45%), 대중음악(60%) 등을 의무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상파를 비롯,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의 외국인 소유지분율 확대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한미 FTA는 방송광고시장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지난 25년간 누려온 독점체제를 깨뜨릴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지상파에 기업 등이 광고를 하려면 방송광고공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미국이 방송광고 시장 개방문제를 통상현안으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쇄도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도 없고
들어줘서도 안되겠지만 미국의 자유화 수준이 우리보다 워낙 높아 통신ㆍ방송에서 상당 수준의 개방은 불가피하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통신ㆍ방송시장의 완전자유화를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부분자유화 수준인 58.3에 그친 반면 미국은 완전자유화에 가까운 79.2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간 자본과 생산성의 차이가 워낙 커 시장에 빅뱅이 오면 국내 업계와 종사자들은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 통신ㆍ방송시장의 규모는 40조원 안팎이지만 미국은 약 1조달러(한화 약 1,000조원)로 우리보다 25배가량 크다.
또 노동생산성 역시 미국이 우리보다 1.8배(2002년 기준, OECD)나 높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양문석 EBS 정책위원은 “한미 FTA는 국내 방송영상사업의 초토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FTA가 되면
방송종사자는 총파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27)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4> 脫일본 신호탄 될까

쇄국정책을 추진했던 대원군이 물러나고 얼마 뒤 1876년 운요호 사건이 터지면서 일본과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맺고 우리나라는 외국에 문을
열었다. 일본 역시 그에 앞선 1854년 미국 페리 제독의 대포소리에 놀라 미일 수호조약을 체결, 어쩔 수 없이 쇄국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강제로 개방시대에 접어든 두 나라의 운명은 이후 완전히 달랐다. 개방 앞에 우물쭈물했던 우리나라는 치욕적인 식민지배 시절을
겪어야 했으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며 적극적인 개혁ㆍ개방에 나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때부터 1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외개방 측면에서 일본은 항상 우리나라를 앞섰다. 그러나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면서 한국의 개방
역사는 전혀 다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미 FTA가 경제구조와 사회ㆍ문화 분야 등에서 한국경제의 탈(脫)일본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유력지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도 지난달 23일자 기사에서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이 미국시장 확보 및
한국경제의 탈일본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낸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우리나라는 극심한 대일 역조에 시달려왔다. 지난 2000년 114억달러 수준이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44억달러로 오히려 2배 이상
증가했다. 대일 적자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235억달러) 규모보다도 크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휴대폰ㆍLCD 등을
힘들여 많이 팔아도 높은 부품ㆍ소재 의존도로 인해 일본만 득을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푸념했다.
정부는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세 번째 부품ㆍ소재 수입국이자 상당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일본업계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 등으로 미일이 경쟁하고 있는 기계류 부품 등은 일본의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먼저 돛을
올렸으나 한일 FTA가 무기 연기된 데 비해 한미 FTA는 성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도 대일 의존도 낮추기에 플러스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또 FTA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일본에 밀리기만 했으나 미국과의 FTA 추진이 힘을 받으면서 전세도 역전됐다. 일본 역시
미국과 FTA를 추진했으나 미국 내 사정 등으로 불발된데다 아세안과의 FTA 추진도 오히려 우리나라에 뒤처지고 있는 것.

김종훈
한미 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미국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FTA도 우리가 일본보다 2년 정도 앞서 나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일본은 ‘한미
FTA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교채널 등을 통해 한미 FTA 추진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미 FTA가 저절로 대일 의존도 하락과 선진형 산업구조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술력, 지정학적 위치, 기존 사업관계 등을 고려하면 FTA만으로 정부 기대처럼 구매선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전환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재화 무역협회 FTA 팀장은 “한국과 미국의 기업간 협력이 FTA를 계기로 더욱 활발해지도록 이동의 자유를 높이고
미국의 거대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자본유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28)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5>섬유, 부활의 종소리 퍼질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자유무역
촉진으로 얻어질 이익에 대한 국내 제조업의 기대는 상당하다. 특히 섬유업계는 공산품 중 유달리 섬유류에 고관세를 매기고 있는 미국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희망을 감추지 않는다.
구조조정, 공장 가동중단, 생산시설의 해외이주 등 그동안 국내 섬유업계는 온갖 악재 속에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취급되는 수모를 겪어왔다. 섬유업계가 한미 FTA를 부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얀 포워드’(Yarn Forward)로 불리는 미국의 엄격한 원산지 규정이 한미 FTA
협상에서 어떻게 풀릴지가 성공의 관건이라 여전히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0ㆍ80년대 한국 경제의 견인차였던
섬유산업은 날로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섬유수출은 2001년 161억달러에서 지난해 140억달러로 추락했다. 5년 연속 수출은 감소했고,
특히 2005년 미국의 쿼터 폐지로 중국ㆍ동남아 등의 경쟁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12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환율하락ㆍ유가상승 등 대외여건도 악화일로인 가운데 한미 FTA 추진은 오랜만에 섬유업계에 찾아온 희소식이다. 미국은 평균 공산품
관세가 2~3%에 불과한데 유독 섬유제품은 10% 이상의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비중이 큰 의류 등은 20%를 넘는 고관세
품목도 많다. 관세철폐에 따른 확실한 가격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염규배 섬유산업연합회 국제통상팀장은 “쿼터 폐지로
2005년 대미수출이 전년에 비해 5억달러 이상 감소했다”면서 “FTA가 이를 상당 부분 만회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국내
공장을 유지 중인 고급 의류업체의 경우 구태여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갈 이유가 약해지는 것이다.
