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너무 컸다" 일본 지지 늘어나

'2006 국제현안' 33개국 여론조사

13억 인구에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은 세계인들의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BBC월드서비스, EAI, 매일경제신문, 한국리서치에서 33개국 3만9435명을 대상으로 중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 평가(45%)가 부정적 평가(2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에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우선 미ㆍ중 양국 국민 사이에 상대국에 대한 반감이 급상승하면서 큰 외교적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미국 국민 중 반수에 못 미치는 46%만이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드러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반수(53%)를 넘었다. 중국 국민역시 지난해 조사에서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42%에 머물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62%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미국과의 협력관계 속에서 경제성장과 국제외교 역량을 강화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이끌었던 아시아에서 비판적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년 사이 인도에서는 무려 22%포인트, 필리핀에서는 16%포인트, 인도네시아에서도 8%포인트나 중국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감소하는 등 중국의 부상에대한 주변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위축은 아시아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부상과 크게 대비된다. 일본은 중국을 제외한 32개국에서 56%의 우호적 평가를 받아 중국을 압도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세계평균보다 높은 62%(중국은 50%)의 지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반일감정이 높은 한국에서도 일본에 대한 평가(44% 긍정)가 중국에 대한 평가(40% 긍정)보다 긍정적이다.

아시아인들이 중국보다 일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서방 선진국 국민들은 중국을 경탄보다는 경계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서방 선진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냉담한 반응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22%, 독일 31%, 프랑스 31%, 캐나다 36%, 영국 40% 등 G7 국가에서 중국의 국제적 역할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반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미국 39%, 이탈리아 42%, 독일 34%, 프랑스 49%, 캐나다 49%, 영국 46% 등이었다.

여전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수출상품의 구매자들인 서방선진국 및 주변국 국민들의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상당히 뼈아픈 일이다. 2020년까지 연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전면적 소강사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이기에 특히 그렇다.

이 같은 도전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대외인식과 외교력을, 장기적으로는 미래 중국의 위상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화평굴기'를 내세우며 외교 전쟁에서 할 소리는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강대국간의 마찰이 더욱 세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동기획 = BBC월드서비스ㆍEAI/매일경제ㆍ한국리서치 / 이내영 EAI여론분석센터장 / 김태현 EAI외교안보센터소장 / 민병원 서울산업대 교수]

(매일경제 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