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왜 자살을 선택하나…유명인사 자살땐 자살 14배나 급증

자살은 해를 거듭 할수록 가파른 증가추세에 있다. 한국자살방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하고, 인구10만 명당 자살자수는 27.1명으로 OECD국가 중 4위이다. 하지만, 그 증가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국내 사망률 순위도 7위에 올랐다. 자살은 이제 어느 병보다 무서운 전염성 강한 질병이 돼버렸다. 특히,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은 전염성이 더욱 강해서 영화배우 이은주 씨나 정몽헌 회장의 자살 후 평소의 14.3배나 증가했다는 경찰청 통계가 나왔다.

유명 인사들은 무엇 때문에 자살을 택한 것일까? 사회적 명성과 지위 그리고 부까지 거머쥔 성공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을 하면 일반인들은 당황하게 된다.

그들의 자살이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상류층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정치인, 재벌, 연예계 스타 중 자살을 했거나 시도했던 사람들을 통해 그 동기와 자살의 배경을 살펴본다. 또한 그들의 자살과 일반인의 자살이 갖는 의미와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1. 상류층 자살의 원인과 배경

지난달 13일 전남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한 서양화의 대가 고 오승윤 화백은 유서에 “판화는 증거로 남겨두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삼성가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이윤형 씨의 자살과 그보다 먼저 2월 22일엔 영화배우 이은주 씨의 자살 소식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또한 2003년 8월 4일에는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던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밖에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안상영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도지사, 이수일 호남대 총장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람들은 자살의 동기가 카드 빛이나 가정불화, 경제적 궁핍 등 개인적인 이유보다 사회·정치적인 박탈감에서. 갑자기 명예를 상실한다거나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대접을 받으며 성장한 환경적 차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진실을 규명코자 하는 동기에서 자살을 택한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자살은 가속도가 붙는다.

이처럼 자살의 동기는 개별적이기도 하고 사회, 정치적이기도 하다. 일반인보다 유명인의 자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살을 흔히 전염성이 강하다고 하는 것 역시 일반인이 아닌 유명인의 경우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유명 인사들의 자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언론에 노출된 극히 제한된 경우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그들을 극단적인 죽음까지 내 몬 것은 당사자들 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호남대 총장으로 재직 중인 이수일 씨의 경우도 전직 국정원 2차장일 때 불법도청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중 자살을 한 것이다. 이 씨의 자살은 일단 상관이었던 신건 전 국정원장의 구속에 따른 죄책감 탓으로 보이지만, 지지부진한 불법도청 수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검찰의 ‘압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중론이다.

이수일 씨 외에도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공직자나 유명인의 사례로는 장래찬 금융감독원 국장과 정몽헌 회장을 들 수 있다. 장 국장은 ‘정현준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수배돼 도피 행각을 벌이던 중 2000년 10월 서울시내 한 여관에서 자살했다.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사건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의 대북사업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박지원·권노갑씨 등 국민의 정부 실세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 있는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회장은 죽기 전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2004년 2월엔 안상영 부산시장이 부산구치소에서 목을 매 숨졌다. 안 시장은 부산시내 한 운송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돼 수감 중이었다. 같은 해 3월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유명인 한강투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던 남 전 사장은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직후였다.

그리고 남 전 사장 사후 한 달 보름 만에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숨을 거뒀다. 박 지사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시절의 비리의혹과 관련, 서울남부지검에 몇차례 소환됐었다. 같은 해 6월엔 이준원 파주시장이 한강에서 자살해 ‘투신 신드롬’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살이란 전염병은 정치인이나 경제인보다 연예인의 경우가 더욱 크게 확산된다. 특히, 톱스타의 자살은 주변 사람들을 넘어 그를 동경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핵폭탄 급이다. 더욱이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돌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때, 스타의 자살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선다.

고 이은주 씨 역시 '불새'와 '주홍글씨'로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중이었고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그는 당시 CF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드레스 룸에서 목을 매 자살함으로써 연예계 관계자들과 그의 팬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을 당혹감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은주에 앞서 1996년 1월에는 두 명의 인기 가수가 자살을 택했다. 하이틴 스타 서지원이 1월 1일 유서를 남긴 채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며칠 후인 1월 6일에는 김광석이 자택에서 목을 매달아 숨졌다.

