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기업 해체시키려는 나라, 한국외에는 상상하기 힘들어”

“스타 기업을 해체시키려 하는 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일자는 ‘한국은 삼성을 해체시킬 것인가(Will Korea break up Samsung?)’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기업의 우상인 삼성이 그룹 내 상호출자구조를 와해하려는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뉴스위크는 기사에서 “최근 5년간 이건희(李健熙) 회장 일가의 재산은 2배 이상 늘어 43억 달러가 되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은 20배 이상이나 올라 1000억 달러에 달했다”며 재벌을 규제하는 한국의 기업 환경과 부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 때문에 이 회장 일가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기사는 서울 주재 투자 자문가인 토니 미첼 씨의 말을 인용해 “이 회장이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 2위 재산가인 홍콩의 리자칭(李嘉誠)이었다면 재산을 얼마나 늘렸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며 “한국은 돈을 가진 것을 남에게서 훔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공산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스위크는 “이 회장은 한국에서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강한 개혁가이자 존경받는 기업인”이라며 “그는 불과 10년 동안 메모리칩, 휴대전화, 디지털 기기 등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금융회사가 여타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가 취하려 하고 있으며 그 주 목표는 삼성이라고 전한 뒤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앞으로 삼성은 법적인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여론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기대에 따르겠다”고 말해 삼성이 금융과 전자 두 부문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 유윤종 기자 2006-2-16) 

[fn사설] ‘한국은 삼성을 해체할 것인가’

‘한국은 삼성을 해체할 것인가’

미국의 유력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오는 20일자에서 “삼성은 한국 기업들의 우상이기도 하지만 삼성의 복잡한 상호출자구조를 와해시키려는 국회의원들과 막강한 시민단체들의 주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가 ‘한국은 삼성그룹을 해체할 것인가’라는 기사에서 “삼성같은 스타 기업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삼성 내부에서 그룹 해체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고 소개한 내용은 우리 국민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 잡지가 “한국 사회는 공산주의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은 보도에서는 악의적인 대목도 엿보인다.

뉴스위크의 이런 보도는 안팎에서 잘나가는 삼성그룹을 해코지하고 우리나라 이미지에 손상을 주기위해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해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 우리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무조건 해외 언론의 오그라진 보도 태도를 원망하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정치권 및 재계 일각에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은 삼성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논란이 공공연히 빚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해외 언론에 흠집만 잡히고 나아가 국내 기업 활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이 윤리경영 및 지배구조에서 보다 더 투명해져야 하는 것은 긴말이 필요 없지만 국내 기업,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을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군기’를 잡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서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지금 세계적으로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혁신,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기업가 정신함양’을 중요한 교육 목표로 삼았다는 소식은 우리의 반기업 정서로 미루어볼 때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반기업, 반부자 정서가 확산돼서는 곤란하다. 해외 언론에서 우리나라를 ‘공산주의 사회’ 운운하면서 폄훼하는 허점을 보여서는 자칫 우리나라가 시장 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인지조차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2006-2-15)

[매경포럼] 사죄보다 화해가 넘치는 사회

이 시대 한국 사회엔 사죄(謝罪)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 기업 총수도, 장관도, 과학자도 모두 사과ㆍ사죄하기에 바쁘다.

5개월간 외국에서 생활하다 지난 4일 전격 귀국해 휠체어에 몸을 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년간 (삼성이)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흘 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했다.

"이건희 회장은 그 동안 기업 경영에는 온 힘을 쏟아왔지만 정작 우리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뜻에 부응하는 데 소홀했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으며 특히 정치자금과 자식들에 대한 증여 문제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와 함께 이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인사들은 "삼성그룹의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오죽 했으면 이런 발표를 했겠느냐"는 안타까움도 숨기지 않았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기자 회견에서 "밖에 나가서는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지, 들어와서는 사회봉사 해야지, 아마 샌드위치일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 위크는 "스타 기업을 해체시키려는 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외엔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경기도 파주 임야의 부동산 투 기 의혹과 관련해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하지만 투기는 결코 아니다"면서도 " 고위 공직자로 임명되는 마당에 부동산 투기라는 얘기가 오르내리는 것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도 78건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민망한 일이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오피스텔 임대소득 1000만여 원 신고 누락에 대해 "관련 규정을 잘 몰라 신고하지 못했는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건강과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위장 전입이 있었지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말 시위농민 사망에 대해 사과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민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

노 대통령은 이전에도 생수회사 장수천 투자 논란,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 SK 비자금 수수 의혹, 대선자금 및 측근ㆍ친인척 비리 사건 등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린다" "거듭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했던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정치자금법을 위반 한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2월 초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비롯한 민청학련 사건, 1 964년 인혁당 사건 등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자행된 권력의 오용과 남용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불법 도ㆍ감청 사건과 관련해 "저희가 확인한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몇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용서를 빕니다" "저를 성원해 주신 분들에게 사죄합니다."

사과ㆍ사죄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위법에 대한 사과도 있고 불법은 아니지만 삼성과 같이 국민 정서를 감안한 사과도 있다. 세상의 잣대가 바뀐 탓도 크다. 과거에는 음주운전 정도는 술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한두 번 정도 저지를 수 있는 경범죄로 생각됐지만 그런 기록 때문에 군 장성이나 검사장 인사에서 불 이익을 받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했다. 외교부 국장이 6자회담 대표 후보에서 탈락했다. 사과하는 사례가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만 나무랄 수는 없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이니 만큼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는 과정의 성장통 내지 시대의 아픔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완벽할 수만 있겠는가. 시쳇 말로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있겠는가. 온 사회가 지나치게 사과ㆍ사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사죄보다는 기회를 주고 용서와 화해의 강물이 넘쳐나는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용성 편집담당 상무>

(매일경제 2006-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