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몰려온다] 고철서 반도체까지 대공습

‘중국이 몰려오고 있다.’

고철더미부터 자동차, 첨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품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중국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대대적인 공습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간다’는 글로벌 성장전략에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 더욱 강도를 높이면서 한국 산업을 전방위로 압박할 전망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하이얼은 소형 냉장고, 와인 냉장고 등을 앞세워 한국 가전의 틈새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레노보는 ‘IBM’ 브랜드로 중ㆍ고가 컴퓨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강신영 한국레노보 마케팅 담당 상무는 “IT 선진국인 한국은 레노보가 만드는 IBM PC 신제품을 평가하는 테스트마켓으로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중국의 한국 시장 공습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대대적인 한국 기업 사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비오이그룹이 하이닉스의 LCD사업 부문으로 첨단 디스플레이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5세대 LCD 양산에 성공하면서 중국 브랜드 LCD 생산체제를 갖췄고,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중국 브랜드 자동차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또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국내 정유ㆍ반도체ㆍ건설ㆍ게임업체 인수를 위한 타진도 계속되고 있다.

외환보유액 8,200억달러(2005년 말 기준 추정치)에 달하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대공습에 대해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경제 부문에서도 시작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양샤요쥔(楊曉軍)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서울대표부 대표는 “중국과 한국의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술을 쉽게 상용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 시장을 ‘팍스 시니카’의 단초로 삼는다는 전략은 한국에 분명 위협적이다. 따라서 중국의 한국 공습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승호 삼성경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앞으로 3~5년 뒤면 중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위협이 실감날 것”이라며 “서비스든 품질이든 중국 기업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를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 고진갑 특파원 2006-1-9) 

상하이車, 쌍용車 직할 통치

실적부진 이유 임원8명 해임… "기술 빨리 이전하려는 의도"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는 설 연휴 직전 쌍용차 임원 8명을 해임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완전 장악하게 됐다. 특히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등 쌍용차의 중국화(中國化)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임원 해임은 작년 11월 상하이차가 실시한 ‘소진관 사장 해임’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관리총괄본부 진창기 부사장을 비롯, 정비·부품 담당임원 3명과 생산·영업·원가·경리담당 임원 4명 등 총 8명의 상무급 이상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에는 부사장 2명을 포함, 임원 6명이 해임됐다.

이들은 회사 안팎에서 소진관 전 사장의 인맥으로 알려졌던 임원들이다. 향후 쌍용차 경영은 작년 11월 상무에서 사장으로 발탁된 최형탁(崔馨鐸) 사장과 상하이차 출신인 장즈웨이(蔣志偉) 대표, 장하이타오(張海濤) 수석부사장이 협의해서 결정키로 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작년 11월 소진관 전 사장이 해임된 후 3개월 만에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사실상 직접 경영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조직개편의 이유로 지난해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쌍용차는 2005년 약 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쌍용차의 적자는 지난 2000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체제개편의 이면에는 쌍용차의 자동차 개발기술을 조기에 상하이차로 이전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기술을 도입, 중국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모델을 개발한다는 ‘S-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쌍용차 경영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태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기술이전에 대한 노조와 회사 안팎의 반발이 커지자, 최근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쌍용차에 2조원을 투자, 중대형 세단 2종, SUV 3종, 미니밴 1종 등 6종의 신차를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또 평택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22만대에서 2010년까지 34만대로 확대키로 했다.

자동차 기술의 중국이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생존을 위해선 상하이차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송상훈 애널리스트는 “내수 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쌍용차는 상하이차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이 미래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면서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쌍용차의 중국진출이 빨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 / 김종호 기자 2006-2-1) 

`韓中 기업간 기술격차 4.6년`

우리 기업인들은 한국과 중국 기업간 기술격차가 4.6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분야는 5.8년, 자동차는 5.3년의 기술격차를 인식해 평균치 이상을 보였지만, 전자는 3.3년으로 근소한 수준임을 인식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300개 제조업체(응답기업 275개사)를 대상으로 `중국의 기술추격과 업계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4.5%는 중국의 동종 경쟁업체에 비해 전반적인 기술수준이 우위에 있다고 응답했다. 기술수준이 `대등하거나 열세`라는 경우는 5.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우리 기술수준이 중국 경쟁업체에 비해 평균 4.6년 앞서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5.5년 앞서있다고 응답해, 중소기업(4.3년)에 비해 기술격차가 다소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조선(5.8년)과 자동차(5.3년) 등의 업종이 기술격차가 큰 반면 전자(3.3년)는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었다. 이밖에 철강 4.8년, 섬유 4.6년, 기계 4.4년, 석유화학 4.0년을 나타냈다. 부문별로는 신제품개발기술 격차가 5.2년인 반면 생산기술은 4.2년으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설계기술은 5.0년, 디자인기술은 4.5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근 기술발전 속도는 중국 경쟁업체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응답이 86.6%에 달해, 기업들은 중국업체와의 기술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업체의 기술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고 응답한 비율이 87.8%로 대기업(82.6%)보다 다소 많았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국내기업의 중국진출 과정에서의 기술유출`(34.6%)을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무려 63.5%가 이 때문이라고 답해 산업보안&8228;기술유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중국업체의 기술개발 및 선진기술 확보노력`(32.4%), `중국정부의 과학&8228;기술 중심정책 추진`(25.8%) 등이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주된 요인들로 꼽혔고, `국내기업들의 R&D투자 미흡`을 꼽은 경우는 4.7%로 나타났다.

