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 中? 천만의 말씀!

“공산당은 법에 따라 통치하나, 법을 만들어 통치하나. 과연 중국에 법치(法治)는 존재하는가.”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의 시리즈로 중국의 열악한 사법현실을 보도한 뉴욕타임스가 던진 질문이다. 신문은 “중국 사법제도는 권력을 견제할 독립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 인권의 불모지 = 중국에서 법의 최종 목표는 공산당을 지키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판사들은 당의 지시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 파룬궁(法輪功)과 반체제 인사들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중국 유수의 로펌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힌다.

허난(河南) 성 친옌훙(35) 씨는 1998년 강간살해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3일 동안 천장에 매달려 구타당하며 자백을 강요받았다. 한 관료는 그에게 “지금은 당신만 피해를 보지만 결과가 뒤집히면 20여 명의 간부가 피해를 본다”고 협박했다. 친 씨는 2001년 진짜 살인자가 자수하고 나서야 사형수 감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허베이(河北) 성 스상린(38) 씨는 1994년 아내가 실종됐다고 신고했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검사들이 딴 곳에서 발견된 변시체를 그의 아내라고 주장했기 때문. 그는 아내가 다른 성에서 재가해 사는 사실이 밝혀진 올해 5월에야 출소할 수 있었다.

▽ 불패 검찰 = 지난해 중국에서 진행된 형사재판 77만947건 중 유죄 선고율은 99.7%에 이른다. 고문 받았다고 항소한 사건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전국적으로 4645건.

법에는 신문 시작 24시간 내에 변호인을 만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지난 2년간 수도인 베이징(北京)에서조차 48시간 안에 변호인을 만난 비율은 14.5%에 불과했다.

개인이 판결을 뒤집기는 하늘의 별 따기. 뉴욕타임스는 현장에 남아 있는 신발자국과 동일하다는 유일한 이유로 체포된 아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눈까지 팔겠다고 나선 한 60세 노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노인이 이미 판결이 난 형사사건을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녹아내리는 동토 = 법치의 불모지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라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늘고 경제 발전에 따라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인권에 대한 개인들의 불만과 욕구도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최근 들어 당국도 사법제도를 서서히 바꿔 가고 있다. 또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새 세대 법관들의 힘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난 성 뤄양(洛陽) 법원의 리후이쥐안(32) 사건. 여판사인 리 씨는 2003년 국가법과 충돌하는 지방정부의 법을 무효화했다가 실직됐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법조인들이 중앙정부에 항의하는 바람에 1년 만에 복직됐다.

주성하 기자

▼ “자치운동 탄압위해 고문 공공연히 자행” ▼

“중국에서는 아직도 다양한 형태의 고문과 강제자백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선 의지에 앞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혁입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만프레트 노바크 특별조사관은 11월 20일부터 12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중국 내 고문을 비롯한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 중국이 외국인이나 인권기구의 자국 인권 실태 조사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노바크 조사관은 본보와 한 e메일 인터뷰에서 “티베트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민족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고문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으며, 이 밖에 파룬궁 수련자, 비밀 집회를 열다 적발된 기독교인, 인권 운동가들이 고문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가 만족스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전기고문, 담뱃불 고문,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독방 장기 수용에서부터 신체의 특정 부위에 고통을 가하는 이른바 ‘호랑이 의자’ ‘비행기 거꾸로 타기’ 등 갖은 고문이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바크 조사관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고문 금지와 강제자백 금지 조례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 △중국 정부에 형법의 합리적 개편 △판결 전 용의자 압박 수단인 ‘노동 재교육 수용소’ 폐지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200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