정부 협상단 역시 농산물로 인한 피해를 만회해줄 최고 기대주로 섬유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우리 측 수석대표는 “섬유 단일업종의 대미 교역규모가 농산물 전체와 맞먹는다”며 미국 섬유시장의 완전개방에
주력할 뜻임을 시사했다. 2004년 기준으로 섬유의 대미수출은 28억4,200만달러를 기록해 26억1,2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반면 농산물
대미수입액은 27억4,500만달러로 24억6,000만달러 적자를 봤다.
하지만 섬유 부문 협상에도 걸림돌은 곳곳에 있다. 최대
난관은 미국의 대표적 비관세장벽인 얀 포워드. 얀 포워드는 직물ㆍ의류 등 섬유 완제품에 들어가는 기초 원자재인 ‘실’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실 등 섬유 원부자재를 중국 등에서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얀 포워드가 완화되지 않으면
FTA에 따른 관세철폐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도 변수다. 섬유업계는 개성공단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는 데 가장 이점이 많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15개 업체가 개성공단 진출을 선언했으며 200여개 업체도 신규 진출을 모색
중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신원의 한 관계자는 “개성의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현지업체는 중국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정에 실패할 경우 대미수출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1)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6> 美 '섬유장벽' 넘을 비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산물 분야의 엄청난
피해를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섬유산업. 하지만 섬유 부문이 기대치를 만족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철통 같은 미국의 2가지 원칙을 깨뜨려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 섬유 분야 비관세장벽인 ‘얀 포워드’(Yarn Forward)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불가 등이 그것다.
통상협상만 하면 미국 앞에서 작아지곤 한 한국 정부가 이 험난한 장애를 뚫고 항해를 성공적으로 이끌 키는 무엇일까.
얀 포워드는
직물ㆍ의류 등 섬유 완제품에 들어가는 기초원자재인 ‘실’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실 등 섬유 원부자재를 중국
등에서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얀 포워드가 완화되지 않으면 FTA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 값비싼 한국산 실을
사용해 의류 등을 생산해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은 섬유산업을 어떤 업종보다도 강력하게 보호해왔기 때문에 얀
포워드를 쉽사리 거둘 것 같지는 않다. 섬유 분야의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캐나다ㆍ멕시코 등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도 얀 포워드를 완화하지
않았고 중남미의 약소국과 체결한 FTA에서조차 얀 포워드 원칙을 지켰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미국 섬유업계의 로비력은 미
의회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며 “얀 포워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섬유업계는 얀 포워드 완화로 인한
미국 소비자들의 혜택증대를 강조하라고 조언했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FTA를 통해 질 좋은 섬유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과 업계가 조직적으로 얀 포워드
완화를 위해 로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 중 이스라엘만이 얀 포워드 완화에 성공했다” 며 “이스라엘이 미국과 전통적 우방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유대인의 미국 내 로비력이 막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섬유산업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견제 심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충고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의 기여도를 향상시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임을 강조하라”고 말했다.
섬유업계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의 FTA에서 개성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때
이용했던 역외가공방식에 의한 원산지 인정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역외가공방식을 이용, 북한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최종제품 가격의 40%를
넘지 않을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받았던 것.
염규배 섬유산업연합회 국제통상팀장은 “전체 품목이 어려울 경우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이라도 한국산을 인정받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권했다.
미국의 섬유수출 관심품목에 대해 전향적인 관세철폐를
제안하는 방법과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개성공단과 비슷한 처지의 요르단 내 이스라엘 공장지대를 인정해준 사례도 적극 활용할 협상카드로 제시됐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2)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7> 신발이 다시 뛴다

부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지역보다 크다. 한미간 무역규모가 커지면 해운 등 물동량 증가의 혜택은 물론 지난
90년대 초 이후 몰락하다시피 한 신발산업이 다시 융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부산은 전체 신발업체의
50% 이상이 밀집한 국내 신발산업의 메카. 종사자만 1만1,000여명에 이른다. 한미 FTA로 옛 영화를 그대로 찾을 정도는 아니지만
특수기능화 등 고부가제품은 독자 브랜드를 앞세울 경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와 정부의 전망이다.
8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신발산업의 신화는 이제 그 흔적마저 찾기가 쉽지 않다. 90년 신발업계 종사자 수는 18만여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2만여명
수준이다. 업체 수도 500개 이상 줄었고, 특히 상당수 대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했거나 중국 등으로 탈출했다.
90년대 초 20%
이상이던 미국 시장점유율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지난해 말 기준 0.3%로 추락했다. 물론 국내업체 상당수가 해외로 이전해 성업 중이어서 신발산업이
몰락했다기보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 상실로 봐야 할 측면이 크다.
때문에 한미 FTA에 거는 국내 신발업계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신발에 상대적으로 고관세를 매기고 있어 관세가 완전 철폐될 경우 이익이 큰 편이다. 농구화ㆍ정구화ㆍ체조화 등 일부 기능성
신발은 20~30%대의 고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일부 품목은 관세가 67.5%에 이른다. 부산의 한 기능화업체 사장은 “최근에 생산시설 이전도
고민했으나 한미 FTA가 체결될 수 있다는 얘기에 그 같은 계획을 완전 접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에서 신발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최만현 사무관은 “특수기능화 등은 미국 내 틈새시장에서 독자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전망도 낙관적이다. 신발 부문의 미국 평균 관세율(11.1%)과 우리나라 평균 관세율(10.2%)이 비슷해 양국 산업계 모두
관세철폐를 적극 수용할 태세다. 섬유에 ‘얀 포워드’란 높은 비관세장벽을 치고 있는 것과 달리 신발은 양국 모두 관세 외에 눈에 띄는 장애물도
없다.
