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공동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기부 "참여 포기"

미국이 이달 들어 원자력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키로 한 '원자력 독과점 체제'(범 카르텔)에서 한국이 빠지게 생겼다. 우리 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미.일본.프랑스 등 9개국이 지난해 서명한 '차세대 원자로(Gen Ⅳ) 개발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는 14~16일 일 후쿠이현에서 열리는 '나트륨 냉각 고속원자로(SFR) 개발 프로젝트' 서명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과기부 이문기 원자력국장은 이날 "나트륨 냉각 고속원자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서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우리 부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냉각 원자로는 차세대 원자로 계획 9개 참여국이 공동 개발키로 한 원자로 여섯 종류 가운데 한국 기술이 유일하게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로 이 기술의 국제 공동개발사업에 불참하면 국가적 손실이 크다고 학계는 우려했다.

A대학 원자력 전공의 B교수는 "미국이 세계 원자력 질서의 새판을 짜려는 마당에 우리가 그나마 기여할 능력이 있는 원자로 분야의 개발사업 참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한국이 이 사업에 불참할 경우 미국이 구분을 주도하는 '기술 있는 나라'와 '기술 없는 나라' 두 그룹 중 후자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게다가 원자력 카르텔에서 소외될 경우 기술 선진국들의 담합으로 이들이 공급하는 원자력 연료를 선택의 여지 없이 사서 써야 하는 등 원자력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이번 SFR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고 ▶향후 10년간 1700여억원의 과다한 연구비를 들여야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 기술이 해외에서 상용화되길 기다려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6개 참여국이 한국만 빼고 모두 핵 보유국이어서 개발 성공 후 한국을 수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새뮤얼 보드먼 미 에너지부 장관은 6일 원자력 카르텔과 관련한 '국제 핵 에너지 파트너십'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도국이 원자력 원료를 핵폭탄 개발로 전용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핵연료 공급 서비스를 원자력 선진국들끼리만 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중앙일보 / 박방주 기자 2006-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