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연구회 “중국의 역사침공 적극 대항할 것”

“이제는 발해다.”

고구려사 지키기에 앞장서온 고구려연구회(회장 서영수 단국대 교수)는 올 한 해 ‘발해사 지키기’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례 국제학술대회의 올해 주제를 ‘발해와 동북아시아’로 잡았으며, 발해사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집대성할 계획이다. 발해를 중국역사의 일부로 기정사실화하는 중국 역사학계의 침공에 대항하겠다는 것.

서영수 회장은 “중국은 헤이룽장(黑龍江) 성 닝안(寧安) 시의 상경성(上京城)을 비롯한 발해유적을 2008년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 아래 그동안의 발굴성과에 대한 보고서 작성과 유적 정비에 매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발해사 연구 성과를 넘어서는 좀 더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규철 경성대 교수가 지난해 말 고구려연구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영역으로 본 고구려와 발해’는 국가 구성요소로서 인구와 영토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발해의 최대 영토는 서쪽으로는 랴오허(遼河) 강, 동쪽으로는 연해주, 남쪽으로는 대동강과 원산만을 잇는 선, 북쪽으로는 헤이룽 강과 우수리 강의 합류지점에 이른다. 이는 서쪽으로 랴오허 강, 동쪽으로 지린 성 훈춘(琿春)∼닝안, 남쪽으로 아산만∼영일만, 북쪽으로는 지린 성 카이위안(開原)과 닝안에 이른 고구려의 영토와 대부분 겹쳐진다.

이를 오늘날의 행정구역으로 환산하면 발해와 고구려는 중국의 랴오닝 성과 지린 성의 대부분과 한국의 함경도와 평안도의 대부분을 공유한다. 고구려는 황해도와 강원도 전역과 충청도와 경상도 일부 등 남쪽 영토가 넓었지만 발해는 대신 헤이룽장 성과 연해주 등 북쪽과 서쪽 영토가 넓었다.

송기호 서울대 교수가 추정한 영토 면적은 고구려 34만6423km², 발해 45만6000∼59만2900km²다. 발해의 영토가 고구려보다 1.5∼2배 넓은 셈이다.

발해의 인적 구성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지배층 고구려인과 피지배계층 말갈인의 이원론을 내세우고 중국에서는 말갈족 일원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말갈(靺鞨)’이란 표현은 중국과 고구려 모두에서 고구려 변방에 살던 사람들을 지칭한 일종의 비칭(卑稱)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헤이룽 강 중하류에 살던 특정 종족명만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사서에서 발해의 주민을 말갈로 호칭한 것은 ‘고구려 변방 촌놈들이 세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또 말갈족이 발해주민의 대다수가 되려면 북쪽의 말갈족이 대거 남하하거나 고구려 멸망과 발해 건국 사이 30년간 말갈족이 큰 폭의 종족번식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발해는 고구려 변방의 현지주민들 손에 의해 세워졌고 그 건국과정에서 중국에 끌려갔던 고구려 주민이 대거 귀국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동아일보 / 권재현 기자 2006-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