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매체도 黨비판”… 中당국 위기감

공산당기관지 부록 ‘빙점’ 무기정간

중국의 언론 통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여기엔 일부 공산당 직속 매체들까지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에 물들어 당의 보도 지침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지도부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5일 중국청년보의 주간 인기 부록인 ‘빙점(?點)’을 무기한 정간했다. ‘빙점’ 편집장인 리다퉁(李大同)은 이날 중국 언론계 동료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24일 오후 신문사 사장과 총편집장으로부터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선전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빙점’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가 매주 수요일 발간하는 부록. 1994년부터 발간된 이 주간지는 중국의 민감한 사회문제를 심층 보도해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번 조치는 상급 기관인 공청단과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리다퉁은 △국민당 군대의 항일투쟁 성과 보도 △대만 작가 룽잉타이(龍應臺)의 ‘당신은 아마 대만을 모를 것이다’ 기고문 게재 ?후치리(胡啓立)의 ‘내 마음 속의 후야오방(胡耀邦)’ 기고문 게재 등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이를 보도한 이후 당국으로부터 “국민당을 미화했다” “후야오방 관련 보도는 신화사 보도만 인용하고 자체 보도를 금지한다는 지시를 어겼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고 리다퉁은 밝혔다. 급기야 지난해 8월 리다퉁은 ‘만언서(萬言書)’라는 공개 서한을 인터넷에 띄워 “공청단 중앙이 중국청년보 기자들을 노예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에 앞서 지난 연말 신경보(新京報)의 편집 방향을 문제삼아 편집국장을 해고한 바 있다. 당시 신경보 기자 300여명은 이에 항의, 초유의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신경보가 지난해 허베이(河北)성 딩저우(定州)의 시위 농민 6명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진 사건 등 당국이 싫어하는 내용을 보도한 것에 대한 압력으로 언론계는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도 24일 중국 내 인터넷 사업 허가를 위해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검열 기준에 따르기로 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은 대만독립, 티베트독립, 천안문(天安門)사태, 파룬궁(法輪功), 민주 등 민감한 단어의 검색을 막았다.

중국 당국이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원리가 강해지고 있는 언론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언론들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면 우리는 보도한다’는 원칙하에 공산당이 정한 보도 영역을 무너뜨리고 있다. ‘빙점’ 편집장 리다퉁은 ‘만언서’에서 “중국청년보가 이대로 가면 제2의 광명일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공산당 직속인 광명일보는 1980년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시장경제 적응에 실패, 현재는 발행 부수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신경보는 공산당 관련 기사를 줄이고 심층 보도와 다양한 정보로 창간 2년 만에 베이징청년보에 이어 베이징 제2의 일간지로 부상했다.

(조선일보 / 조중식 특파원 200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