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시위는 일반 시위와 다르다?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안성기, 장동건, 최민식, 박중훈(위쪽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
스타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배우, 제작자등이 농성에
들어갔는가 하면 스타들의 1인 시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들의 정부의 스크린 쿼너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는
농민시위, 노동자 시위 등과 사뭇 다른 양태와 반응이 들어나 눈길을 끈다.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와 관련한 시위는 집단으로 행진
등을 하면서 요구 사항와 구호를 외치는 일반적인 시위 형태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대중매체와 대중의 동원력이 높은 스타 1인을 내세운 1인시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일 영화배우 안성기를 시작으로 박중훈, 장동건을 거쳐 7일 최민식에 이르기까지 스타들이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스타 1명이 서울 문화관광부와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광화문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타나 대중매체 기자들을 위한 사진포즈와 입장표명을 한뒤 간단한 기자회견을 한뒤 1인시위에 들어간다.
1인
시위지만 스타들의 파괴력과 영향력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위현장에서 볼수 없는 100~2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려드는데다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일반 시위에 못지 않는 대중을 동원하고 있다.
5일에 있었던 장동건의 1인 시위에는 팬과 시민 2,000여명이 몰리는
엄청난 관심을 증폭시켰다. 또한 스타 시위에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반 시위에서 보여지는 경찰과 대립이나 폭력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스타의 시위현장의 상당수가 스타의 얼굴을 촬영하기위해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스타 촬영에 열을 올리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들의 1인 시위는 기존 1인시위와 달리 파급력이 커 대중의 공감대를 확보하며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동조를 했던
사람들을 철회를 지지하는 스타들의 입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스타들의 1인 시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의 위축 심지어는 사멸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인식이 스타들을 촬영장이 아닌 길거리 시위장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마이데일리 / 배국남 기자 2006-2-7)
“스크린쿼터는 문화 다양성을 지키며 문화간 교류를 이뤄내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로버트 필론(59)
문화다양성연대(CCDㆍCoalition for Cultural Diversity) 국제운영위원회 의장이 국내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에서 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필론
의장은 미국이 자유시장 논리를 앞세워 스크린쿼터 축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결국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을 독차지하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시장 포화 상태에 도달해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천문학적 마케팅비로 한국시장을
공략할것”이라는게 필론 의장의 판단이다.
필론 의장은 한국영화가 미국영화의 본격 공세에 맞서지 못할 것이며, 결국 미국은
스크린쿼터의 폐지를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양보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이 몇 달만 버텼어도 스크린쿼터 축소가 협상의 전제조건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문화와 경제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자국 문화를 지키지 못한 국가는 세계무대에서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너무 큰 값을
치루고 시작하는 협상이니 제고돼야 합니다.”
(한국일보 / 라제기 기자 2006-2-7)
"20%로 줄여도 미국은 만족 못할 것 캐나다와 멕시코, 어느 길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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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연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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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연대(CCD)는 말 그대로 한 나라 문화가 전 세계를 독식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지키자는 문화 다양성을 위한 연대기구다.
캐나다 CCD는 영화뿐 아니라 책·음악·텔레비전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32개 전문직
기구를 주관하는 상부단체.
그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 33개국에 유사 기구가 있는데 국제기구인 CCD는 90개 나라 600개
단체가 가입해 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문화다양성 연대기구. 지난해 10월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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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의 40% 스크린쿼터는 합리적이다."
국제 문화전문가 단체인 '문화다양성연대(CCD:
Coalition for Cultural Diversity)' 국제운영위원회 이사장이자 캐나다 CCD 부회장인 로버트 필론(Robert
Pilon)씨가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내한했다. 한국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앞서 한국영화의 스크린쿼터를 현행
40%에서 20%로 대폭 축소한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지난 1989년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문화 분야를 예외로 정했다. 1993년 멕시코, 캐나다, 미국이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도
캐나다는 문화 분야를 제외시켰다. 반면에 멕시코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뒤 연간 10여편에 그칠 정도로 자체 영화산업이 몰락했다. FTA 체결
전까지만 해도 한 해 영화가 100여 편이나 제작됐던 나라가 멕시코다.