또 1995년 11월에는 듀스의 김성재가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김성재의 경우 한때 자살과 타살의 공방이 벌어졌으나 결국 자살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국내 스타는 아니지만 국내에 많은 영화팬들을 가지고 있는 홍콩스타 장궈룽(장국영)도 자살을 선택했다. 2003년 4월 1일 홍콩 스타 장궈룽은 만다린오리엔탈 호텔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투신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유명인의 자살은 전염성 강한 질병

이렇게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이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살은 더 이상 방치의 대상이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이 돼버렸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유명인들의 자살에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언론에 드러난 유명인의 자살이유가 빙산의 일각이기때문인지 모른다. 언론을 통해 나온 말은 미화되거나 부풀려지는 특성 때문에 수많은 네티즌들과 누리꾼들에 의해 전혀 엉뚱한 사연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가의 막내딸인 고 이윤형 씨의 경우 당초 밝혀진 이씨의 사인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살로 확인되면서 세간의 충격은 더욱 커졌다. 성격이 밝고 쾌활하며 이건희 회장의 사랑을 독차지한 딸로 소문이 났으나, 사랑과 외로움, 자신의 신분에 고민해왔다는 사인(死因)들로 국민들과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자 친구와의 결혼문제가 자살의 주원인이었다는 추측에 따라 언론이 ‘사랑 잃은 백만장자 상속녀의 외로운 자살’이라는 식의 사연을 부각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이윤형씨가 가지고 있던 삼성계열사 지분 상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만큼 유명인의 죽음은 다양한 각도에서 재해석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유명인들의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래서 그들의 자살은 더욱 예방돼야 한다면 잘못된 생각일까?

김용창 교수(상담학 박사)는 자살의 95%가 우울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자살에서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열거됐던 유명인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김 교수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명 연예인, 사회적 저명인사조차도 피해 갈 수 없는 병이 바로 우울증이라는 것”이며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는지 모른 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많고, 주변 사람들조차 그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이홍식)에 따르면 15∼69세 국민의 35%(1,280만 명)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4.3%(155만 명)는 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유명인의 자살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은 지대하다.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유명인의 경우, 만약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협회의 상담 관계자는“우울증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단순한 개인의 정신병이 아닌 함께 이해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자살에 대한 방지대책과 우울증 치료센터 건립 등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들을 자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이 정부한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유명인들의 자살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생명의 전화에서 일하고 있는 김oo 씨는 "톱스타 자살 후 자살률이 급증하면 그제서야 대책을 강구하는 등 부산을 떠는 것은 일회성 행사에 불과하다" 며 "그보다는 365일 가동되는 자살방지 캠페인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담소 등을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 최치선 기자 2006-2-7) 

[부산/경남] 자살충동 생기면 ☎ 055-296-8600 누르세요

“자살 충동이 생기면 희망의 전화를 누르세요.”

경남자살예방협회가 21일 오후 창립식에 이어 22일 ‘희망의 전화(055-296-8600)’를 통해 상담을 시작했다.

이 협회 이주경(56) 사무국장은 “전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가 대기하면서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상담해준다”고 말했다.

협회에는 경남지역 의료인과 교수, 변호사, 사회복지관계자 등 18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2003년 12월 서울에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설립됐으나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회장은 김형준 치과의원장, 부회장은 성균관의대 마산삼성병원 심진현 교수와 이상희 변호사가 각각 맡았다. 사무실은 마산시 구암동 경남종합사회복지관에 설치했다.

이 협회는 ‘인간존중, 생명사랑, 희망나눔’을 기치로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게 된다. 또 자살예방 상담전문가 양성과 정책제안도 계획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IASP(국제자살방지협회)가 ‘자살 예방의 날’로 정한 9월 10일에는 대대적인 행사도 개최한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36명이 자살을 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의 2, 3위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살은 사망자의 잠재적 노동력 손실로 인한 사회적 비용유발 외에도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며 “우리 모두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공동과제"라고 강조했다. 사무실 055-298-8600

(동아일보 / 강정훈 기자 2005-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