최희병 한국신발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도 상대적으로 신발 관세가 높은 편이어서 미국 내 신발 유통업계는 물론 생산자단체도
양국의 관세철폐에 적극적”이라며 “신발 부문에서는 협상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미간 주력 수출품목도 달라 시장이
양분돼 있다”며 “신발산업은 FTA를 통해 전형적인 윈윈(Win-Win) 관계를 추구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정부가 신발산업 부흥을 위해 추진 중인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해외 마케팅 지원 ▦인력양성 등을 어떻게 한미 FTA에 접목시켜
개방효과를 극대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방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국내 산업의 정교한 육성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3)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8> 잠자는 국회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걸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대해 국회는 잠자고 있다. “통상협정 마다 행정부에 예속되다시피 끌려다니며 벙어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적나라한 지적에 반박 한마디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USTR(미 무역대표부)의 미 의회 협상통보문에서 보듯 협상 전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제하는 미 의회와 우리 국회의 위상은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제대로 된 통상절차법 하나 찾을 길이 없다.
개방을 놓고 단순 양비론적 접근에 머물고 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도 여전하다. 한미 FTA 문제를 국익을 고려하며 철저하게 실증적인 입장에서
다루기 보다는 친미 또는 반미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의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USTR은 미 의회 협상통보문에서 “의회가 제시한 한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우려점을 간과치 않겠다” 며 “협상기간 내 모든 사안에
대해 의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회에 보내는 의례적 수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통상협정 체결의 시작과
끝을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온전히 통제한다.
지난 2월3일 한미 FTA 협상의 출범 선언에도 본협상이 미뤄진 것은 미국이 의회의
검토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달랑 비준권 만 가진 우리 국회는 통상협정의 시작과 추진과정에 철저히 배제돼 있다. 외교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국회에 정보를 주면 유출되기 십상이다”며 무시하기 일쑤다.
통상현안이 갖는 정치적 함의에 대한 국회의원의 인식도
초보적 수준이다. 미국은 통상이익의 관철이 곧바로 표로 연결된다는 의식이 뿌리 박혀있다. 도건 미 상원의원은 FTA협상의 막이 오르자마자 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FTA를 체결하더라도 한국이 시장을 열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며
압박했다.
앞서 월리 허거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관심은 세계 농산물시장 접근”이라며 쌀시장 개방 필요성을
역설했고 로이드 더겟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한국이 담배광고와 판촉을 제한하면 사전에 협의하도록 요구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구의 통상현안을 챙기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국회에선 권영길, 천영세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소신발언과 문제제기를 하는 정도고 대부분은 관심조차 없다. 본지가 한미 FTA 시리즈에서 미국 섬유시장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얀
포워드’(Yarn Forward)를 지적하자 독자와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얀 포워드를 아는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대구, 구미지역 의원들 조차 얀 포워드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꼬집었다.
국회와
여ㆍ야 정당을 막론하고 통상 전문인력과 관련 인프라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23일 본지가 미 의회보고서를 인용, “한미 FTA협상 출범
전 이미 스크린쿼터, 쇠고기시장 재개방, 자동차, 의약품 등 4대 통상현안을 양보했다”는 보도를 한 다음날 “의회보고서 좀 달라”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의 전화가 신문사에 쇄도했다.
국민 대표기관이 통상현안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여ㆍ야 구분없이 통상정책 등에 대한 전문인력이 거의 없어 의원들은 공개되는 주요
정보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5)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9> 禍 부르는 정부의 비밀주의
제2의 개항에 비견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일 양국간 1차 예비협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돛을 올렸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그
내막을 잘 모르고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에 가려 한미 FTA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6일 본지가 공개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FTA 협상 통보문에 미국이 “미국기업 및 투자가에게 자국(미국)법이 적용되도록 한국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슈퍼파워 미국이 FTA로 내정간섭을 본격화하느냐”는 등의 요지로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지침 중 하나로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FTA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으며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곧바로 ‘양보 못하는 조건’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기밀이라며 이를 밝히지 않았다. 협상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등 일부에만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이라면 무조건 비밀에 부치는 정부의 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부 등은 지난달 2일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마저도 자의적으로 재단했다. 공청회에 앞서 열린 외교부ㆍ농림부ㆍ경찰 등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는
“소란 행위 등이 발생해 행사가 어려우면 개회만 하고 끝낸다”는 방침이 정해졌고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됐다. FTA 협상 출범 전 대통령 훈령에
따라 열도록 돼 있는 공청회가 무산됐지만 정부는 개최된 것으로 해석하고 협상 출범을 곧장 승인했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도통 모르기는 행정부를 견제할 책임이 있는 국회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협상내용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고받는 정도여서 행정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의회뿐 아니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FTA 협상에서 상대국에 요구할 내용과 협상목표 등에 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같은 관련 법 규정이 없다”며 “꼭 미국처럼 하는 게 좋은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우리의 정보공개 수준이
한심하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과장급 관료들이 국장급 선배에게 협상 진행사항에 대해 물으면 “국가기밀”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듣기도
하는 게 저간의 현실이다. 협상의 목표와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며 국민 여론의 힘을 모으는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본지 기사를 접한 6일 재정경제부 간부회의에서 “언론에 미국에서 요구하는 것만 얘기되는데
우리가 요구할 것, 얻을 것도 정리해서 거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고위관계자는 “비밀주의에
익숙한 정부관리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국회가 나서 입법활동을 통해 제도적으로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상협정
추진과정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6)
[한·미 FTA 이것이 급소] <20> 협상의 또다른 복병, 무역구제 제도

‘제2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ㆍ소파)이 나와서는 안된다.’
