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절반 가량은 이런 저런 정신질환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듀크대 메디컬센터 정신병 의사들의 최근 연구자료를 인용해 지난 1789년부터 1974년까지의 전직 미국 대통령 37명 가운데 거의 절반이 생의 한 시점에서 정신 질환을 앓았다고 보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너무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어 친구들은 그가 자살을 시도할까 걱정했고, 링컨 대통령 시절 장군으로 있다 18대 대통령직에 오른 율리시스 그랜트는 종종 사교 행사를 회피하고 알코올에 빠져 살기도 했다는 것.

또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은 조울증에 시달렸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진뒤 술을 심하게 마셨으며,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은 10대 아들이 죽으면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정신질환은 아니지만 제27대 윌리엄 태프트 전 대통령의 경우 잠을 잘 때 숨을 쉬는데 어려움을 겪는 수면성 무호흡증을 앓았고, 중요한 회의석상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

듀크대의 조너선 데이비드슨 박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비록 최선은 되지 않겠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점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듀크대 조사팀은 역대 대통령에 관한 문서와 전기 등을 토대로 그들의 증세 목록을 작성하고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정신질환을 앓은 대통령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재임중에도 질환을 앓았고, 질환 종류로는 우울증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질환 저널(The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간접적 진단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직 대통령 37명의 일생에서 발견된 정신 질환의 비율이 미국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 정신질환이 발견되는 비율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매디슨, 헤이스, 그랜트, 윌슨 전 대통령도 젊은 시절 그렇게 잘 나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비쳐졌을 것"이라면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영혼들을 너무 일찍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 이래운 특파원 2006-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