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 회장 일가 사재 8천억원 사회 환원

공정거래법 헌법소원과 과세 불복 소송 철회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기존에 해왔던 사회공헌 활동도 규모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또 그동안 '삼성공화국론(論)'의 빌미가 됐던 그룹 법무실을 분리.축소하는 등 그룹 구조를 개편하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관계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은 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표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에 따른 물의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와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가진 일문일답에서 그동안 삼성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온 정치권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처럼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 및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삼성에 대한 압박, 견제 움직임과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전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들께서 지적해 왔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와 같은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이 발표한 내용은 △8천억원 규모의 사회기금 헌납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및 삼성SDS BW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취하 △사회공헌 확대 △옴부즈만 성격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사재출연이 될 8천억원의 사회기금 헌납에 대해 이 본부장은 "에버랜드 CB 등 증여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에 헌납될 금액은 이 회장 일가와 삼성계열사들이 설립한 장학재단 기금 4천500억원과 지난해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재산 등 이 회장 일가의 추가출연액 3천500억원 등 모두 8천억원이며 이 금액의 운영 주체와 운영 방안은 정부가 시민사회와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이 본부장은 밝혔다.

삼성은 이 같은 '조건없는' 사회헌납을 통해 그동안 '반(反) 삼성' 여론의 빌미가 됐던 '세금없는 경영권 상속'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건의 소송을 취하키로 한데 대해 이 본부장은 "국내 대표기업으로서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국민정서를 고려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뜻에 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와 함께 그동안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된다"면서 극력 반대해온 금산법 개정에 대해서도 "국회의 논의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로 인한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확대방안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4천800억원 수준에서 1천억원 이상을 늘리되 순증액은 대부분 탁아소 건립, 농촌돕기, 불우청소년 지원 등 순수 사회복지에 사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의 순수 사회복지 비용은 연간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배증 된다.

신설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에 관해 이 본부장은 "삼성의 경영에 대해 쓴소리를 해주실 사회각계의 인사들을 모셔 조언과 자문을 구할 것이며 이분들의 질책과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잘못된 점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의 구성원은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에서 삼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왔던 인사들이 될 것이라고 이 본부장은 설명했다.

구조본 개편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고 축소운영하며 앞으로는 삼성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계열사들이 경영철학과 가치를 공유토록 하는 한편 선진 경영시스템과 기법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등 계열사 공통업무를 지원하는 데 국한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따라 현재 150명 선인 구조조정본부의 인원인 100명 미만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특히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의 수를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사외이사에게 경영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이사회 보좌기구를 설치하는 등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발표된 내용과는 별도로 중소기업과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올해 21조3천억원을 신규로 투자하고 2만명 이상을 새로 고용해 실업난과 사회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며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100억달러 늘어난 7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경영목표도 제시했다.

(연합뉴스 / 추왕훈 기자 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