투자ㆍ서비스 등 비상품 분야에서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 역시 투자ㆍ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개방’을 수차례 지적한 터라 개방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에
따라 긴급수입제한 등 무역구제 제도에 관한 틀을 논의할 때 상품 분야뿐 아니라 투자ㆍ서비스도 포함시켜야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투자와 서비스의 경우 피해산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마땅한 무역구제 틀이 없는 실정이다.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 파트는 양측의 제도가 너무나 달라 앞으로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또 다른 소파는 안된다 = 무역구제 제도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고수해야 될 원칙은 무엇일까.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2의 소파가 탄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역구제 제도 논의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규범과 제도를 십분 활용,
수많은 예외규정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미군이 범죄를 저질러도 우리가 사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소파 협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 과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등의 논의과정에서 정보 부재로 인해
굴욕적(?)인 내용으로 협상한 사례가 적지않다.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금융기관 이사에 대해 국적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학교 급식에서 자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민(국적)으로 이사를 제한하고 있다. GATT 협상
당시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
그물망 같은 촘촘한 구제제도 절실 = FTA를
맺을 때 양국은 분쟁에 대비, 무역구제 시스템을 만들어놓는다. 긴급수입제한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별도의 기구를 설치, 이곳에서 분쟁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긴급수입제한 대상을 축소하고 분쟁을 논의할 별도 기구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약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TO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측 일방으로 판결이 나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환경ㆍ노동 등의 분야는 아예 무역분쟁 기구에서 논의하는 것을 배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반덤핑ㆍ상계관세 등도 제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미 협상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피해가 예상되는 각 분야별로 긴급수입제한을 걸 수 있도록 무역구제 제도의 틀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분쟁해결에 이의가 있을 때는 WTO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문구도 넣고 반덤핑 등도 분쟁기구에서 논의한다는 것을
명문화해야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비스 분야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 피해사항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비스 긴급수입제한 설정을 위한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3-7)
[한·미 FTA 이것이 급소] <21> 금융, 진검승부 카운트다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금융업계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세계 최강의 미국 금융업계와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지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97년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개방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미국은 FTA를 통해 금융 부문에서 사실상 국경을 허물고
자국의 금융제도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도록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체국ㆍ농협ㆍ수협 등 준정부기관의 특혜 폐지나 중소기업
지원 등의 정책금융을 재고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미국 내 금융정책 실태를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만들라”고
정부에 조언했다.
한국 금융시장은 현재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투자가 완전 자유화된데다 외국계 은행, 증권의 현지법인 설립까지
허용돼 있고 외환업무에 관한 각종 제한도 폐지돼 자유경쟁체제가 구축돼 있다. 다만 생명보험업, 보험중개 및 대리업 등 보험 부문의 규제가 많아
한미 FTA 타결은 보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험사의 상품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금융개방의 핫 이슈는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과 신금융서비스의 허용 여부다. 이는 사실상 한미
양국이 금융 분야에서 국경을 없애고 똑같은 금융제도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이 허용되면 국내 소비자가
안방에서 인터넷 등을 이용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곧바로 미국 증권사를 이용해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국내에 있는
금융기관이나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지점 등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런 규제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신금융서비스가 허용되면 미국에서
새로 금융상품을 개발한 기업이 이를 국내에서 곧바로 팔 수 있게 된다. 첨단금융기법이 곧바로 수입되는 셈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다자간 무역협상에서처럼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과 신금융서비스 허용을 한미 FTA 협상에서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경간 금융공급이 허용되면 외국 금융사가 국내에 직접 진출할 필요성이 반감돼 시장개방에 따른 신규 고용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신금융서비스나 국경간 금융공급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금융거래로 이에 대한 당국의 감독기준 및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법을 그대로 들여와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서비스 개방에 전향적으로 임할
계획”이라면서도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내용을 받아본 뒤 대응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국경간 금융공급과
신금융서비스 허용은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과 소비자 보호방안을 감안하면서 가능한 한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공정하고 동등한 경쟁기회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우체국ㆍ농협ㆍ수협 등이 누리는 혜택을 철폐하고 중소기업 등에 공급되는 정책금융도 폐지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공적인 금융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비슷한 미국의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협상에서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공급이란 일국에 위치한 금융회사가 타국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두지 않고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서비스 공급이 대표적인 예다.
