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시행령으로…” 종교계“거부권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사학의 건학이념 구현 및 자율적 운영과 투명성·개방성 실현이라는 두 목표가 서로 충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시행령 등 하위법이나 법의 시행과정에서 사학의 자율성이 최대한 구현되도록 관계부처에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종교계 지도자 8명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한 뒤 종교계 협조를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이 전했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된 사학법을 공포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학생모집 거부라든가 학교폐쇄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나 학습권 침해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전교조에 의한 학교 장악은 여러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학교 현장에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총 등 교사단체도 여러개 분립돼서 상호 견제하고 있고, 현직교사가 이사가 된다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와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인 김희중 주교는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최 목사는 “건학이념의 훼손 가능성과 사학운영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되며 시행령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주교는 “거부권 행사를 정중하게 건의하지만, 혹 어려우면 공포를 보류하고 국회와 한번 더 협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원불교 이혜정 교정원장은 “시행령 과정에서 보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최근덕 성균관장과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은 “반대측의 뜻도 잘 살펴서 혼란이 적도록 대통령이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백도웅 목사는 “종교계가 먼저 자정능력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천도교 한광도 교령은 “학생들이나 학교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독교 원로 및 교계지도자들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과 같은 사태(사학법 개정)는 군사독재시대나 일제시대에도 없던 일로서 우리는 한국교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에 대한 기독교의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위해 김준곤, 길자연 목사 등 14명의 교계 원로들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기독교사학수호 긴급대책협의회’를 발족했다.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장 회장협의회(회장 서평웅 원촌중학교장)도 모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사학법 개정의 본질은 교원노조로 하여금 학교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책동을 유인하고 그것을 돕는 것”이라며 사학법 개정 반대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국·공·사립의 초·중·고교 교장 모임의 대표 등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 / 오종석·김준엽·강준구 기자 2005-12-24) 

‘사학법 반대광고’ 국공립 교장협에 경고

교육부, 강력대응 검토… 일간지 게재 논란

사학법안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정부와 사학법인·종교계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공립 초·중·고교 교장 단이 사학법 개정안 반대 광고에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장 회장협의회(회장 서평웅 원촌중학 교장)는 지난 23일 한 일간지에 “정부 여당의 사학법 개정은 코드가 맞는 지지세력에 확실한 이념 전파의 거점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의견이 담긴 광고를 게재했다. 협의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대부분 정부정책을 패퇴시킬 정도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누구도 그 힘에 맞설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현실화될 가능성이 설령 낮더라도 아이들의 교육에 관해 아무리 작은 가능성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특히 “사학법 개정을 결코 사학 운영의 문제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며 “우리 교육전체, 나아가 국가사회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 교장들의 이번 행동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회장단에 구두경고하는 한편 공무원복무규정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일선 교장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아니고 회원의 절반인 사학측의 요청으로 광고가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학법 개정의 직접 이해 당사자가 아닌 국·공립 교장협의회 회장단이 사학법 반대 광고에 참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강력 대응의사를 밝혔다.

회장협의회는 국·공·사립의 초·중·고교 교장 모임의 대표 14 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화일보 / 김석 기자 2005-12-24) 

[사설]''사학법'' 시행령으로 보완될 일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개정 사학법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종교계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나고 말았다. 종교계는 거듭된 거부권 행사 요청에도 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은 정치 논리에만 함몰된 채 “시행령 보완만으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결국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개신교 원로 중진 목사들이 “순교 자세로 반대투쟁하겠다”는 성명을 내는 등 종교계의 사학법 반대는 오히려 더욱 강경해지는 분위기이다.

이 가운데 사학법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사립학교 이사장 4명을 청구인으로 해 28일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혀 이 법은 결국 ‘위헌심판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외엔 기댈 데가 없다는 게 이들 사학계의 입장인 것이다. “사학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시행령에서 해소하도록 조치하겠다”는 게 노 대통령의 말이지만, 사학계나 종교계는 하위 법이 모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은 법체계 원칙에 맞지 않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사학 비리는 현행 법의 엄격한 적용만으로도 얼마든지 척결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법에 대한 재의(再議) 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종교계의 요청에 귀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개방이사제 문제, 즉 전교조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끝까지 외면하는 것은 사학법 갈등 해결을 위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오죽하면 사립중고교교장협의회에 이어 국공립학교 교장 단체들까지 개정 사학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겠는가.

정부는 제대로 감당도 못할 ‘강경대응’ 엄포나 놓을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교육현장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한 교육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국회가 이 문제를 더 심도 있게 논의토록 해야 한다.

(세계일보 200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