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만강국경 무장괴한 습격사건”

설 직전 북한 북부 국경 지역에서 국경경비대원들을 겨냥한 정체불명의 동시다발 습격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습격을 감행한 무장괴한들 중 일부는 개인 자동화기까지 소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흔적이 역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동시다발 습격사건 =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저녁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 국경경비대원 한 명이 맞은편의 중국 카이산툰(開山屯) 지역에서 두만강을 넘어 북한으로 건너오는 남자 몇 명을 발견하고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경비대원과 괴한들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고, 경비대원은 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38곳을 찔려 사망했다. 원래 경계근무는 2명이 서는 것이 원칙이나 고참 대원은 민가에 술 마시러 가고 숨진 대원 혼자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격투가 벌어지면서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몇백 m 떨어진 이웃 초소에서 병사들이 뛰쳐나왔고 추격전이 시작됐다. 당황한 괴한들은 배낭을 벗어던지고 중국 쪽으로 도주했다.

이들이 버린 배낭에서는 분해한 소총 3정과 탄약, 캠코더, 중국제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다. 총기의 종류 등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에 이곳에서 약 40km 떨어진 회령시에서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와 시내와 경비대 막사 쪽을 향해 총을 쏘고 급히 중국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응사 등 교전이나 사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웃 무산군과 다른 한 곳에서도 유사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탈북자 조직의 투쟁? = 지금까지 총을 휴대한 북한 군인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 강도 행각을 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난달 17일에도 무장한 북한군인 8명이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 시 량수이(凉水) 탄광을 습격하다 1명이 사살되고 3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계가 삼엄한 북한 땅에 무장괴한들이 잠입해 총격사건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어 이번 사건의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계 당국은 탈북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반체제 단체가 국경을 넘어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 사건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 북부 지역에서는 ‘남조선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남조선에서 잘 살지 못하게 된 탈북자들이 북한에 침입해 총소리를 내고 이를 녹음한 뒤 동영상까지 만들어 미국에서 팔려고 한다는 얘기다. 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세력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달 24일 사건이 발생한 이들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주민들의 통행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소 구제역 때문이었다. 소 구제역에 이어 설 직전에 무장괴한의 습격 소식까지 전해지자 북한 북부 지역의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동아일보 / 주성하 기자 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