신금융서비스는 특정 국가에서는 공급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공급되는 금융서비스다. 신금융서비스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에 없는 금융상품이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를 자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열거주의(Positive System)는 금융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 등이 일일이 나열돼 있는 반면
포괄주의(Negative System)는 일부 취급할 수 없는 상품 이외에는 모두 허용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어 미국 수준의 포괄주의에 접근하고 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8)
[한·미FTA 이것이 급소] <22> 빗발칠 지재권 보호 요구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관철시키려는 내용 중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각종 요구들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 내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해 자국 산업과 미국 문화의 확장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다자간 무역협상 등에서 세계 각국에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쏟아내겠지만 다 들어줄 이유가 없다”면서 “국제적 기준이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미국의 공세를 막고 국제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의회에 보낸 한미 FTA 협상 통보문에서 “(이번 협상이) 한국이 특히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한 조치를 촉진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제품, 인터넷 유포품과 유포에 사용된 기기(컴퓨터 등)를 압수하는 한국 측 법률의 강화를 촉구하고 단속 및 처벌
수준의 강화 등도 요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의지가 협상에서 현실화하면 일반인이 자신도 모르게 컴퓨터를 압수당하는 일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특허청은 미국이 특허 및 상표보호의 범위와 대상을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허
부문에서 인간과 동ㆍ식물의 생명, 건강보호 등을 제외한 모든 기술 분야를 특허대상으로 확대하고 소리와 냄새 등으로 구성된 상표도 보호해달라고 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특히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놀라우리만치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어 단속강화는 물론 행정허가를 위해
제출된 영업기밀 등에 대한 정보보호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약품의 경우 최소 5년, 농화학제품은 최소 10년 이상 정보공개가
차단돼야 한다고 미국 측은 주장한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보호장치도 충분한 데 의약품 등의 제조성분에 대해 미공개 정보의 비밀유지를
철저히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기가 막힐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측의 빗발치는 요구에 대해 지재권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지재권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지적재산권연구원의
이영우 박사는 “지재권 보호 강화와 산업경쟁력 강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재권 보호 강화를 신성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WTO에서 정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보호규정(TRIPs)’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고 미국 측의 특별한 요구들을 들어줄 경우 국제적으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특허청 공무원이 지재권 침해사항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만큼 지재권 보호에
대한 우리의 규정은 철저하고 세계적인 편”이라며 “예상 의제별로 학술용역 등을 실시해 협상 전 까지 대응방안을 만들 예정이지만 국제기준만 잘
지켜도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9)
[한·미FTA 이것이 급소] <23>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원ㆍ달러 환율과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글쎄요.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는데, 아마 절상되지 않겠어요.“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
한미 FTA 협상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외환당국의 정보력도 일반 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통보한 ‘한미 FTA 협상 통보문’에 있는 내용도 소화하기 벅찬데 협상문에 단 한 줄도 언급돼 있지 않은 외환시장이나
환율 부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협상과정에서 외환시장과 환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미국은 그동안 대미수출에서 큰 흑자를 보인 아시아 국가들에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고율의 보복관세 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돌연 ‘환율 유연성’ 문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한국과 달리 미국 내
애널리스트들은 벌써부터 FTA가 몰고 올 외환시장의 영향력까지 언급하고 있다. 메릴린치 연구원인 사이먼 플린트는 “미국과 FTA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은행의 자유방임적인 시장 접근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초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FTA에
빗댄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FTA와 환율간 역학관계를 지적한 점은 분명 우리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원화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역흑자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주장대로 FTA효과가 나타날 경우 원화환율 하락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흑자 영향보다는) 국제 자본이동이 활발해져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무역수지가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자본의 추가 유입이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역시 FTA 체결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늘어나고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멕시코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체결(1994년) 이전에 연 27억달러에 불과하던 직접투자 금액이
132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직접투자보다 투기성 금융자본의 공략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자본 유출입 자유화가 정부 생각처럼 고용을 늘리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투기성 금융자본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투기자본에 대한 공격에 무방비인 한국이
FTA 체결로 금융규제가 더욱 완화될 경우 미국 투기자본이 국내 외환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 / 김민열 기자 2006-3-10)
[한·미FTA 이것이 급소] <24> 서비스 산업 운명은
잃는 것이 더 많을까. 아니면 강해질까.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한미간 이견 없이 합의를 보게 될 사안 중 하나가 서비스업이다. 이 분야의 경우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개방을 통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한국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 한덕수 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나서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적을 제거하다)’ 전략을 대내외에 천명한 상태다.
이해집단의 충돌 등 강한 내부 반대로 진전이 없는 서비스 시장 개방을 FTA(남의 칼)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의 경우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이고 공격적 개방을 추구, 그 어느 분야 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강기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방을 한다고 국내 서비스 산업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져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교육, 3불(不) 정책 폐지가 다가온다 = 기여입학,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금지 등 이른바 3불 정책은
우리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미 FTA는 이 같은 3불 정책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FTA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측에 교육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특정 지역에 한정된 미국 영리법인의 교육시설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는 미국 교육 인력의 자유스러운 한국 이동 보장도 포함돼 있다.
얼마 전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
첫 착공된 송도 국제 학교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전국 곳곳에 설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의
설립으로 인해 평준화 정책 폐지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의료, 민간 의료 서비스 시대 온다 =
FTA에서 의료 분야는 ▦영리 의료기관 허용 ▦ 의료보험 투자 자유화 ▦수입 의약품 제한 규정 철폐 ▦ 의료품 지적재산권 보장 등이 핵심
이슈다. 여기에 개인 건강보험 허용도 한미 FTA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적인 스탠스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가지 원칙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의료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전략을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우리의 의료시장에 대해 분석을 끝내 놓은 상태다. FTA 협상을 앞두고 작성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의약품 생산량은
연간 40억 달러로 세계 15위 규모다. 반면 평균 수입 의약품 비중이 한국은 30%(다른 나라 50~70%) 밖에 안 된다는 것. 한국은
복제약을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의회 보고서의 골자다.
