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명칭변경 백지화, 원점 재논의"

충남대는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방침을 백지화하기로 14일 결정했다.

충남대 최진혁 정책홍보실장은 이날 충남대 본부 회의실에서 양현수 총장을 대신해 밝힌 입장을 통해 "학내외의 부정적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 명칭 변경을 백지화하고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긍정적이고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번 명칭변경과 관련한 애정어린 관심과 충고에 감사드린다"며 "고 정심화 이복순 여사의 고귀한 뜻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충남대는 오는 16일 학무회의를 통해 일명 '김밥할머니'로 불린 고 이복순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물의 명칭공모는 물론 기부자의 뜻을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충남대측은 그러나 "많은 질책과 비판을 접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며 "충남대 장기적 발전을 위해 명칭을 변경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생긴 오해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그동안 충남대 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부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한 충심에서 국제문화회관 내에 '명예의 헌당'을 조성해 활용하고자 한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의 일던 당시에는 나오지 않았던 얘기여서 충남대측이 뒤늦게 비난을 면하기 위한 구실을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측은 그동안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국제교류원과 언어교육원 건물이 새로 건립되면서 국제적인 면모를 갖춘 새로운 명칭이 필요했다"고 밝혀왔다.

대학 측이 현 명칭 유지입장을 밝히지 않고 또다시 재공모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논란이 여지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00년 국제문화회관 개관당시도 이복순 할머니의 숭고한 뜻이 회관이름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2년 명칭공모를 거쳐 개명한 이름이 현재의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이기 때문이다.

또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 양 총장이 직접 나오지 않은 점도 뒷말을 남기고 있다. 양 총장은 당초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했으나 미국 출장 등 누적된 피로로 몸이 좋지 않다며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명칭 변경 배경으로 제기된 양 총장의 종교 때문이라는 설과 특정인의 후원금을 염두한 것이라는 설 등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학측은 그동안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도 "총장님이 안 계셔서 어떤 결정도 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대는 전 재산을 기증한 고 이복순 할머니의 법명(정심화)을 오는 3월부터 기존 건물이름에서 빼기로 해 "기부문화의 이정표를 지우려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김밥할머니' 고 이복순(1992년 11월 타계)씨는 평생 김밥 행상을 하며 번 돈으로 조금씩 땅을 사둔 것이 큰 재산이 되자 1990년 외아들에게 상속하는 대신 충남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이씨는 기탁 당시 "돈없어 공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말 한 마디만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뒤늦게 이름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 심규상 기자 2006-2-14) 

충남대생 촛불집회, "김밥할머니 이름 지켜주세요"

"김밥 할머니의 이름을 지켜주세요"

`김밥할머니 회관'으로 더 유명한 충남대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의 이름을 지키자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촛불집회로 번지고 있다.

8일 오후 5시 충남대학교 대학본부 앞 잔디밭에는 열린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개명반대 촛불집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개명 반대의 촛불을 밝혔다.

또 집회장 곳곳에는 `총장님 부끄럽습니다',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개명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영은(정외과)씨는 "학교일에 무관심했던 제 자신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집회에 참가했다"며 "우리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 사랑하는 학교의 명예를 지켜가자"고 울먹였다.

박대희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갑작스런 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은 그만큼 학교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명칭 변경은 학교 운영 자체를 망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과학대학 8개 학과가 참여한 성명서를 통해 `정심화를 빼면 국제화가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학교측의 논리에 분노한다'며 `양현수 총장의 공개사과와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의 명칭 개정을 전면 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집회 중간중간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총장님 부끄럽습니다"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총장님의 이번 결정에 감사한다'는 항의성 상장을 대학본부 현관에 붙이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조한세 자연과학대 학생회장은 "그동안 인터넷 게시판과 오늘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대학 본부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의 이름을 지킬 때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성표 기획처장은 "이번 명칭 변경은 정심화 여사의 깊은 뜻을 살리면서도 국제화된 공간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논의와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각계의 여론은 수렴하겠지만 학교의 공식 결정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가 최근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주변에 건립되는 국제교류원 등의 개관에 맞춰 3월부터 이 회관의 명칭에서 기부자의 법명인 정심화를 떼어내고 `국제문화회관'으로 변경키로 하자 네티즌 등으로부터 `숭고한 기부정신을 저버렸다'는 거센 항의를 받고있다.

(연합뉴스 / 윤석이 기자 2006-2-8)

‘김밥할머니 논란’ 충남대 거짓 공고까지

충남대가 국제문화회관 이름을 바꾸면서 김밥 할머니를 상징하는 ‘정심화’ 이름을 의도적으로 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8일 제기됐다.

충남대는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cnu.ac.kr) 공지사항 일반소식란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 변경 안내’ 공고를 내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명칭 변경 검토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1월 15일부터 보름 동안 명칭 공모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명칭 공모에 앞서 이 대학 구조개혁위원회는 11월 10일 학무회의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옆에 국제교류원과 언어교육원이 지어져 국제적인 교육문화단지 여건을 갖춤에 따라 국제적인 의미를 함축하는 새로운 명칭 부여가 필요하다’며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구조개혁위는 이어 지난달 16일 ‘정심화’를 뗀 명칭 변경안을 학무회의에 보고했다. 구조개혁위는 부·처장 등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위는 이 학교 구조개혁추진단이 지난해 5월 보령 임해수련원에서 열린 1차 교직원 워크숍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뒤 꾸려진 것으로 확인돼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 변경 여론조사가 2달여 앞서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3월 현 양현수 총장이 취임했다.

이 대학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서 이 공고를 삭제했다. 학교 관계자는 “언제부터 명칭 변경 요구가 있었고 여론 조사가 진행됐는지 잘 몰라 지난해 3월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공고한 것”이라며 “명칭 변경을 놓고 불필요한 추측성 논란이 잇따라 조용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최진혁 정책홍보실장은 “처장급 간부회의를 열어 명칭 변경이 학교 발전을 저해하는 것인지 논의해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3일째 이 대학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과 ‘김밥 팔아 50억 기증한 할머니의 뜻을 지키자’는 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학 학생 1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대학본부 앞에서 ‘정심화국제문화회관 개명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총장님 부끄럽습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등 구호를 외친 뒤 대학본부에 배은망덕상을 수여했다. 학생들은 학교 쪽이 개명을 철회할 때까지 매일 오후 5시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양고은(24·법대4)씨는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이 주로 대중 공연장 등으로 임대돼 정심화 할머니의 뜻과 어긋나게 사용되는 것도 못마땅했는데 학교가 ‘정심화’이름마저 떼는 잘못을 저질러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학교는 그동안 학생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최근 학무회의에서 장기적인 학교 발전 계획과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이름을 국제문화회관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해 재학생·동문들과 누리꾼들로부터 ‘은혜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심화는 지난 1990년 이 대학에 50억원대 재산을 기부한 고 이복순 여사의 법명으로, 기부한 재산은 이 여사가 39살에 남편을 여의고 김밥을 팔아 자녀를 키우며 모은 것이다. 이 여사는 1992년 별세했다.

(한겨레신문 / 송인걸 기자 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