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억명, 오염된 물 먹고 산다

당국 “7대 水系 오염, 자정능력 넘어서” 자인
개발 지상주의가 빚은 ‘부메랑’… 대책 시급

중국 전역의 주요 하천인 ‘7대 수계(水系)’의 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비교적 수질이 양호했던 광둥(廣東)성의 주강(珠江) 수계와 상하이(上海) 일대 창강(長江·양쯔강) 수계도 최근 수질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중국 정부와 언론이 밝혔다.

중국 수리부 산하 창강수리위원회는 이달 초 ‘창강유역 수자원 공보(公報)’를 통해 지난 한 해 288억t의 오·폐수(汚廢水)가 창강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1999년에 비해 40%가 늘어났고 1980년대 말(150억t)에 비해서는 거의 2배로 증가한 수치다.

정부 고위 지도자들은 “창강에 당장 강력한 종합대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장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창강유역은 19개 성·시(省市)를 영향권 안에 품고 있으며 이 지역에 거주하는 4억여 인구가 중국 GDP의 3분의 1을 생산해내는 곳이다. 이 지역의 거대한 공단, 지방 정부와 기업들의 무책임, 주민들의 박약한 환경의식이 합쳐져 창강 수질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시급히 창강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내에 황하 수준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대 수계 중 가장 수질이 양호한 광둥성의 주강 수계도 급속히 오염되고 있다. 주강 하류 해역(海域)은 작년에 이미 보하이(渤海)만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오염이 심한 해역으로 부상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주강 해역의 바닷물 중 약 95%가 심각하게 오염됐고 나머지 5%도 중급 오염 상태를 나타냈다. 주강 수리위원회의 웨중밍(岳中明)은 “무질서한 경제개발과 함께 오염물질이 대량 배출되면서 수질 오염은 이미 하천의 자정 능력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7대 수계 중 하이하(海河), 랴오하(遼河), 황하(黃河), 화이하(淮河), 쑹화강(松花江)은 이미 지역주민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고 인정하고 있다. 왕수청(王恕誠) 수리부장(장관)은 안전하지 않은 식수를 사용하는 농민이 3억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 수리 전문가 왕웨이뤄(王維洛)는 “중국의 수질 등급 기준이 바뀌어 현재의 1급수와 3급수는 각각 1980년대의 3급수와 5급수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으로 7억~8억명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여시동 기자 200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