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왕궁 베일 벗는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25일 평양시 대성산 아래에 위치한 안학궁터를 올 여름쯤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학궁은 고구려 장수왕 때 조성된 궁궐이어서 고구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안학궁은 고구려 장수왕이 427년 평양천도를 단행하면서 지은 궁성으로, 뒤에 평양성을 새로 지어 옮길 때까지 160여년간 고구려의 왕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궁터만 남아 있다.

이 궁터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 때문. 정방형 모양에 성벽 둘레만 2488m, 넓이는 8만 6000여평에 이른다. 건물터만 살펴봐도 들어선 건물이 최소한 50여채가 넘는다. 또한 지난해 북한 자료를 인용해 디지털기술로 안학궁을 복원한 호남대 연구팀은 정전인 중궁의 높이를 87m로 추정했다. 이는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보다 3배나 높을 뿐 아니라 6세기 이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그 어떤 궁성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웅대한 규모다. 그런만큼 안학궁터는 ‘광개토대왕-장수왕’으로 이어지는 최전성기 고구려의 국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적으로 큰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실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기초조사나 발굴작업은 1930년대와 1950년대 일부 이뤄진 게 전부다. 분단으로 인해 남한 학계는 당연히 접근하지 못했고, 북한 역시 기초조사를 넘은 본격적인 발굴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안학궁이 고려시대 궁궐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일부 발굴된 자료 가운데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재단측은 고려가 고구려 시대 도성을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체적인 공동발굴작업 논의는 2월초부터 북한과 실무접촉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연구재단은 쉽게 합의되더라도 간단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배 이사장은 “경복궁의 4∼5배에 이르는 규모인데다 발굴작업의 특성상 대단위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수년간에 걸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 조태성 기자 2006-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