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 옥죄는 이상한 규제들

부두 창고에도 미술품 설치하라

# 사례 1 = S사는 부산시의 한 항만구역 안에 1만2000㎡ 면적의 창고를 지으면서 1억1000만원을 들여 현대미술품을 구입했다.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미술품을 접할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항만구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된 곳이다.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데도 이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큰돈을 들여 미술품을 구입했다. 회사 측은 아무도 볼 사람이 없는 이 미술품을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 중이다.

# 사례 2 = 국제표준기구(ISO)나 한국산업규격(KS)에 따라 컨테이너 차량의 높이는 4.1m로 통일돼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높이가 3.5m 이상인 차량은 경찰서에서 운행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모든 컨테이너 차량은 같은 코스일 때는 연 1회, 다른 코스일 때는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사례 3 = A무역은 제주시 탑동 연안에 3000t 규모의 배를 정박시켜 해상 예식장 겸 뷔페사업을 하려고 제주시에 사업허가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해상 예식장이라는 업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은 해양관광업종으로 수상관광호텔업.관광유람선업.요트장업 등 3개만 허용한다. 돈을 투자해 고용도 늘리고 새로운 관광서비스 산업을 개척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는 경직된 규제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무역협회의 '규제현장 조사위원회 활동 보고서'에 적시된 사례들이다. 이 보고서에는 재정경제부의 의뢰로 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기업현장을 찾아다니며 조사해 정리한 불합리한 규제들이 담겨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기업인을 주축으로 한 100여 명의 경제 암행어사가 발로 뛰어 확인한 총 293건의 규제 중 우선 없애야 할 42개를 지난해 말 두 차례(10월, 12월)에 걸쳐 한덕수 경제부총리에게 보고하고 개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42건의 규제는 ▶관광 12건▶유통.물류 7건▶기업활동 7건▶공장설립 5건▶외국인 3건▶기타 8건 등 각 분야에 골고루 나뉘어 있다.

본지가 '중산층을 되살리자' 시리즈에서 지적한 해상공원 내 건축물의 높이를 5층 이내로 제한한 규제도 즉시 풀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본지 2월 2일자 1면, 5면).

예를 들어 경남 통영시 도남동의 3층짜리 충무관광호텔은 한려해상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천혜의 조건 때문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1971년 건설돼 낡은 시설을 고치고, 손님을 더 받기 위해 증축하려 해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해안공원의 건축물 높이를 5층 이하로 규정한 자연공원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밖에 산학협동을 장려하면서 대학 캠퍼스 안에 세울 수 있는 공장을 바닥면적 500㎡ 이하로만 제한한 것도 불합리한 규제로 꼽았다.

보고서를 받은 재경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5일 "무역협회가 1차로 건의한 20개 과제 중 15개를 전면 또는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게 많은 데다 영리목적의 의료법인 허용 등 업계에서 요구하는 핵심 건의사항은 대부분 수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양대 관광학과 조민호 교수는 "정부가 강조하는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제대로 되려면 말로만 하지 말고 특단의 리더십을 통해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 김종윤.윤창희 기자 2006-2-6) 

경기회복 왜 더디나 했더니…

한은 "5대기업등 영업으로 번 현금 쌓아놓고 투자는 기피"

외환위기 이후 상장기업들이 현금보유는 늘리면서도 투자는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보유 증가는 상위 5대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현금흐름이 일부 대기업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6일 발표한 현금흐름과 투자와의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현금보유액은 수출호조와 저금리, 구조조정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증가에 힘입어 1999년~2001년 연평균 48조원에서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에는 연평균 6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상장기업의 현금 흐름증가는 수출비중이 높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2004년 기간동안 삼성전자(8.5조원), 하이닉스반도체(3.6조원), 포스코(3.6조원), LG필립스LCD(2.5조원)와 LG전자(2조원) 등 상위 5대기업이 전체 증가액 28조 8000억원 가운데 20조 2000억원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했다.

다만 현금흐름은 1999~2000년 중 급증하다 IT거품이 꺼지면서 2001~2002년 위축됐다.

반면 투자는 현금보유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5~1997년에는 현금흐름 대비 200% 이상이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1년 80%대로 떨어져 20002~2004년에는 50~60%로 급락하며 하락세였다.

1995년 현금흐름은 21조 8000억원인 반면 투자규모는 34조 9000억원으로 투자비율이 160.4%에서 1996년에는 무려 224.9%로 증가했다. 반면 1998년 93.9%를 고비로 2004년에는 63.4%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금흐름대비 투자비율은 선진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원은 "2004년 미국 영국 프랑스는 50%, 독일과 캐나다는 75% 수준으로 한국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임경제 / 허진영 기자 2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