로버트 필론씨는 "어떤 나라도 자국문화 유지를 주장할 권리,
자기 문화를 즐길 권리,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면서 "균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하면서, 오는 8일 오후 2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광화문에서 여는 집회에 참석한 뒤 10일
출국한다.
미국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에 집착하는 이유
다음은 로버트 필론씨의 발언 요약이다.
"캐나다에도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를 다른 상품과 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 문화는 한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
우리 정부는 우리 문화를 유지·개발하는 정책을 계속
고집했다. 미국과 협상하면서도 권리를 계속 주장했다. 그래서 조항을 만들었고, 문화지원 정책을 계속 펴나갈 권리를 갖게
됐다.
'미국 영화협회 시장통계(US MPAA market statistics)'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왜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지 알 수 있다. (통계 그래프를 보여주고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영화 제작비는 4~5배나
올랐다. 영화 한 편당 2100만 달러이던 제작비가 1억2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특히 마케팅비가 많이 올랐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4천만
달러가 들어간다. 이 정도 자금력은 가진 곳은 할리우드밖에 없다. 하지만 이만한 자금충족을 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해마다 평균 200편의 영화를 제작한다. 2001년 170억 달러이던 게 2004년엔 250억 달러가 됐다. 그런데 미국 국내시장은 (수입이)
거의 비슷하다. 해외시장 수입만 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전체 수입 가운데 해외수입은 1/3밖에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다.
해외수입이 2/3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 수입은 1/3로 줄었다. 미국내 시장은 지금 포화상태다. 자금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 영화시장 60%는 해외에 내줬다, 그런데 더 달라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럼 생각해보라. 미국이 왜 영화에 압력을 넣나? 할리우드 자금력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영화에
집착하는 거다. 그래서 미국은 5~6년 전부터 꾸준히 한국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한 것이다.
댄 그릭크먼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이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부 정책은 '인위적'이라며 자유경쟁과 시장논리를 주장했다. '인위적 정책'에 스크린쿼터가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유경쟁 논리를 따라 시장을 열어야지, 인위적으로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할리우드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화 한 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어찌 자유경쟁을 말할 수 있나. 소비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수도 없다. 자금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인위적이다. 이건 자유 시장 경쟁이 아니다. 미국 상품은 자유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소비자한테 자유를 준다며 음모를 감추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미국의 자금력으로부터 자국의 시장과 자국 문화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대처 반응일 뿐이다. 스크린쿼터를 고수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합리적이다. 한국 영화는 스크린쿼터가 40%였다. 달리 말하면 60%는
해외시장에 줬다. 그런데 미국은 거기에 만족 못하고 더 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가 넘었기 때문에
스크린쿼터가 필요 없다고? 그건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이 그걸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20%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게 그 결과다.
두 가지를 말하겠다. 하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침략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TV와 신문을 통해
마케팅도 훨씬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둘. 미국은 20%에 만족하지 못한다. 점점 더 줄이라고 할 것이다. 다른 국가 실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한번 오픈하면, 갈수록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질 것이다."
(오마이뉴스 / 조은미·남소연 기자 2006-2-7)
반토막 의무상영일수의 진실 스크린쿼터 73일 축소 논란
지난 1월 26일,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선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맞춰 스크린쿼터가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는 지난
2004년 4월 ‘스크린쿼터제의 경제적 효과와 한미 투자협정’이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의뢰로 진행되었으며
유관 분야 5인의 학자가 공동 연구한 결과였다. 당시 스크린쿼터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17대 국회의 96%가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2003년 참여정부 초기부터 경제 불황과 실업률 급증 등의 이유로 대미무역관계에서 국익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휩싸이던
와중이었다. IMF 시기였던 국민의 정부 당시 외환 위기 극복 전략의 일환으로 검토됐던 한미 BIT(Bilateral Investment
Treaty,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투자에 관한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양자간 투자 협정)가 참여 정부에 들어서 외국인투자 유치를 꾀하는
매력적인 카드로 등장하자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스크린쿼터제가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이해영 교수연구팀에 연구를 맡기고
5개월을 기다렸다.