◇ 득과 실, 한국 교육ㆍ의료 통상전략은 = 교육ㆍ의료 시장
개방에 대해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교육의 경우 수 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미국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계층의 고급 교육 편중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교육 단체에서는 ‘자국 교육에 대한 국가 통제력 상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의료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의료 시민단체들은 ▦한국 의료 제도의 전면 상업화 ▦지재권 강화를 통한 약값 폭등 ▦사설 의료시장 확충에 따른
계층간 의료 서비스 차별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ㆍ의료 시장 개방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서비스 산업 발전도 어느 정도 기대가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교육ㆍ의료 서비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FTA에 따른 득과 실이 확연히 구분된다”며
“문제는 실과 득을 적당히 고려해 효율적인 통상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서비스 산업 발전이 곧 미국식 체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한국형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가 미국을 역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3-12)
[한·미FTA 이것이 급소] <25>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증' 美의도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간호사 자격증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한국
인력이 진출, 연간 3,800억원의 소득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상호인증만 협의되면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미국에 진출,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입장일까.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요구해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한의사 자격증 상호인증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의사 자격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듯 미국 역시 의사ㆍ변호사 등 한국의 전문직 자격증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뢰 문제를 떠나 한미 자격증 상호인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적지않다. 회계사만 놓고 봐도
우리는 국가가 관리하지만 미국은 주(州)마다 법이 다르다. 자격증 발급도 민관ㆍ협회ㆍ학회 등 여러 곳에서 맡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말하는 국제변호사란 엄밀히 말해 미국 특정 주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의미한다”며
“자격증 운영 규정이 양측이 너무 달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국가 공인자격증은 702개에 이른다.
미국은 그 수가 많아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주장대로 자격증 상호인증이 이뤄진다면 득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격증 상호인증이 미국보다 우리에게 미칠 파장이 크다”며 “문제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이면에는 상호인증에 따른 득과 실을 놓고 볼 때 미국이 우리보다 얻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의사ㆍ변호사 등의 인증이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의 인력이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ㆍ문화 등의 차이로
고작해야 LA 한인타운 정도에서만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미국 내 로펌ㆍ회계법인 등으로 국내 우수
인력이 빠른 속도로 유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에 로펌 혹은 회계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쉬워진다. 국내 법에는 법무ㆍ회계법인 설립시 반드시 (우리나라의) 변호사ㆍ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를 일정 이상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우리 변호사ㆍ회계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미국 자격증이 한국의 그것과 같이 취급 받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인 2세 등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 뻔하다.
미국 내 인력으로 진용을 갖추며 한국에 진출할 미국의 로펌ㆍ회계법인들은 자문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제사건을 도맡아 하면서 우리의 고급 서비스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간호사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전문직종의 미국 내 진출이 촉진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자격증 상호인증으로 10억원을 얻는다면 미국은 로펌ㆍ회계법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통해 우리 시장에서 몇백억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효과보다 앞으로 벌어질 현상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상호인증이 이뤄진다고 해도 장기간 유예하는 등 보완책도 동시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통상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3-13)
[한·미FTA 이것이 급소] <26> 환경·노동권을 지켜라
#사례1: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의 한 지방정부는 몇 해 전 환경오염을 우려해 미국 기업의 유독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건축을 불허했다. 환경을 지키려던 이 같은 노력은
FTA 규정에 따라 멕시코가 이 미국 기업에 오히려 1,600만달러(한화 약 16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주는 것으로 종결됐다.
#사례2: 멕시코ㆍ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캐나다는 미국 기업이 MMT라는 연료첨가물을 사용하려 하자 환경 및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미국 기업에 1,300만달러를 합의금으로 주고 해당 정책도
철폐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FTA는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환경ㆍ노동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환경과 노동 문제는 FTA
협상에서 그 자체로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극히 적다. 미국은 FTA의 환경ㆍ노동 협상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환경ㆍ노동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우리 측에 촉구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생뚱맞다’고 말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서조차 탈퇴한 미국이 한국보다 차원 높은 환경법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다 노동분야 역시 우리나라의 기준이 미국과 전반적으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오히려 “노동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환경ㆍ노동 분야에서 미국이 별다른 요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미 의회가 환경ㆍ노동기준 완화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준을 낮춰달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ㆍ멕시코가 겪었던 일들을 한국이 겪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은 투자 부문의 자유화
때문이다. 미국은 투자 부문에서 자국 기업인 및 기업이 미국법에 상응하는 권리를 한국에서 누리도록 해나갈 예정이며 인위적인 장벽들은 제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신속한 분쟁해결 절차를 통한 피해보상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에너지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해 모든 기업에 재활용의무 등을 부여할 경우 미국 기업은 이 같은 의무가 ‘자국 내에는 없는 것’이라며 거부한 뒤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캐나다의 사례처럼 이 같은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결국 환경ㆍ노동권을 지키려면 투자와 분쟁해결 절차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법과 제도가 최대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역과 투자의 촉진이 환경ㆍ노동기준을 완화시키지 않도록 못박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호 국제변호사는 “FTA
협상에서 투자와 환경은 보완적 측면도 있지만 상충되는 면이 적지않다”며 “명확한 조항들을 적시해 양측의 충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14)
[한·미FTA 이것이 급소] <27> 허리케인 예보된 의약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농업계보다 더 큰 위기를 느끼는 곳이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다. 미국은 그동안 “의약품 분야 이슈의 진전
없이는 FTA 협상을 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밝혀 우리 정부는 당분간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신약검사시 미국 제약사의
제출자료를 축소하기로 하는 등의 양보를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세는 그칠 줄 모른다.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의약품에 별도
협상분과를 설치해 집중적으로 시장개방을 논의하자”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유력제약사의 한 임원은 “한미 FTA는 허리케인이 태평양을
건너오는 것”이라며 “협상이 타결되면 쓰나미가 덮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미국 정부 뒤에는 5,200억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의약품시장의 약 절반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최근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스크린쿼터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한국 의약품시장은 가격과 유통ㆍ라이선스ㆍ정부규제 등 미국 업체의 진출이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미 행정부와 재계는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도 최근 주목할 만한 신약개발의
성과를 올리고는 있지만 미 업체와 경쟁력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규모에서부터 비교가 안된다. 비아그라 제조업체로 유명한 미국
최대제약사인 화이자는 지난 2004년 52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약 53조원, 이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오너로 있는 국내
최대업체인 동아제약의 지난해 매출액(5,336억)의 꼭 100배다.
