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개념, 소유에서 임대로

서울 강북 등 도심에 ‘중대형 임대아파트’ 검토
부동산펀드 활성화…전·월세 안정책 이달 발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 ‘소유와 재테크의 수단’이던 주택을 ‘임대와 공유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큰 목표 아래 집권 하반기 부동산 정책을 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신규 아파트 공급가격 인하 및 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5일 입수한 열린우리당 제2기 부동산정책기획단의 ‘13대 부동산 정책 기획과제’를 보면, 정부와 여당은 서울 도심에 경쟁력 있는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짓고, 민간이 주도하는 부동산 펀드를 활성화해 임대주택 건설사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이 임대주택이 형성하는 전세 또는 월세의 수준이 서울 다른 지역의 전·월세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하는 방법으로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임대주택의 전세와 월세를 상대적으로 싼값에 공급함으로써 전월세 시장이 진정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하는 대상으로 선택할 수 있으려면 도심의 중대형 아파트를 경쟁력 있는 수준에서 공급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판교와 서울 송파 새도시 이외에도 서울 강북의 광역 재개발 지구에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해 주택시장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또 지난해 도입한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전월세 가격만 올랐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획기적인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되도록 2월 중에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해 갑작스런 전월세 인상을 막고, 구조적으로는 재건축 절차 등을 강화해 전월세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바람으로, 재건축 아파트 거주자들이 대규모로 전월세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전월세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펀드가 임대주택 사업 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민간 사업자에게 면세혜택 이외의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검토하다 포기했던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확대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분양값에 거품이 없는 지 따져보는 적정 분양값 검증제 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밖에 토지보상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해 토지 공급에 낀 거품을 뺄 수 있는 방안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부동산 관련 전산시스템도 확충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부동산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이번에 선정된 과제들은 오는 6월까지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과제”라며 “(이들 제도는) 검토과정에서 도입될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을 위해선 좀더 과감한 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 이태희 기자 2006-2-6) 

저소득층 위한 것 맞아?…다가구매입 임대주택 '실종!'

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저소득층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저소득층보다는 대부분 중산층이 입주해 있는 등 본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에 저소득층이 없다?

서울시 서교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매입 임대주택을 찾았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살고 있어야 할 이 임대주택의 입주자는 모두 중산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가 시세의 60~80%에 이르는 등 워낙 비싸다보니 저소득층이 입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곳 1층에 입주해 있는 이모(34)씨는 "임대료도 있고 관리비도 있는데, 저소득층은 여기서 못산다"며 "나도 새로 들어온게 아니라 매입 전부터 여기서 살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건물 2층은 50여평 전체가 한사람에게 임대되는 등 도저히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주택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반면 습기 차는 반지하방은 서울시의 관리소홀로 아예 입주자가 없어 폐가로 방치돼 있다.

다가구매입 임대주택에 해당 구의원이 싼 값에 살기도 해...해당 관청 나몰라라

마포구 서교동의 또 다른 임대주택에는 해당구청의 구의원이 방이 5개나 되는 큰 평수에 임대료 1억원 가량에 살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계인은 "집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정도 규모라면 시세로 2억에서 2억 3천만원의 임대료는 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구의원은 임대주택 옆의 창고를 불법으로 개조해 구의원 사무실로 쓰고 있지만 해당 구청에서는 몇 년째 이를 문제삼고 있지 않다.

이같은 다가구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파행운영은 다른 곳도 마찬가진다.

강서구 화곡동과 신월동, 그리고 영등포구 신길동 등의 다가구 임대주택 역시 대형평수 또는 방치된 세대가 어김없이 존재한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김모(50)씨는 "이곳 임대주택의 자격이 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지하에 사람 살게 돼있지만, 여름에 습기차고 하면 말이 많아져 수급자가 없다"고 말한다.

8백억원의 세금을 들인 다가구매임임대주택 사업의 수혜자는 저소득층이 아니었다.

저소득층 위한 임대주택에 저소득층 가구의 특성과 경제력 등 전혀 고려 안해

서울시는 지난 2001년 82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175개동 1251호의 다세대 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구의 특성과 경제력이나 생활 형태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시는 여러 가구가 한 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소위 '그룹홈'을 염두해 두고 중대형평형의 다가구주택을 많이 매입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한 공간에서 함께 사는 것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현 상황은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그룹홈은 정신지체아, 장애인등을 위한 것이지 일반인들은 그룹홈에 들어가려하지 않는다"며 "임대주택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열 중에 다섯은 임대아파트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가구가 넓은 평수를 통째로 임대할 수밖에 없게 됐고 임대료 또한 평수에 비례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비싼 임대료 탓에 저소득층은 임대주택에 들어갈 엄두를 못내게 되고 이 자리를 중산층이 차지하게된 것이다.

또, 중산층이 주거환경 등을 이유로 입주를 꺼려하는 지하층이나 1층은 폐가로 방치되는 결과도 나타났다.

서울시 책임 회피..."좁은 평수는 저소득층, 넓은 평수는 중산층 사는거 아니냐"

다가구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이런 파행운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히려 "임대주택이 꼭 저소득층만 살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좁은 평수에는 저소득층이 살고 넓은 평수에는 중산층이 살고 그런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만성적자와 교통불편 등의 이유로 다세대 매입임대주택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매각 역시 여의치 않아 매각된 주택은 거의 없는데다 매각 계획을 아직도 입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어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등 다가구임대주택 사업의 파행운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노컷뉴스 / 임진수 기자 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