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백수를 아느냐"…진짜 백수들이 만든 ''백수통신'' 나와

“우리 백수들은 여의도에서 잘 팔리는 ‘안주’다. 걸핏하면 청년실업 문제를 논하며 정치권에서 마구 씹어댄다. 요즘은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그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 백수통신 아이디 ‘밤일 꾼’

“우리 백수는 TV 고정게스트다. 뉴스에선 뻑하면 청년실업 뉴스로 일주일에 한번은 꼭 우려먹는다. 근래에는 우리에게 그럴싸한 닉네임도 지어줬다.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Employment or Training), 아무 하는 일 없이 직장을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청년 무업자를 (나무라듯)부르는 호칭이란다.”

– 아이디 차마짱

“우리를 흥분케 한 TV개그프로그램 ‘현대생활백수’… ''안 되겠니''라는 유행어를 퍼뜨리며 자칭 ''부탁 개그''의 창시자로 떠오른 고혜성 씨는 우리세계의 지도자 혹은 고수로 통한다.”

– 아이디 스카이

월간지 ''백수통신’ 창간호 목차 <백수, 말…말…말>의 한 대목이다.

진짜 백수들이 모여 제작한 월간지 ‘백수통신’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일명 ‘백수들의 역적 프로젝트’인 ‘백수통신’은 그들의 솔직한 심정을 까발리는 잡지로써 포털사이트 다음카페 백수회관(cafe.daum.net/backsuhall) 운영자 주덕한 씨(39)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1차 기획회의는 임시 편집기획실인 ‘강남청소년취업관’서 열렸다. 주덕한 운영자와 7명의 창간 멤버들로 진행된 기획회의는 실로‘난상토론’이다. 잡지내용과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다가도 현 정부의 취업정책에 대한 언급이 시작되면 샛길로 빠져 돌아올 줄 모른다. 이들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다. 취재를 시작한지 3시간 남짓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획회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7천여명 회원들로 구성된 ‘백수카페’, 회원 모두가 대상타켓이자 잠재독자이다. 이들은 카페 회원들을 객원기자화 하며 조회수 높은 내부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전국 백수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번 창간호에선 백수의 기준을 정하도록 하죠. 잠재백수, 후원백수, 순수백수 등등…”

주 씨의 깜찍한 제안이 터지자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던 회원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글로벌 백수 네트워크 어때요. 전 세계의 백수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거에요” “대학시절 기발한 부업으로 유명했다는 연예인 노홍철 씨를 홍보대사로 추천할께요” “명동 길거리에 대형 게시판을 설치해 백수들의 신문고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날 회의에서 설전을 벌인 안건은 특집인터뷰의 대상 선정이다. 5년째 백수아들을 둔 어머니와 ‘석봉 토스토’ 김석봉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 이외 대기업임원 출신에서 웨이터로 변신해 화제를 모은 서상록씨, 학창시절 성격개조학원과 여행사 등을 개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연예인 노홍철씨,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라며 ‘무대뽀 정신’을 강조하는 고혜성씨 등이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2부 편집·기획회의에선 잡지 발간을 위한 예산마련 계획에 촛점이 맞춰졌다. 사뭇 진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회의는 무척 간단하게 끝났다. 백수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노동 집약적이면서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청객 알바’로 의견이 모였다.

회의가 끝날 무렵 주덕한 씨는 이번 잡지의 창간의미를 되새겼다. “자칫 기존의 취업정보지를 모방해선 곤란합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백수라는 점에서 ‘백수통신’은 나름의 설득력을 가집니다. ‘취업병’으로 자살한 친구들, 명절이면 찬밥신세를 당하는 친구들이 당당히 이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최고의 정보를 제공토록 노력합시다.”

현재 이들은 홍대 앞에 작은 사무실을 꾸리고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파티 혹은 공연 관련 온라인 카페들로부터 협찬을 받아 잡지 알리기에 ‘올인’ 한다는 방침이다.

백수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낼 ‘백수통신’은 내달 1일 ‘3·1절’에 첫 인쇄될 예정이다.

(세계일보 / 류준영 기자 2006-2-8) 

‘일할 생각 전혀 없는 니트족’ 80만명 추산

직업이 없으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15∼34세 사이의 니트(NEETㆍ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족 가운데 직장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제7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원은 ‘청년 니트의 실태와 결정요인 및 탈출요인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4년 기준으로 국내 니트족은 121만4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15~34세 전체인구 1,450만명의 8.4%에 해당한다.

전체 니트족 중 일자리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족이 80만6천명에 달해 직장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구직 니트족(40만7천명)의 2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구직 니트족은 1995년 전체 15∼34세 인구의 1.6%에서 2003년에는 5.1%로 3.2배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이런 니트족 증가추세는 니트족이 사회문제가 된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비구직 니트족이 97년부터 2002년까지 18.3%(71만6천명→84만7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87.1%(31만8천명→59만5천명)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남재량 연구원은 “부유한 가정의 나태한 자녀들 사이에서 니트족이 많은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학력이 높을수록 아버지의 학력이 낮고 비정규직 상태에 있을수록 1인당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니트족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또한 “한 개인이 니트족 상태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1.43년으로 추산돼 니트족이 아주 정체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30% 가량은 니트족 상태에 안주하려고 해 ‘은둔형 외톨이’ 등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트 상태에서 빠져나온 것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은 니트족이 취업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전남·전북·충북의 경우 낮아 지역균형발전이 니트족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니트족은 △직장일은 물론 가사·육아도 하지 않으면서 △입시·취업 교육도 받지 않고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매일노동뉴스 / 김소연 기자 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