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젠 '소프트 대국' 노린다

중국이 '문화산업 육성'을 대대적으로 부르짖고 있다. 중국을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정치 수도인 베이징(北京)과 경제 중심인 상하이(上海)가 선두에서 이끄는 투톱체제에 지방 도시들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당국은 각종 지원정책을 내세워 외국기업의 문화산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 베이징, 문화도시 탈바꿈 추진 =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은 지난달 시 인민대표대회(시의회에 해당)에서 "올해부터 시의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자금.세금.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베이징시는 미국에 유학한 문화산업 전문가 옌쥔치(嚴軍崎) 박사를 영입해 문화산업 육성 전담팀까지 만들었다. 2010년까지 100억 위안(약 1조2000억원)을 들여 남부 교외지역인 다싱(大興)구에 '국가 신미디어 산업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를 중관춘(中關村).차오양(朝陽) 등 6개 지역으로 나눠 출판.영화.애니메이션 등 특색 있는 문화산업지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2008년께 베이징 지역 총생산(GRDP)의 9%인 500억 위안(약 6조원)을 문화산업에서 얻겠다는 것이다.

◆ 상하이, 대도시에 문화 결합 = 상하이시는 2010년까지 부근 창장(長江) 하류 지역에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을 유치해 세계적인 대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상하이와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사이에는 자동차 산업벨트를 만들며 상하이 근처 충밍(崇明)도에는 국제적인 교육.생명공학 산업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상하이시는 여기에 고부가 문화산업을 결합할 방침이다. 앞으로 2년 동안 영화.출판.전자음향.애니메이션과 문화박람회 등 5개 분야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 지방도시, 경쟁적 문화산업 육성 = 항저우(杭州)시는 최근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서부 내륙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는 지난해 중국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CG) 인재 양성 센터'를 설립하고 디지털 미디어 산업기지 육성을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는 지난해 국제문화박람회를 열면서 앞으로 5년간 중국 남부의 문화산업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카오도 매년 5억 위안(약 600억원)을 문화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중국 23개 성과 시가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애니메이션 관련 업체를 설립하고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 디즈니 등 중국에 투자 = 올해 공사에 들어갈 베이징의 신미디어 산업기지에는 이미 한국의 애니메이션 진흥기금과 영국 애니메이션 센터, 싱가포르 산업발전기금,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등에서 투자와 입주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도 과학기술부와 산하 28개 소프트웨어 관련 자금이 투자된다. 베이징시는 "월트 디즈니를 포함한 세계적 영화.엔터테인먼트 업체 5~10곳도 이곳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밝혔다. 6개 권역별 문화단지에는 홍콩기업 유치도 추진되고 있다.

◆ "문화산업을 중국의 미래산업으로" = 중국 문화산업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연 1400억 달러로 당국은 앞으로 5년 안에 이를 연 5000억 달러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베이징 시 사회과학원 진산(金汕) 연구원은 "한류 스타인 배용준의 경제적 효과는 한국 자동차 1만80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며 "부가가치가 무한한 문화산업을 중국의 미래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는 최근 중국의 문화산업 육성 방침이 한류로 대변되는 외국 문화의 중국 유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게임의 경우 절반 이상이 한국 제품이다.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산이 중국시장의 60%를 점하고 있어 중국인의 피해 의식이 크다. 중국은 이 시장만 자국산으로 대체해도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본다.

(중앙일보 / 최형규 특파원 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