기다린 결과는 보람이 있었다. 연구팀은 스크린쿼터연대(전신 스크린쿼터감시단)의 감시 활동이 시작된 1993년 이후 2002년까지의 자료를
근거로, 한국영화 허위상영일수를 변수로 관객점유율과 시장점유율을 산출한 뒤 이를 영화산업규모(2003년 기준 4조 4천억 원)에 맞춰 액수로
산출했다. 연구팀은 의무상영일수 1일 축소시 약 327억 원, 10일 축소시 약 3,084억 원, 20일 축소시 약 5,736억 원, 50일
축소시 1조1천억 원이 넘는 영화 시장 축소 효과가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경제단체가 아닌 영화계에서 스크린쿼터의 경제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나 연구팀은 절반 축소, 즉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는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았다. 최대
50일이 그들이 설정한 마지노선이었다.
왜 73일 축소인가?
1985년 개정된 5차 영화법은 극장이 자국 영화를 일정 기준 일수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 스크린쿼터제를 연간 상영
일수의 40%(146일) 이상으로 규정했다. 한국영화가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던 90년대 후반까지는 한국영화를 상영한다고 관할 구청에 신고한 후
실제로는 외화를 상영하는 허위공연신고를 하는 극장이 빈번하게 적발됐으나, <친구>가 흥행한 2001년 상반기부터 한국영화
일수점유율(37%)이 시장점유율(38.3%)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되며 반등세를 이어가다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2001년 50.1%, 2002년
48.3%, 2003년 53.5%, 2004년 54.2%, 2005년 59%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00년 35.1%였던 시장점유율이 5년째
일수점유율 40%를 상회하고 있을뿐더러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만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제 극장은 의무적으로 상영 일수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이제는 스크린쿼터제 없이도 한국영화가 자생력을 갖지 않느냐는 축소
논리가 여기에 기인한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 2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국가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 협상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며 “오는
7월 1일부터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축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부총리는 97년 통상산업부 차관 시절부터
꾸준히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해온 인물이었으나 73일 축소는 그간 한덕수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료들이 공식적으로 주장해온 축소 폭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같은 축소 폭의 경제적, 문화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스크린쿼터가 73일로 축소되더라도 지원 등을 통해
100일 안팎의 한국영화 상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100일 안팎으로 볼 수 있는 96일이나, 혹은 70일,
80일도 아닌 146일의 딱 절반 73일 축소를 발표했을까?
FTA 개시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건태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은 2월 1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FTA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와 쇠고기 수입 재개 등 4가지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를 수용했음을, 다시 말해 한덕수 부총리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 단독 결정"이라고 한 발언을 뒤집었다. 그는 또 “146일에서
73일로 줄인 것은 지난 1999년 국민의 정부 때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미국 측에 제안했던 그대로”라고 밝혔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7월 김 대통령의 두 번째 방미 직전인 6월 21일 영화인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최근 미국이 외교통상부를
통해 현행 146일에 달하는 스크린쿼터를 18일 축소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협상이라는 게 상대방도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스크린쿼터 축소를 시사해 방미 전 영화계 및 34개 시민단체가 ‘굴욕적 한미투자협정 반대를 위한 범국민 보고대회’를 24일 개최,
임권택 감독 등이 삭발을 하고 나서는 등의 강경 노선을 펴게 한 도화선을 만들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곧 “김 대통령 7월 방미 시 투자 협정이
확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후퇴를 했다. 그렇다면 박지원 전 장관은 영화인들에게는 18일 축소한 128일로 얘기하고, 미국 측에는 73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일까? 아니면 현 정부가 전 정부에 떠넘기기를 하는 것일까?
