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네티즌 “한국 ‘고구려사는 우리역사’ 주장은 CIA ‘중국 해체’ 음모”

한 중국 네티즌이 우리나라가 고구려사를 우리역사라고 강조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항의하는 배경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해체-만주 병탄 음모'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논문 형식으로 된 '중국을 해체하여 만주를 병탄한다 - 고구려 논쟁을 통해 본 한국의 우리나라 영토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이라는 이 글의 저자는 '해외에 사는 보통 중국인'이라고 돼 있다.

이 글은 이미 '차이나 닷컴(china.com)' 등 중국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퍼져 나갔다. '중국해체병탄만주(中國解體呑倂滿洲)'라는 글귀로 검색을 하면 수백건의 유사한 글이 뜰 정도.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계속 퍼지고 옮겨지는 과정을 통해 몇몇 글자와 내용이 빠지기도 하고 제목들도 약간씩 달라졌지만 큰 줄기는 똑같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CIA가 중국 해체라는 큰 틀에서 만주를 떼어내 한국에 병탄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고, 이같은 음모가 한국의 고구려 관련 움직임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서길수 전 고구려연구회 회장(서경대 교수)은 '고구려연구회(http://www.koguryo.org)' 홈페이지에서 "1월4일 한 회원이 '중국의 인터넷에 고구려에 관련된 글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와 찾아본 결과, 중국 야후에서만 646건을 찾았다. 전부 다 볼 수도 없고 첫 쪽에 나온 몇 가지만 클릭해 들어가 내용을 확인했다. 우선 제목들이 한눈에 아주 공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서 교수가 중국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이 글을 제목에 따라 분류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해체 만주 병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에서 본 한국의 흉악한 야심' '중국 해체, 만주 병탄-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우리나라 영토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 '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야심과 미국의 역할' '고구려 논쟁의 배후를 통해서 본 한·미' 등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뉜다.

'고구려 역사에 나온 성씨 가운데 일찍이 한(韓)이란 성씨가 있었는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작용' '도대체 누가 역사를 왜곡했는가?' '수·당이 고구려를 토벌한 것을 침략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현대 문명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중 왜곡이다' 등 4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 글은 첫 구절부터 공격적이다.

'한국에서 위로 대통령부터 아래로 일반인까지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역사왜곡을 꾸짖고, 고구려가 한국 역사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민중은 민족의상을 입고 서울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밤낮 시위를 하고 있다'

이어 이 글은 '당태종은 요동은 본래 중원의 고유영토이며 절대로 그것을 분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훈계를 내렸다. 그리고 몸소 황제는 고구려를 토벌하는 것을 지휘하고, 서기 668년 대당(大唐·중국인들이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구축했던 당나라를 높여 부르는 칭호)'의 군대가 고구려를 섬멸한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당의 군대가 고구려의 전체 영토를 받고, 절대 다수의 고구려 주민도 모두 중국에 귀순한다. 이때 한국의 전신인 왕씨 고려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고구려 멸망 200여년 이후 서기 9세기 초, 백제를 합병한 신라로부터 고려의 왕조를 구성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동북공정에서 말하는 '고구려는 중국 역사상 변방의 소수정권이었으며, 당나라의 토벌로 중원역사로 복귀했다'라는 논리와 동일성상에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삼국시대는 커녕 고려시대로까지 끌어내려 서기 9세기에서야 민족국가를 구성했다는 식으로 비하하고 있다.

또한 이 글은 'CIA의 21세기 임무는 중국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을 허가해 미국에 망명정부를 세우게 하고 몽고에 대량의 경제·군사·정치적 원조를 제공하며 대만의 분리독립을 은연중에 지지하고 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글은 중국 해체의 임무를 위해 CIA가 '한국의 만주 병탄을 지지할 것'이라며 '9세기에야 나라를 세운 고려 왕조를 이어받은 나라가 무슨 명분으로 만주를 통치합니까'라고 반박했다.

이 글의 필자는 우리나라의 만주 고토회복 주장에 대해 '한나라의 4군에서 명나라까지 한반도 중부에 위치한 한강 이북은 모두 중원 왕조의 효과적 통치 아래 있던 중국 영토'라며 '필자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황당한 염치없는 역사'라고 비난까지 했다.

