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의 힘’ 대비할 장기전략 있나

“남북한과 미국 등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의 중심에는 항상 중국이 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긴박하게 펼쳐지는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새삼 확인한 사실이다.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말 중국으로 건너가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위폐 문제를 논의했다. 이달 8일에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가 베이징에서 우 부부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주에는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잇따라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힐 차관보는 18일 다시 베이징에서 우 부부장, 김 부상을 만났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현재 6자회담의 최대 난관인 ‘북한의 위조 달러 제조 의혹’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과시했다.

북한 문제에서의 ‘중국 주도’는 핵문제에서만이 아니다.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급부상한 위폐 문제도 중국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북한 계좌를 갖고 있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위폐 문제와 관련한 ‘정보’와 ‘칼(처분권)’을 함께 쥐게 됐다. 북한 한국 미국은 중국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문제 전반에서 발언권을 높여 가려는 장기적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8월 한국에 인접한 산둥(山東) 반도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북한 자원개발 사업에 이미 깊숙이 진출한 중국은 지난달 북한과 서해 원유 공동개발 협정을 맺음으로써 본격적인 자원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이런 ‘중국의 힘’을 우리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동아일보 / 윤종구 기자 2006-1-20) 

김정일 방중, 강도 높은 개혁으로 이어질 듯

양국 정상회담, 북한 핵문제와 경제협력 집중 논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 외교부 쿵취안 대변인은 공식확인을 거부했지만 17일 후 주석이 외국지도자와 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뒤 8일 간의 중국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17일 밤 특별열차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특별열차가 떠난 베이징역은 이날 저녁 8시를 넘어서면서부터 경비가 크게 강화된 모습이 목격됐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18일 오전 9시를 전후해 단둥역을 통과한 다음 신의주를 거쳐 저녁쯤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회담, 북한 핵문제와 경제협력 집중 논의

두 정상은 미국과 금융제재 문제로 교착상태에 놓인 6자회담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소방안과 관련해 중국측의 협조를 요청했고 후진타오 주석은 6자회담 재개가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김위원장의 입장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간의 정상회담에서는 또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위원장은 후주석에게 북한의 경제개혁을 위한 지원과 지지를 요청했으며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의 경제회생을 위한 지원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방중, 강도 높은 개혁으로 이어질 듯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중국을 방문한 뒤에는 북한에서 일련의 개혁조치가 실행됐다. 김위원장이 2001년 중국을 방문한 뒤에는그 다음해에 7.1경제개혁조치가 취해져 북한에도 시장이 100여곳에 형성됐다.

또 2004년 방중 뒤에는 집단농장체제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일부 가구에 경작권을 주는 "시범 가족 영농제" 도입을 통한 농업개혁을 실시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김위원장이 평양으로 귀환하면 일련의 제도개혁은 물론 개방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는 "김위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앞으로 북한식 개혁개방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제 1경제특구인선전을 돌아보는 등 장장 8일이 넘도록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느때보다 방중 후속조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위해 이른바 "통 큰 결단"을 하더라도 실천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1년 "경제력은 국가의 최고 목표라면서 다 바꾸자"고 신년사에서 다그치고 김정일 위원장이" 낡고 뒤떨어진 것은 모두 버리라"며 신사고를 강조했습니다만 뒤이어 취해진 조치는 말의 무게에 비해 폭발력이 훨씬 떨어졌다.

두번에 걸친 방중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회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부 등 강경보수파가 개혁개방의 걸림돌

체제보전을 명분으로 개혁개방을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군부 등 강경보수파의 반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는데 있어 실무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외부의 자원과 자금을 수혈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자본주의를 학습한 이른 바, "테크노크러트"들이 전무한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 경제특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화교자본 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 공부한 인적 자원이 비교적 풍부했기 때문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만약 개성공단을 남한 기업인이 운영하지 않고 북한에게 모든 것을 맡겼더라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인적자원 부재를 꼬집었다.

CBS정치부 구용회 기자

(노컷뉴스 2006-1-18) 

"평양發 대형뉴스 나올것" 베이징 술렁

“감(感)이 나쁘지 않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지켜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개혁 개방 행보 때문이다. 이번 중국 방문에는 많은 군 고위 인사들도 동행했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조만간 평양발 대형뉴스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 김 위원장의 시간대별 행보 = 17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오후 3시경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함께 인민대회당 연회에 참석한 데 이어 베이징 서역에서 특별열차 편으로 귀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베이징 서역은 경비가 크게 강화됐다.