왜 미국은 집요한가?
익명을 요구한 모 일간지 재정경제부 출입 기자는 “73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걸로 안다. 미국은 스크린쿼터 문제로 여러 차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요구했을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관계가
정치, 외교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었을 테고, 미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 시장 개방의
교두보로서 한국과의 성공적인 FTA 협상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문제를 이번에는 끝내야 한다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교감은
양국의 일정상으로도 그러하다.
우선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FTA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서울경제
1월 22일자는 정부 한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5조 원가량의 정책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참여정부는 북핵 문제 등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FTA 추진 성과를 거두려는 필요성과 5월 3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2월 2일 한국과 미국은 미 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간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협상 출범을
양국 수도에서 발표할 수 있었으나, 미 의사당에서 발표하기로 한 것은 미국 측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미
의사당에서 발표하자고 한국 측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양국간 공식 협상은 미 국내법 절차 때문에 5월 3일 시작되며, 미 행정부와 의회간
3개월의 협의 기간엔 한미 양국간 예비 협의가 진행된다. 한미 FTA 협상은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6월
말로 끝나는 점과 협상 개시와 타결을 전후한 미 국내 절차를 감안하면 실질 협상 기간이 11개월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이 난제다.
11개월 안에 끝내기. 한국과 칠레의 FTA 협상도 국회 비준까지 무려 4년 이상이 걸렸는데 과연 가능할까? 하지만 “양국 정부는
스크린쿼터 문제를 제외한 모든 현안에 대한 논의를 오래전부터 깊이 있게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1년 내 타결을 낙관하고 있다”고 2월 2일자
헤럴드경제는 보도했다. 달리 말해 신속한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스크린쿼터 문제는 별도로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협상 안으로 들고
들어오면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러한 절박함은 달라진 정부의 일 처리 방식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 정지영, 안성기 공동대책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전한 시점은 한덕수 부총리의
축소 발표 13시간 전인 1월 25일 밤 10시였다.
이해영 교수는 “이건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내리는 ‘지시’다. 협상이란 협상 안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것인데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스크린쿼터부터 없애고 앉으라는 게 어떻게 협상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영화 산업이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0.01%도 안 되는데 미국이
그렇게 집요하게 스크린쿼터를 축소시키려는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일수점유율을 웃돌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일수점유율을 현행 40%에서 20%로 낮춰 놓으면 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었을 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전 세계인구의 62%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의 고속 성장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가
국제 사회에서 성공적인 문화 다양성 제도로 인정받고 급기야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148개국의 찬성으로
문화다양성협약(국제통상 협정에서 자국의 문화예술진흥책을 주권 국가로서 자유롭게 채택하는 것을 국제법상으로 보장하는 협약)까지 통과했기 때문에
미국이 그냥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문화다양성협약은 2차대전 직후 여러 국제협약에서 이견을 보여온 미국과 유럽의 대결
구도에서 처음으로 미국이 완패한 사건이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마저 미국에 등을 돌렸다. 이번 한미 FTA는 한국을 때리면서 유럽을 때리겠다는
미국의 노골적인 문화 전쟁의 시작”이라며 이번 사태의 근간을 영화를 국가 기간 산업으로 보호, 육성하고 있는 미국의 위기감으로 풀이했다.
왜 FTA가 문제인가?
