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달구는 '한국 온돌'

지난 8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선 '지판채난(地板采暖)협회'라는 단체가 창립식을 했다. 지판채난은 우리말로 '온돌 난방'이란 뜻이다. 창립식에는 55개 현지 온돌회사 사장과 상하이 시정부 고위 관료들이 참석했다. 5000년 역사를 이어온 중국의 난방문화가 바뀌고 있다.

중국은 원래 겨울에 공기를 직접 데우는 공열식(라디에이터.난로) 난방을 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한국 온돌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온돌 난방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경동보일러 대리점을 하는 중국 동포 조익하 사장은 "6년 전만 하더라도 상하이에 온돌 시공업체가 두 곳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150개사가 경쟁하고 있다"며 "새로 짓는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온돌 난방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는 방식의 온돌 난방은 위생적이고 따뜻해 중국인들 사이에 부(富)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중국 톈진(天津)에 보일러공장을 설립한 귀뚜라미보일러의 경우 2000년에는 온돌 난방이 전체 보일러 시공 건수(3500건)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는 2만3000건의 보일러 시공 중 32%를 온돌 난방으로 했다. 온돌용 파이프를 만드는 LG화학 관계자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요즘 짓고 있는 아파트의 20% 이상이 한국식 온돌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귀뚜라미와 함께 양대 한국 보일러업체인 경동보일러도 중국에서 온돌 시공을 늘려가고 있다. 베이징시 팡산(房山)구 아파트단지의 경우 2002년 7월 첫 온돌 난방을 시공한 이후 지금까지 8000가구 중 3000곳에 온돌을 깔았다. 이처럼 온돌 난방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한 독일 보일러업체들도 온돌 난방을 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돌문화는 '욘사마'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에도 전파되고 있다.

일본계 합작기업인 린나이 코리아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최근 신축 아파트 등에 한국식 온돌 난방을 표준 사양으로 적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일본 오사카가스.도쿄가스 등은 방문체험단을 구성해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모델하우스 등을 방문해 온돌문화를 배워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온돌은 우리 민족 고유의 난방 방식이다.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나온다. 온돌을 'ondol'로 표기하고, 한국의 바닥난방 장치(floor-heating device)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라는 책을 펴낸 충북대 리신호 교수는 "온돌은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온 우리 고유의 우수한 난방문화"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 최준호 기자 200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