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주변 4강 모두 "못 미더워"

한 국제여론조사 결과 한국민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모두에 대해 신뢰보다는 불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회사인 글로브스캔과 미국 메릴랜드대 국제정책태도 프로그램(PIPA)이 영국 BBC방송 의뢰로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한국의 경우 44%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한국민의 지지도 역시 각각 40%와 41%에 지나지 않았으며, 일본에 대해선 44%였다.

6일 PIPA 웹사이트에 따르면, 대신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미국 53%, 중국 58%, 일본 54%, 러시아 48%로 나타나 한국민이 주변 4강 모두의 세계적 역할에 대해 “못 미덥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과 역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긍정이나 부정 평가가 다른 3강과 유사한 것은 이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33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긍정 16%)에서만 제외하곤 다른 나라들에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나라 중의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과 중국의 부정적 반응은 예외적으로 나쁜 경우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1년 전 조사 결과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아시아에선 한국민의 평가가 나쁜 쪽으로 특히 크게 변했다.

1년 전 조사에선 긍정 49%, 부정 47%으로 양분됐으나, 이번 조사에선 긍정 40%,부정 58%로 나타나 급격히 부정 쪽으로 기울었다.

스티븐 컬 PIPA 국장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에 대해 “중국이 자유화의 길을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후진타오 주석에 대해 중국의 고르바초프가 아님을 깨달은 데 따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평가는 그러나 33개국 가운데 20개국에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여전히 더 많다.

미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개국 평균 13%로, 평가 대상인 유럽 일본 프랑스 영국 인도 중국 러시아 이란 가운데 이란(5%)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평가는 1년 전 긍정 52%, 부정 45%에서 이번 조사에서 긍정 44%, 부정 53%로 긍·부정이 바뀌었다.

일본에 대한 평가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 들어갔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33개국 국민 총 3만943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세계일보 / 조정진 기자 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