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남돕다 숨지거나 다친사람만 억울하다(?)"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 보상 현실화 필요

“위험했지만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선정 의사상자로 7개월만에 인정된 최희만(52.경기도 여주)씨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사건 이후 거의 죽음까지 갔었고 의사들도 포기했었다.”고 말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씨는 작년 5월 7일 저녁 8시쯤 경기도 여주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여주인이 취객에게 칼로 위협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식당에는 여러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그는 주저함 없이 그녀를 도우러 나섰다.

사건 당시 그는 취객이 휘두른 칼에 의해 목, 등, 가슴에 심한 상해를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의 이런 의로움은 사건발생 7개월만인 지난 12월 보건복지부에 의해 뒤늦게 인정받아 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당시 사건으로 인해 장애등급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선생님이 후유증이 5년 정도 갈 것이다”라고 말했고 그는 지금도 날이 조금만 흐려도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한다.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義死傷者禮遇-關-法律]은 타인의 위해를 구제하다가 신체의 부상을 입은 자와 그 가족 및 사망자의 유족에 대해 필요한 보상 등 국가적 예우를 함으로써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 문턱 넘기 어려운 선정 기준

이 법이 제정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선정되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의사자(義死者)는 300명이고 의상자(義傷者)는 126명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위급한 사람을 돕거나 우연하게 범죄현장을 지나치며 불의를 이기지 못하고 본인의 몸을 던져 남을 돕는 의인들이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인어른의 의사자 선정을 기다린다는 정해동씨는 “의사상자 보호 신청 처리기한이 20일인데 실질적인 심사는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처가식구들이 가장을 잃고 이래저래 돈을 끌어다 쓰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의사자 보호 신청 처리기한이 지켜지지 않아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이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분기별로 지정된 날짜에 일괄처리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며 가장을 잃고 수입원이 없어 고생하는 유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즉각적인 심사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였다.

또한 의사상자 선정이 되질 않아 행정소송을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 좀 더 현실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의사상자 관련 법규는 꾸준히 보완돼 의사자의 경우 보상금이 기본연금 월 급여액의 240배까지 확대됐고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보다 남을 위한 희생을 보여준 이러한 의인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상은 여전히 미흡하기만하다.

“의사상자 가족에겐 고등교육까지 교육비가 지원되는데 중등의무교육이 실시되는 마당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학교 입학 때 국가유공자 자녀는 사회기여자 특별전형으로 선발이 되지만 의사상자는 그렇지 않다.”며 정해동씨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8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 호프집에서 여주인을 위협하는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칼에 찔려 부상을 당하였으나 격투 끝에 붙잡아 범인을 경찰에 인계하여 의상자로 선정된 강영우(44)씨는 “의사상자는 국가유공자와 보상이 다르다. 전쟁터에서 죽어야만 국가유공자냐?”며 “좋은 일 하다가 죽거나 다친 사람에게도 응당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의사상자 예우수준을 관련법률 개정시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지만 의사상자에 대한 실질적 보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컷뉴스 / 이현재 인턴기자 2006-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