중국의 기술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기초연구·원천기술 등 국가차원의 R&D확대`(27.3%), `자금·세제 등 기업지원 확대`(2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대기업은 `기초연구·원천기술 등 국가차원의 R&D확대`(34.8%)를, 중소기업은 `자금·세제 등 기업지원 확대`(29.1%)를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기술경쟁력마저 중국에 추월당하면 세계시장에서 우리기업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셈"이라며 "중국이 턱밑까지 접근하기 전에 핵심기술 확보, 기술유출 방지, R&D투자 확대 등 기업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다각적인 기술경쟁력 강화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 양효석 기자 2006-1-31) 

"범용제품 中사업 접을수밖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VCR와 단기능 전자레인지 사업에서 철수했다. VCR와 단기능 전자레인지는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생산을 중단한 품목들이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해외공장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을 중단한 것.

볼록형 브라운관TV도 지난해 6월부터 해외공장에서도 생산을 중단했다. 범용제품으로는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지난해 초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했던 선풍기 사업을 올해 초 완전히 접었다.

가전분야뿐만 아니다. 중국이 세계시장을 장악한 합성섬유의 경우 국내 업체는 중국 공세에 밀려 작년 합성섬유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했다.

"중국 기술 추격이 이렇게 빠를 줄 몰라서 사실 대처가 늦었습니다. 원가경쟁력과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중국업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코오롱 난징공장에서 만난 변재명 관리부장은 중국제품과의 경쟁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산 위력은 세계 5위 철강사인 포스코의 미래전략마저 바꾸게 했다. 작년 중국산 일반 범용 철강이 국내에 밀려들자 결국 포스코는 범용재 생산을 포기하고 고급강 중심으로 재편한 것.

국내 자동차업체도 중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가형을 무기로 중국 대표 토종 자동차 브랜드인 체리자동차와 질리자동차는 미국시장 진출 시기를 내년으로 잡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력이 낮지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지 5년여 만에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를 보유할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다"고말했다.

[기획취재팀=백순기 기자 / 정혁훈 기자 / 전병득 기자 / 남기현 기자 / 손일선기자 / 방정환 기자]

(매일경제 2006-2-1) 

한국제품 뜬다 싶으면 중국산 '짝퉁' 쏟아져

거세진 중국의 기술 추격 (2)

◆ 지난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인 '세빗(CeBit)'에 참가한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 직원들은 전시장에서 깜짝 놀랐다. 디자인은 물론성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거의 똑같은 중국산 '짝퉁' 제품이 버젓이 박람회장에 전시돼 있었기 때문.

지난해 여름에는 레인콤 히트작인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중국산 짝퉁이 국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돼 충격을 안겨줬다.

레인콤 관계자는 "특허권 침해 등 법적 대응에 나서려 했지만 제조업체나 유통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대응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산 '짝퉁'은 레인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엠피오 등한국 MP3플레이어 업체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흉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엠피오 빅히트 모델인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FL350'을 모방한 중국산 복제품이 지난달 중순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짝퉁'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는 한국 제품보다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FL350이 16만9000원에 판매되는 반면 짝퉁 제품인 UFM-350은 절반 가격인 8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

비단 MP3플레이어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에어컨 등 한국 제품이 히트만 하면 여지없이 중국산 복제품이 나온다.

중국산 불법 복제품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자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해 11월 중국산 짝퉁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협의체를 구성했다.

산업기술재단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 기술력이 중국보다 2년 앞선 MP3플레이어분야는 2010년 기술격차가 1년으로 줄고, 경쟁력은 중국보다 2년 처질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등 후발주자 주도 아래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MP3가격 인하로 국내 영세한 MP3 업체들은 이미 MP3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까지 갖춘다면 다른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