일부 취재진은 리무진 등 승용차 5, 6대가 역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요인용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또 역 구내에 대기 중이던 열차가 김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탑승한 뒤 오후 8시 반경 출발하는 장면이 일본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편 단둥의 한 소식통은 “18일 오전 7시부터 경비소집 명령이 내려졌다”면서 “특별열차가 오전 9시 통과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 남순(南巡)과 천지개벽 = 2001년 1월 상하이(上海)를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은 ‘천지개벽’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번 방중은 그때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경제학습 차원을 넘어 ‘중국 개혁 개방의 1번지’를 장시간 둘러봤다.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이번 ‘남순 행보’는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후 주석의 권유와 무관치 않다”며 “당시 후 주석은 북측이 개혁 개방에 나설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의 베이징 회동에서 그 후속 대책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0여 명의 김 위원장의 수행단원 중에는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전병호 당 중앙위 군사담당 비서, 박재경 대장 등 군 수뇌부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개혁에 미온적인 군 수뇌부를 설득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 황유성 특파원 2006-1-18) 

"김정일 자신감있는 태도 없어져"

박재규 전통일 "남북격차 5대 1로 줄어야 통일 현실성"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최고의(supreme) 자신감" 있는 태도가 근래 크게 변한 것 같다고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장관이 17일(현지시간) 말했다.

이날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에서 '2000년 이후 북한과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박 전 장관은 북한 지도부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 김 위원장을 만나 눈에 띄는 차이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본 최고의 자신감있는 태도(aura)가 없어졌거나 현저하게 약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강연 후 이에 대한 질문에 "2000년과 그 이후 몇차례 만났을 때는 김 위원장이 경제든 대외관계든 일본 문제에 대해서든 상당히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지난해 6월 만났을 때는 '잘 돼야 안되겠나, 미국과 관계도 잘 풀려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좋게 보면 좀 차분해졌다고 볼 수 있고, 과거 스타일에 비춰보면 여러가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신의주와 나진.선봉 특구를 살리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지만, 누군가 투자를 해줘야 하고,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안돼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때 군요인을 대거 대동했으며, 개혁개방을 위한 군부 설득 목적이라는 관측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에 갈 때 군 참모들을 많이 데리고 가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지 군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어"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강연에서도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후 북한의 새로운 변화 가운데 하나로 "뚜렷한 군부의 우세"를 들면서도 "강온파 갈등설이나 군부의 엄청난 권력설 등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도전없는 권위을 누리고있는 절대 지배자라는 현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북한의 최근 세계식량계획(WFP)과 각종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대한 통제.추방 등 조치에 대해 "지난 4-5년간 이들 기구의 북한내 활동 전반을 놓고 이해득실을 평가, 다시 활동을 허용하거나 제재를 하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이들이 "식량지원 등 본래 목적 외의 활동을 많이 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WFP에 대한 조치도 "식량 사정과는 별 관계없다"고 말해 체제단속용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 정부, 군, 국영기업체 지도부에 등장하는 40,50대는 외부세계에 더 어둡고 더 완고하게 이념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는 그룹은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이 믿는 지역에 보내 교육도 시키고 외국에서 전문가를 초빙, 교육시키기도 하는 등 북한 나름대로 인쟁양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정세에 밝다"고 말했다.

남북 통일을 위한 조건으로 남북간 경제격차 문제에 대한 질문에 박 전 장관은 "지금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30-40대 1로는 안되고 3대 1 혹은 적어도 5대 1엔 근접한 후에야 통일 얘기가 현실성이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북에 오가며 통일, 통일하는데 나는 만날 때마다 '제발 흥분말라. 기다려라. 북한에서도 아무도 현재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통계상 북한의 1인당 소득이 지난해 800-900달러로 돼 있지만, 나는 실제론 3분의 1 수준인 300달러로 본다"며 "북한은 정확한 경제통계를 낼 여건이 안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변화상으로, "모든 도시와 군마다 최소한 1-2개의 다목적 시장이 생겨 전국적으로 300개 이상이 존재하며, 평양엔 주점 150개, 식당 350개가 있고, 24시간 인터넷 카페들도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북 교역액이 2005년중 11월까지 총 9억7천900만달러여서 12월까지 감안하면 사상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 장관은 한편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경수로 대목 표현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하고 "모든 기존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대목 역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존재 논란과 관련, "논란이 불가피한" 조항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 윤동영 특파원 200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