2월 2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 스크린쿼터 축소 찬반 논란에 출연한 이시형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은 "현재 우리는 중국,
인도 등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FTA 협상이 성사되면 우리 경제인들이 미국 시장에서 국내 시장에서처럼 활동할
수 있고 동북아시아에서 다른 나라보다도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며 FTA를 통한 경제적 실리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섬유, 자동차, 전자 업종의 미국 시장 진출로 GDP가 29~135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17만 개, 중장기적으로는 29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월 26일
국민일보는 “정부가 FTA 협상 출범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FTA 타결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FTA는 불발되고
스크린쿼터만 축소해놓은 꼴이 될 수 있다”며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최악의 경우, FTA가 깨졌을 때 협상 전 미리 축소해놓은 스크린쿼터만 희생된다는 것이다.
2월 2일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대책위) 오기민 집행위원은 “미국이 최대 시장이라는 건 맞다. 그러나 최악의 상대다. FTA는 다른 나라와 먼저 맺을 수도 있는데 왜
미국부터 먼저 해야 하는가? 우리가 그렇게 큰 이익을 본다면 미국이 FTA에 왜 저렇게 적극적이겠는가? 한미 FTA의 실효성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영화인들을 집단 이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건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국익으로 호도하는 일”이라 주장했다. 정지영 공동위원장은
“국민이 영화 문화가 살찌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면 나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번 한미 FTA가 국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라며 대국민 홍보에 투쟁의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인 대책위는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인노조, 부산국제영화제 등 제작, 노조, 영화제를 포함한 영화계 42개 단체가 2월 7일까지
릴레이 농성을 한 후 2월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겠다는 농성 일정을 발표했다. 영화계의 총역량을
동원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벌이겠다는 의지다. 영화인 대책위는 FTA 공식협상이 시작되는 5월까지 또다시 지난한 투쟁 국면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 달 내 여론과 정치권을 제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10여 년간의 스크린쿼터 운동사 최초로 패배를 인정해야 할 형편이다.
왜 여론은 냉담한가?
객관적인 상황은 불리하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매우 불리하다. 2005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9%로 집계, <왕의 남자>의 1천만
명을 바라보는 흥행 기록, 2006년 1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78.2% 등 속속 쏟아져 나온 시장 지표들이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 없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낙관론을 심어주고 있다. 시장점유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작 편수가 여전히 70, 80편에 머무르고 있다거나 투자 자본이
불안정하다는 등의 구조적인 한계는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자체 극장 체인을 가진 대기업의 영화계 진출로 할리우드영화가 과거와 같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 등이 스크린쿼터 유명무실론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최근 2년 동안 불거져나온 영화
산업 내부의 문제점, 즉 스탭 처우 개선 문제, 스크린 독과점 문제, 배우 고액 개런티 문제, 흥행 양극화 문제, 수익률 저하 문제, 부가 판권
시장 위축 문제 등은 다른 위상, 다른 해결점을 가졌음에도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용광로에 녹아들어 냉담한 여론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축소 발표 바로 다음날,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4천억 원 한국영화발전기금 신설을 발표했다. 문화관광부로서는 영화계에 빠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술, 독립영화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스크린쿼터와는 무관하게 추진되어야 할 진흥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크린쿼터가 빚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기금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오해하게 했다.
결국 스크린쿼터 유지 논리로 그토록 문화 다양성을 주장하던 영화인들이 스스로 다양성을 해치는 모양새로 산업을 끌고 왔다는 반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문화 다양성의 기치를 내걸고 성공적인 시민운동의 하나로 출범한 스크린쿼터제는 이제 영화인 집단 이기주의의 온상으로 그 건강성을 빼앗기고
위상이 추락했다. 이에 영화인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배우 정진영 씨는 "여론이 좋지 않은 것 안다. 이길 수 있겠는가 하는 패배
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미 패권주의의 문화 침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으며 국민 여러분께 최선을 다해 우리들의 결의와 진심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기가 아니었으면 입이 귀에 걸렸을 1천만
흥행배우가 참담한 목소리로 기자회견장 카메라 뒤, 그러니까 안방 브라운관 앞에 앉아 있을 국민들을 향해 호소를 했다. 2월 8일 광화문 집회가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름 2.0 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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