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된 펭귄을 찾아라” 英 떠들석

“토가(Toga·사진)를 찾아주세요.”

영국이 일주일 전 사라진 생후 3개월의 펭귄 찾기로 떠들썩하다. 경찰과 해군이 나서고, 보상금도 3만달러(약 3000만원)가 걸렸다. 방송들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 깜짝 방문 보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며 이 뉴스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 토가는 키 46㎝, 몸무게 4㎏의 남아공 케이프 펭귄. 세계에 17만 마리, 영국에는 150마리밖에 없는 종이다. 토가는 영국 와이트섬 아마존 월드 동물원에서 처음 태어난 케이프 펭귄인데, 지난 17일 밤 누군가가 훔쳐갔다.

언론의 본격적인 조명을 받은 것은 22일 “토가를 비닐 백에 넣어 포츠머스 항구에 버렸다”는 전화가 방송사에 걸려오면서. “이 추운 밤에 펭귄 한 마리가 항구를 돌아다니더라”는 목격담까지 동물원에 접수되자, 언론은 생방송을 하며 사실 확인에 나섰다.

동기는 불확실하다. 동물 수집가의 광기 어린 도벽에서, 토가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려는 생각에서 나온 소행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아빠·엄마 없이 먹이도 못 먹는 토가를 찾는 영국민들의 마음은 애절하다. 한 소녀는 “토가를 돌려주시면 선물받은 X박스(컴퓨터 게임기)를 드릴게요”라는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 이건호 기자 200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