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카이거 감독 "무극, 한국영화 따라잡기 위한 작품"

한때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함께 중국 영화의 대명사였던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무극’이 2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무극’은 중국 영화 사상 최고인 3,0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들여 만든 판타지 대작이다. 장동건이 주인공 ‘쿤룬’을 연기해 화제가 됐고, 3월에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상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절세미인인 왕비 ‘청칭’(장바이츠ㆍ張栢芝)을 사이에 두고 초인적 능력을 지닌 노예 쿤룬과 불패의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ㆍ眞田廣之) 등이 벌이는 사랑과 갈등을 다뤘다. 화려한 색채와 수려한 구도가 눈을 사로잡지만 지나친 상징과 비약이 이야기의 그물코를 헐겁게 한다.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첸카이거 감독은 중국 영화시장을 한국 영화계처럼 성장시키기 위해 ‘무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의 시장 장악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가 공존하는 것도 부러워요. 한국 영화가 간 길을 따르려면 저 같은 유명 감독이 대작을 만들어 중국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그는 시대적 배경과 공간이 불분명한 ‘무극’을 통해 급변하는 중국의 사회상을 변주하고 싶었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운명의 신에게 사랑을 저당잡힌 청칭은 요즘의 중국 현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중국은 영화 내용처럼 혼란의 시대입니다. 중국인은 예전과 달리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명예 이익 등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중국의 현재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홍위병으로 활동하며 격동의 문화혁명 시대를 통과했던 자신의 삶도 영화에 반영했다. “‘무극’의 인물들은 모두 가혹한 운명에 사로잡혀 있는데, 쿤룬만 강한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바꿉니다. 그의 모습은 어려움을 이기고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저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애착이 가요. 쿤룬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첸카이거 감독은 중국 외에도 한국과 미국의 자본을 끌어들였지만 우선적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해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같은 동아시아 국가지만 문화적 차이가 있어 한국과 일본 관객의 반응은 중국과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다소 조악해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에 대해 그는 “욕심 만큼은 아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 라제기 기자 200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