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주… 알고 보면 쓰레기 더미?

《지구 ‘주변’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상 200∼2000km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그 파편들 때문이다. 1957년 10월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이후 매년 발사되는 우주선의 수는 평균 75개 정도. 이들 대부분이 지구 주위를 돌며 정찰하는 인공위성이므로 현재 지구 주변에는 수명을 다한 것을 포함해 3000여 개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셈이다.》

○ 초속 10km… 총알보다 10배나 빨라

문제는 퇴역 인공위성이 폭발해 생긴 잔해나 우주선에서 분리된 로켓 등 다양한 ‘쓰레기’들이 인공위성 수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의 제이 류 박사는 지난달 20일자 ‘사이언스’에서 길이 10cm 이상의 물체가 9000개 이상 떠돌고 있다고 밝혔다. 3000여 개의 인공위성을 빼면 6000여 개의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 물론 퇴역 위성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의 폭발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그룹장 최기혁 박사는 “인공위성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의 온도는 영상 120도이고 그늘 쪽은 영하 180도에 달한다”며 “평소 인공위성은 통닭처럼 빙글빙글 돌거나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킨다”고 말했다.

만일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해 가동을 멈추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 차로 깨져버리고 배터리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하게 된다. 우주 쓰레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파편들이 여기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들의 놀라운 속도.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10km 정도로 날아다닌다. 인공위성은 물론 우주인이 맞기라도 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우주 쓰레기가 빨리 날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인공위성은 초속 7∼8km의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돈다. 지구의 중력에 못 이겨 대기권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으려면 이 정도 속도로 비행해야 한다.

만일 인공위성이 폭발하면 이때 발생하는 힘을 받아 파편들의 운동속도가 인공위성보다 더 빨라지게 된다.

사이언스 발표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의 대부분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고도 800∼1000km에 몰려 있다고 한다.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행히 최근까지 인공위성의 기능이 손상될 정도의 충돌 사고는 없었다.

○ 인공위성-우주인 맞으면 치명적

또 고도 35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400∼600km에서 비행하는 유인우주왕복선에는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사고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법. 최 박사는 “쓰레기들이 모기떼처럼 모여 돌아다니기도 한다”며 “ISS의 경우 지상 레이더로 ‘쓰레기 더미’가 가까이 다가올 조짐이 관찰되면 ISS의 고도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가 지상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NASA에 따르면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우주 쓰레기는 하루에 1개꼴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대기권에서 마찰을 일으켜 타 없어진다. 대기권을 거쳐 지상까지 도달해 인간을 맞힐 확률은 1조분의 1.

○ 대기권으로 끌어들여 자폭 유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대형 쓰레기가 떨어질 경우 지상에서 위치를 조정해 바다나 사막 등으로 떨어지게 한다. 미국산 델타2 로켓의 연료탱크(250kg)가 1997년 미국 텍사스와 200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떨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주 쓰레기를 없애는 뾰족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NASA 자료에 따르면 고도 800km에 떠 있는 1∼10cm 길이의 쓰레기를 지상 레이저포로 없애려면 2년간 무려 8000만 달러(약 800억 원)가 소요된다. 10cm 이상의 쓰레기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한 가지 대안은 향후 발사할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할 즈음 지구 대기권으로 유도해 태워버리자는 것.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일정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을 지구 대기권까지 ‘억지로’ 끌어들이려면 별도의 추진로켓과 연료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 김훈기 기자 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