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자 논문, 사이언스 게재 쾌거 잇따라

연세대팀에 이어 카이스트 김학성 교수팀, '기능성 단백질 합성' 신기술 개발

우리나라 과학자가 생명의 기본요소인 단백질의 진화과정을 밝히고 새로운 기능성 단백질을 만들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해 바이오 기술의 산업화를 앞당길수 있게 됐다.

생물체내에는 5만 종류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들 단백질은 자연적인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진뒤 여러 유전자 조각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새로 끼어들거나 사라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다.

그리고 이들 단백질은 2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고분자 물질로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들어 p53 단백질은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많은 효소는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몸에 필요한 복잡하고 다양한 물질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백질은 의약용이나 치료용, 또는 산업용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단백질의 일종인 효소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연구개발과 산업화가 추진되는 바이오 테크 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적인 화학기업이나 제약기업, 생명공학기업들이 각각 산업목적에 맞는 효소의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백질은 특이성과 안전성, 활성등이 실제 의약용이나 산업적으로 사용되는데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어 목적에 맞는 특성이나 새로운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창출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연구성과가 학계에 보고된적이 없다.

그런데 카이스트 김학성 교수팀은 수많은 이런 단백질들이 사실은 기본 골격의 수는 한정돼 있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도 골격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교수팀은 이런 점에 착안해 기존의 단백질에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백질 설계에 필요한 요소를 끼워넣음으로써 신기능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학성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단백질 의약품 개발과 산업용 효소개발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돼생명공학 산업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또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다양하게 됐는지에 대한 중요한 해답도 제공해 기초생명과학분야의 획기적인 성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따라 김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27일 새벽 3시에 게재됐다.

(노컷뉴스 / 이용문 기자 2006-1-27) 

어, 해독제가 항생제로 바뀌네

단백질은 DNA 등과 같은 핵산과 함께 생물의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양대 축이다. 위에서 소화를 시키는 소화 효소, 당뇨병에 관여하는 인슐린, 손톱도 단백질이다. 생물체에는 5만 종류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단백질을 원하는 기능과 특성을 갖도록 설계하고, 만드는 방법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와 박희성 박사팀은 '기존 단백질 골격을 이용한 신기능 단백질 설계와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됐다. 이에 따라 고성능 의약용 단백질이나 산업용 효소 등을 제조할 수 있는 등 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골격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인체에서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기능을 하는 '글라이옥살레이즈II'와 베타 락탐 항생제를 분해하는 기능을 하는 '베타 락타메이즈'는 서로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각각의 기능을 결정하는 액세서리 격의 단백질(loop) 위치와 크기.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골격 구조는 4겹으로 리본이 겹쳐 있듯 거의 비슷하다. 말하자면 가옥의 뼈대는 거의 비슷한데 그 치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옥도 되고, 양옥도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글라이옥살레이즈II의 골격에 붙어 기능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완전히 떼 낸 뒤 그 길이와 모양을 바꿔 다시 붙임으로써 역할 다른 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주택으로 비유하면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뿐 아니라 단백질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단백질의 골격을 비교해 보면 그 족보가 어느 계통에 속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의 진화에는 단백질 골격을 만드는 유전자에 새로운 유전자가 달라붙거나 또는 일정 부분이 제거되거나, 돌연변이 등이 발생하는 과정을 거쳐 일어난다. 또 어떻게 5만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어떻게 리모델링하나 = 글라이옥살레이즈II를 베타락타메이즈로 바꾸기 위해 두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여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설계도를 만든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글라이옥살레이즈II의 골격만 남겨 놓고 나머지 액세서리 격으로 붙어 있는 4개의 단백질을 모두 제거한다. 이들은 글라이옥살레이즈II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골격에 길이와 아미노산 서열이 다른 새로운 '액세서리'를 유전자 재조합 방법을 이용해 붙임으로써 원래 있었던 글라이옥살레이즈II의 기능은 사라지고 베타락타메이즈의 기능을 갖는 단백질이 됐다.

◆ 어떻게 활용하나 = 단백질 의약품을 비롯한 산업용 효소 등의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예를 들어 TNF-알파라는 단백질은 종양을 괴사시키는 단백질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것보다 성능이 뛰어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항체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화학회사나 제약회사의 관심을 끌고 효소 산업에도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소의 성능과 특성을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고 안정성도 높일 수 있어서 기존의 화학공정을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생물학적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보자. 기존에는 누런 색을 없애기 위해 화공약품인 탈색제를 썼다. 이 기술을 써서 효소가 그런 색을 제거하도록 개발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세제의 경우도 떼를 빼내는 효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데 그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즉, 기존 효소세제가 서너 숟가락만큼 넣어야 한다면 효소의 성능을 높일 경우 한 숟가락 이하로도 빨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효소의 경우 온도가 높거나 오래 보관하면 그 구조가 파괴돼 성능이 낮아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런 단점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이다.

 

◆ 단백질이란 = 생물계에 약 5만 종 존재하는 것으로 DNA 등의 핵산과 함께 생명 유지의 양대 축. 혈액의 운반에서부터 호르몬.해독.소화효소 작용 등 그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그 구조는 리본이 포개져 있는 형태에 기능을 결정하는 액세서리 격의 단백질과 금속이 붙어 있다. 현재 그 구조가 밝혀진 것은 1000여 종이다.

◆ 단백질 리모델링 기술 어떻게 활용하나

- 단백질 의약품 제조 : 항암제 등 단백질을 이용한 의약품의 효능을 높임

- 효소의 안정성과 효능 향상 :

세제나 고기 연하게 하는 연육제 등 각종 효소의 효능 향상

오래 보관하거나 환경이 안 좋은 곳에 놔둬도 변질이 잘 안되는 효소 개발 가능

- 단백질 진화 과정 규명 : 단백질의 골격 등을 비교해 보면 어느 계통에서 분화되어 왔는지 파악할 수 있음

(중앙일보 / 박방주 기자 200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