제약업계 주변에서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한미 FTA
추진에 찬성하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떠도는 이유다. 제약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미간 규모의 차이는 신약개발 등
질적 능력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며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협상에서 미 업체의 특허권 및
영업비밀 보호 강화대책을 주문하는 한편 의약품 가격인상을 부추길 신약의 약가책정 문제 등 현행 약가정책 전반에 대수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소비자 부담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오한석 간사는 “국내 제약사의 타격도 타격이지만 약값 상승으로
국민부담이 커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장은 FTA 협상에서 의약품 분과의 별도 설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분과를 별도로 두면 미국 측의 입장이 부각되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 결국 의약품시장 전반에 걸쳐 급격한 시장개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워낙 거세 의약품 분과의 별도 설치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약품시장의 완전개방이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전문의약품을 믿고 소비할 수 있는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지만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검 승부에 연습은 없다”며 “한번 KO 되면 그걸로 끝”이라고 반론을 폈다. 시민단체에서는
“과거 글리벡 사태처럼 약값이 너무 비싸 서민들은 복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먼저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15)
[한·미FTA 이것이 급소] <28> 후폭풍 예고하는 통상비밀주의

본지 시리즈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문서가 공개될 때마다 통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숨기는 데만 급급해 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관계상 좋지 않다’ ‘굳이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럴까. 전문가들은 한미 FTA
통상전략은 대외(미국)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를 대상으로 해야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ㆍ칠레 FTA, 쌀 등 과거 통상협상 때보다 몇 배 더
후폭풍을 불러올 한미 FTA 파급력을 고려해볼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정부 통상 비밀주의는 안된다 =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외부(미국)을 상대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국민들로 하여금 판단하게끔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긍정 효과는 물론 부정 효과도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한다”며 “협상일정이 빡빡해 매주 TV 토론회를 해도 제대로 알릴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연말을 협상 타결시점으로 볼 때 앞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9개월여. 하지만 본협상이 다가올수록 정부의 통상
비밀주의는 더욱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 같은 우리의 약점을 역이용, 양측이 합의한 사안 외에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우리 측에
요구까지 했다. 주무부처의 통상 비밀주의는 다른 현업 부처와의 의견단절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덧붙여 오는 5월 초
본협상 전에는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제조ㆍ서비스ㆍ금융 등 각 분야별로 협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이에 맞춰 우리의 통상전략을 수립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시스템 개편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룰 것이며 금융업 업그레이드가
목표라면 무엇을 해야 될지를 확실히 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 미국도 반글로벌 스탠더드 갖고 있다
= 이런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한 대외협상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글로벌 스탠더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외 없는 시장개방’ ‘글로벌
스탠더드’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미국이지만 한편으로는 약점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우리에게 100%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호주와 맺은 FTA 협상에서 총 교역상품의 11%를 양허(시장개방) 제외 품목으로 정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체결시도 교역상품의 1.2%에 대해 중장기 관세 인하ㆍ철폐가 아닌 영구 개방 제외로 분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규범과 제도 중에는 국제 룰에 어긋나는 것도 적지않다. 국제 화물운송(외항) 정부 조달에 있어 미국은 자국
업체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국가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덤핑 등 무역구제 제도에 있어서도 미국은 국제 룰과는
거리가 멀다. 덤핑 여부를 판단하고 마진(이익)을 따지는 기준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 이렇다 보니 반덤핑 관세율이 그 어느 국가보다 높게
매겨진다. 무역구제 제도 분야에서는 우리가 선진국이다
◇ 수세에서 공세로, 과거는 잊자
= 전문가들은 또 미국과 협상에서 과거를 잊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미 FTA에 앞서 수차례 열린 양국간 통상현안에서 우리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의 기술수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 측의 일방적 논리에 의해 묻히고 만 것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TA를 통해 미국은 이미 우리
서비스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십분 활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자동차ㆍ의약품 안전기준 등 우리가 만든 상품기준에 대해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라는 것. 상품기준의 상호인증은 일종의 기술무역 장벽.
우리가 거꾸로 미국에 기술무역 장벽을 허물어줄 것을 FTA를 통해 강력히 주문하라는 지적이다.
