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한글, 상품은 없다"

아시아를 휩쓴 한류 열풍속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글을 이용한 상품개발은 미미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보도에 장혜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글 서체 개발업체의 기획 회의 시간,

인기 만화가 박광수씨와 함께 새로운 서체 디자인과 상품화 전략을 논의합니다.

이미 9가지 서체를 선보였고 관련 상품 50여 가지를 내놓았습니다.

광수체로 벌어들인 돈만 5억 원 남짓, 올해는 두 배인 10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가 보유한 서체는 250여 가지, 전체 한글 서체는 2천 종 정도입니다. 5만 종의 서체가 있는 로마자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인터뷰> 석금호(산돌 커뮤니케이션 대표) : "정보 전달이 목적인 공공표지판 글자 등 이 전달력이 형편없이 낙후돼있다."

한글을 응용한 상품 개발도 아직 초보 단계입니다. 한글 자모를 무늬로 쓴 상품들이 10여 종 정도 나와있습니다.

매출액 10억 원을 넘는 한글 관련 업체는 손 꼽을 정도, 그러나 한류에 힘입어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특히 한글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네떼 브론스(독일 관광객) : "한글 자모로 만들었다는데,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인터뷰> 이건만(디자이너) : "일본,중국 등에서 구입 의사를 타진해 오고는 있으나 아직 준비 단계다."

이미 48개국 590여 개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으로 상품화를 서두를 때입니다.

KBS뉴스 장혜윤입니다.

(KBS 2006-1-30) 

한류열풍 속 한국어교사 양성, 문제 많다

올해로 한국어 교사 4년차 김모(36)씨는 한류열풍으로 한국어 인기가 높아졌다는 언론보도에 심드렁하다. 어깨를 들썩이며 기뻐할 일이지만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덩달아’ 입에 오르는 한국어 교사 열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한국어 교사 양성기관부터 교사배출에만 골몰하는 정부 정책이 못마땅하다.

◇ 넘쳐나는 한국어 교사 양성기관 = 한국어세계화재단에 따르면, 한국어 교사 양성기관은 교육대학원 15개, 대학 정규과정 7개, 어학당 등 비정규 교육과정 24개로 총 46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은 수치로, 업계에선 대학 부설 언어연구원의 70% 이상이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개설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성기관의 난립은 지난해 7월 국어기본법 시행으로 한국어 교원 자격제도가 처음 생기면서 본격화됐다. 한국어 교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한국어학(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해 졸업과 동시에 2급 자격을 받거나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해 3급 자격을 받아야 한다. 단,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 120시간을 수료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양성과정만 거치면 장래가 보장되는 것처럼 부풀린 양성기관의 모집공고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 기본법에 명시된 과목 이수에만 급급해 단편지식만을 전달할 뿐, 실제 교육현장에서 활용되지 뭇하는 수업이 많다며 교육내용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양성기관에 대한 평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어기본법에 명시돼있는 교과과정을 얼마나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150만원 하는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재와 교수법도 기관에 따라 ‘천양지차’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백봉자 객원교수는 “언어교육이란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교수행위이므로 현장 수업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며 “심의위원회가 교사 양성기관에 대해 인증하는 ‘기관인증제’로 교사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어 교사, ‘양성’보다 ‘육성’을 = 한국어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할 의지가 있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사양성에만 열을 올릴 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사육성을 위한 관심과 지원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비지원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에 지원했던 원모(26)씨는 6개월 동안의 연수기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교육과 인력송출을 개인기업에 위탁하는 바람에 모든 게 기대 이하였다. 필리핀 등 현지 사정에 따라 연수과정 중간에도 교사선발이 이뤄졌다. 게다가 신변의 안전과 현지 회사의 안정성에 대한 보장은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었다. 연수생들 중에는 파견업체가 부도나 출국이 돌연 취소되거나 취업비자 없이 출국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수료생들 사이에서도 ‘양성만 하면 끝인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기관이 따로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관들이 6개월 이상 외국인을 교육시켜본 유경험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사 모임인 ‘한국어참사랑(http://cafe.daum.net/koreantruelove)’ 운영자 황현종(54)씨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자격증만 취득하고, 경험이 없는 교사는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쉽다”며 “양성기관은 교사양성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외국의 유수단체와 연결해 한국어 교사를 필요한 곳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올해 처음 실시되는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일정이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아 불만이 많다. 일부 수료생들은 무턱대고 일정을 기다릴 수 없다며 스터디를 시작했다. 또 국어기본법에는 국가인정기관에서 800시간 이상 교육한 사람에 한해 3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했지만,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가인정기관이라고 알려진 것도 없지만 극히 제한적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등 현지에서는 교재확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다. 시청각 자료는 물론 한영사전이며 참고서적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베트남에서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유모(26)씨는 “일단 교사부터 양성하고 보자는 생각이 문제”라며 “정부 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공통된 교수법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글세계화재단 오광근 연구실장은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의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6월과 하반기에 걸쳐 2회 실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교재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재단에서 개발한 교재를 현지문화와 교과과정에 맞게 개편하고 현지어로 번역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어 교사? ‘나도 한번 도전’ 이라구요?”-

취업 때문에 고민을 하던 전모(24)씨는 한 대학 언어교육원의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찾았다. 한국어야 20여 년 동안 써왔으니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일도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한류열풍으로 인력수요까지 많아졌다니 자격만 취득하면 곧바로 ‘폼 나는’ 한국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한국어참사랑’ 운영자 황현종(54)씨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보다 교사 양성과정에 지망하는 사람 수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라며 “현재 회원 2천300여 명 중 70~80%는 ‘한국어 교사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디 한번 해볼까’하는 사람들”이라며 최근의 한국어 교사 열풍의 거품현상을 전했다.

지난해 국공립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 교사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신모(30)씨는 “나 자신도 실생활에서 맞춤법이나 표준어 구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며 “한국어가 모국어니까 쉬워 보이지, 외국어로서는 결코 쉬운 언어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코이카 단원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유모(26)씨는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면 자신에게도 힘든 일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언어를 통해 문화를 받아들이고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학습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경희대 백봉자 객원교수는 “외국인 학습자들은 나로 하여금 한국의 모든 것을 배우려고 한다”며 “지식을 쌓고 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서 가장 평범하되 모범적인 사람이 한국어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 이성희 기자 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