더욱이 이 글은 '한국어는 서기 11세기에 창조된 것으로 지금까지 900년이 안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안에서 출토된 2개의 묘비(광개토대왕비릉비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에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분명히 서기 414년에 만들어졌기에 한국어 창조와는 무려 700년의 시간차를 보인다'라고 역사왜곡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 글의 저자는 한국과 중국간의 고구려 논쟁이 CIA의 조종으로 이뤄지고 있고, 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록된 뒤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자는 1980년대 이전에는 중국측이 고구려는 한국사라고 인정했다는 점과 80년대 이후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를 자국역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했다는 점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

이 글을 쓴 저자에 대해 서 교수는 "한국말을 잘 알며 시사에도 아주 밝은 사람으로 남·북한,미국,중국,일본,대만에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역사적인 사실을 설명할 때 아주 기본적인 사실이 앞뒤가 맞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역사학자는 아니다"라고 추측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세계일보 / 김희균 기자 2006-1-16) 

[기자수첩] CIA의 고구려사 음모론?

한국이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는 배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음모가 있다. 이것은 중국을 해체하고 한국이 만주를 삼키게 하려는 음모다.

한·중 간의 고구려사 논쟁과 관련,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괴(怪)문서가 중국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저자가 ‘해외에 사는 보통 중국인(華人)’으로 돼 있는 이 문서의 제목은 ‘중국 해체, 만주 병탄―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우리나라(중국) 영토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 긴 논문 형식으로 씌어진 이 문서는 만주를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미국의 계획에 따라 한국 학자와 매체들이 고구려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서의 곳곳에서 기초적인 역사 사실과도 어긋난 부분이 드러난다. ‘고구려가 망한 200여년 뒤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키고 왕씨고려를 세웠다’ ‘현재의 북한 영토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 떼어준 것’ 등이다. 이를 통해 문서를 만든 사람의 역사 지식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이 문서는 혐한(嫌韓) 분위기를 숨기지 않는다. ‘상전 미국’의 도움을 받은 ‘한국 괴뢰’가 동북 3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한국 학계가 최근 중국에 항의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이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서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속도는 놀랄 만하다. 중국 야후에서만 똑같은 글이 640건이나 검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고구려사 논쟁의 실상을 자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린 적이 없다.

안 그래도 지금 중국은 경제발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민족주의가 고양될 대로 고양된 상태다. 중국 당국의 방관 속에 이처럼 허무맹랑한 주장이 13억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감성을 건드린다면 그것이 초래할 결과는 어떤 것일까.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2006-1-15) 

'고구려사 논쟁에 CIA 개입' 글 中인터넷 유포

중국 인터넷 상에 "한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고 강조하는 배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있고, 이는 만주를 삼키려는 음모"라는 요지의 글이 떠돌고 있다고 서길수 전 고구려연구회장(서경대 교수)이 13일 전했다.

서 교수에 의하면 '중국 해체, 만주 병탄(倂呑)-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우리나라(중국)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글쓴이가 '한 명의 해외 사는 보통의 중국인(華人)'이라고만 돼 있다.

서 교수가 우리말로 옮긴 글에서 그 필자는 "한국에서 중국의 역사 왜곡을 나무라고 고구려가 한국 역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다시 폭발해 중대한 외교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중국의 국가 안전과 영토 보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은 조공과 책봉이란 고대 아시아에서 일종의 외교행위로, 고구려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라는 한국의 주장에 대해 "조공은 오늘날 중앙 재정을 위해 세금을 걷는 것과 같다. 오늘날 어떤 독립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에 이처럼 의무적이고 제도적으로 세금을 내는가"라고 반박했다.

글쓴이는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한ㆍ중간 논쟁에 대한 'CIA 개입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글은 "고구려 역사 논쟁은 CIA가 개입함에 따라 한국이 동북 3성을 집어 삼키려는 야심으로 변질됐고, 한국은 21세기에 중국이 만약 해체되면 고구려 역사 논쟁을 중요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망상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중국의 국민감정을 상당히 자극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용래 기자 2006-1-13) 

<중국의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글>

고구려연구회 게시판 / 관련내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