“협상에서 방어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미국도 약점이 많다. 우리 내부의견을 한데로 모으면서 미국과 맞서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FTA 통상 전문가의
고언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2006-3-16)
[한·미FTA 이것이 급소] <29> FTA와 한미동맹

참여정부가 데드라인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2의 개항에 비견되는 국가적 대사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급박하게 추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특히 한미 FTA는 여권의 전통적 지지세력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FTA 추진 배경에 의문을 품게 됐다. 더군다나 대선 정국이라는 회오리가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다. 민간 학계나 단체는 물론 정부 일각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한미 FTA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양극화 해소’ 이슈와도 어느 정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일관되게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무역확대 ▦서비스산업 고도화 ▦대외신인도 개선 및 외국인 투자증대 등 예상되는 경제효과도 있겠지만 한미 동맹을 강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삼으려는 외교ㆍ안보적 측면도 상당 부분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협정인 한미 FTA가 군사ㆍ안보 분야의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교ㆍ안보적 실익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오히려 중국을 자극해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한미 FTA가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임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국이 FTA를 통해 한미 동맹의 균열과
반미감정 등을 보완하는 한편 각각 경제ㆍ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을 대중 견제의 교두보자 전초기지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한미 FTA가 미국의 대(對)아시아 개입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해 정치ㆍ외교적인 기대가 상당함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FTA가 양국 동맹을 보다 호혜적이고 포괄적으로 승격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경제관계가 긴밀해지면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미국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미국보다 경제효과가 더 큰 FTA도 있어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한미 FTA와 대북
문제 빅딜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밝혔다. 유현석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이스라엘ㆍ요르단과 FTA를 체결한 것에서 보듯
FTA가 외교전략의 한 수단임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간 경제적 연관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의 외교ㆍ안보적
국익이 극대화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과 사람이 달라 FTA가
군사ㆍ외교적인 측면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각각 다른 국내적 이해관계가 있고 한미 양국과
제3국(중국ㆍ일본ㆍ북한 등)간 관계도 개별적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배성인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FTA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중국의 소외현상과 북한의 반발만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한미 FTA를 둘러싼 문제는 이처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유 교수는 “한미 FTA가 중국ㆍ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데 유리한 효과를 얻도록 하고 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는 비단 경제적인 이슈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3-17)
[한·미FTA 이것이 급소] <30·끝> 경제 전문가 30명 설문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를 통해 우리가 취할 것은 다름 아닌 ‘국익의 극대화’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가에 도움이 될까.
참여정부가 수 없이 강조하고 있는 FTA를 통한 서비스업 발전이 그것일까. 아니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승승장구 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한미 FTA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선스는 아직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반면
미국은 FTA를 통해 자국의 규범과 문화를 한반도에 적용시키겠다는 너무나도 확고한 원칙을 수립해 놓고 있어 우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방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제 전문가들 조차 한미 FTA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민관 연구소 및 학계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미 FTA가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도 상당했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없을 경우 FTA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
한미
FTA 국내 준비 미흡하다 = FTA 추진에 따른 국내 여건을 묻는 질문에 ‘매우 미흡’이 20.0%를 기록했다. ‘미흡’도 53.3%를 보여,
응답자의 73.3%가 한미 FTA라는 대 전쟁을 치르기에는 우리의 준비상태가 매우 취약함을 지적했다. 반면 ‘충분’은 단 한명도 없었으며
‘보통’은 26.7%에 불과했다.
한미 FTA 협상 시기가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라는 대답이 56.7%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너무 이르다’와 ‘판단키 어렵다’ 등도 각각 30.0%, 13.3%에 달했다.
적절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들 조차 ▦ 전
세계가 FTA 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과 ▦ 이익집단의 내부 반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한미
FTA 지상주의에 빠져 내부는 보지 않고 무턱대고 밀어 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FTA 경제효과,
득 되나 효과는 의문 = FTA 체결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40.0%가 GDP 증가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경제에 도움은 주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50.0%에 달했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긍정 요소를 주는 것은 사실이나 자칫
경제 양극화를 심화 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FTA가 양극화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한 나머지
개방 폭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63.3%가 95% 이하로 대답했다. FTA에서 95% 이하 개방 폭은 중간 수준이다. 반면 95~98%
26.7%, 99% 이상은 10.0%에 불과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즉시 개방 보다는 한국의 실정을 고려, 부분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분 개방은 농축산물 분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일부 품목을 양허 제외로 넣어야 된다는 응답이 76.7%를 차지했다. 상당수를
개방제외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16.7%에 달했다.
◇ 정부, FTA 정보 공개 적극 나서라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 임을 강조했다. 정부의 정보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86.7%, 즉
10명 중 9명 가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모 전문가는 “정부가 현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한다면 한미 FTA에 따른 사회적 합의는 기대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양국간 협상력의 경우 미국 우세가 86.7%, 반면 한국이 더 낫다는 지적은 3.3%에 불과했다.
이유는 경제력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정보 공개를 통해 단일된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숨기는 데 급급,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 서비스 분야, 교육 파트 최 우선 개방 = 서비스 시장 중 교육이 가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6.7%로 1위를 기록했다. 교육 만큼은 과감한 시장 개방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 뒤를 법률ㆍ회계 26.7%, 의료
23.3% 등이 이었다.
FTA로 가장 큰 이익을 볼 국내 산업 분야 역시 제조업 36.7%, 서비스업 30.0% 등의 순으로
1ㆍ2위를 보였다. 서비스업의 경우 한미 FTA로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나 동시에 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경제 / 이종배 기자, 손철 기자 2006-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