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오염복구비 눈속임 시도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을 우리 정부가 대부분 떠안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미국 쪽에서 정화 비용을 부담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에서 다른 명목으로 올려준다는 등의 편법을 검토했던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한겨레>에서 입수한 환경부의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 대책’ 문서(지난해 10월4일 작성)를 보면, 정부는 미국 쪽에서 우리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경우, ‘양보 고려 가능 방안’으로 △2006년 방위비 분담금 협의 때 타명목 비용증액 지원 △용산기지 이전사업 때 한국 쪽 비용분담 사업 비율 확대 등을 검토했다. 이런 방식의 비용 지원은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을 미국 쪽에서 부담하면 우리 정부가 다른 명목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두 가지 방안 뒤에는 괄호로 ‘국방부’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런 방안을 국방부가 제시했다는 것인지, 국방부에서 담당할 일이라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환경부 쪽의 일방적인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담금으로 해결하려면 국방부·총리실·기획예산처 등이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문서에는 또 정부가 차기 주둔군지위협정 및 관련 합의서 개정을 협의할 때, 미국이 새로 건설하는 미군기지 시설의 반환시 잔존가치를 적용한 한국 쪽 매입비용에서 오염 정화 비용을 상계처리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으로 제시돼 있다. 이는 독일의 미군기지 환경오염 비용 처리 방식이다.

그동안의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협상에서, 미국 쪽은 ‘인간 건강에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오염만을 치유’하겠다고 주장했고, 한국 쪽은 ‘국내법에 제시된 환경기준 이내로 오염 치유’를 하도록 요구했으나, 최근 대부분의 비용을 한국 쪽이 대기로 결론이 난 상태다.(5c<한겨레> 2월9일치 1면 참고)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한 미군기지 15곳 가운데 토양이 오염된 13곳의 정화 비용(<한겨레> 2월8일치 1면 참고)을 ‘가 지역 기준’ 550억~700억원, ‘나 지역 기준’ 140억~170억원으로 추산했다. ‘가 지역’은 땅의 용도가 논·밭·임야·학교·공원 등이며. ‘나 지역’은 공장·도로·철도 등이다.

(한겨레신문 / 성한용 기자 2006-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