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한국인들의 역사왜곡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학생들에게 자국의 역사나 언어를 가르칠 때 국어(national language), 국사(national history)가 아니라 미국사, 영어, 일본사, 일본어라는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은 한국어,한국사가 아닌 국어,국사라고 가르치다 보니 우리 학생들은 한국이 세계 많은 나라 중의 하나라는 국제적 인식을 갖지 못하고 모든 세계의 문제를 자국 중심의 국수주의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한때 일본인들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한국,중국인들이 분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고구려를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이나 일본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한국인들도 역사 왜곡에서 일본인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일본은 원래 조선보다 뒤떨어진 나라였는데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갑자기 강국이 되어 자신들을 가르쳐 준 스승의 나라를 침략한 배은망덕한 국민이다" 라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강국 몽골의 침략을 물리친 저력을 갖고 있는 일본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도쿄도 뉴욕도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들은 몽골이 일본을 침략했을 때 마침 태풍이 불어와 몽골군이 상륙도 못해 보고 바다에 빠져 죽은 줄 알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몽골군이 규슈에 상륙하자 규슈의 무사들이 반격에 나섰지만 당시 일본인들의 전술은 족보전쟁 혹은 대규모 검술시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치한 수준이었다 .즉 전투개시가 되면 지휘관이 적을 보고 "나는 다케다 가문의 몇 대 손으로서 아버지는 누구고 할아버지는 누구며…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자신의 족보를 다 읽고나서 적장 ○○○는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하면 전투가 개시되고 병사 각자의 검술 실력으로 상대와 싸우는 초보적인 전술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전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몽골군은 이러한 한심한 전술이 아니었다.

후퇴를 하다가 일본군이 추격을 하면 몽골기병이 갑자기 뒤에서 역습을 하기도 하고 좌우에서 매복해 있던 몽골군이 일본군의 측면을 공격하기도 하는 복잡한 전술이었다.

더구나 개개인의 검술 시합으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짓던 일본군에게 화약으로 무장한 몽골의 집단보병전술은 완전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히젠의 무사들은 분전하여 몽골군을 해안가에 묶어 놓는 데 성공했다.

일본군은 내륙에 진을 치고 있었고, 몽골군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태풍이 불어와 피해가 극심하였고 일본군의 피해는 미미했던 것이다.

1281년 2차 침공 때는 무려 15만 명의 몽골군이 기습을 했지만 1차 때와는 달리 일본도 규슈뿐만 아니라 혼슈의 무사들까지 동원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6월에 하카타만으로 돌입한 몽골군과 일본의 무사들은 2개월간이나 처절한 전투를 벌였다.

결국 윤 7월에 태풍이 불어와 내륙으로 진격하지 못하고 해안을 맴돌던 몽골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설상가상으로 일본군의 추격을 받아 거의 궤멸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듯이 태풍 때문에 몽골군이 상륙도 못해 보고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은 아니었다. 명치유신 때도 일본은 개국을 하여 근대화에 성공했고 조선은 쇄국을 해서 망한 것만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근대화를 하려고 하면 도로와 항만을 건설하고 산업을 발전시키고 강력한 군대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조선은 돈이 없었고 일본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도로와 항만을 건설하고 영국으로부터 군함과 대포를 수입하여 강국의 대열에 올라설 수가 있었던 것이지 개국만 한다고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조선의 재정상황은 최악이었고 산업은 수준 이하였기 때문에 죽었던 제갈 공명이 살아와도 조선은 근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근대화는 입이 아닌 돈과 실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당당하게 항의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타국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있지도 않았던 과거의 영광에서 긍지를 느끼는 이상한 국민들"이라는 프랑스의 동아시아 전문가 포스텔 비데의 비웃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부산일보 2006-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