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용두사미’

연내 예산확보·법제화 난항 … 소관부처도 교육부로 이관

역사왜곡·독도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전담기구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이 초기단계서부터 일그러지고 있다. 전담기구 모양새가 애초 정부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다 연내 법제화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은 올초 한중일 역사갈등이 폭발하자 노무현 대통령 특별지시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북아역사재단(역사재단)’을 만들어 역사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일본 등 주변국의 역사왜곡 행위에 직접 외교적 대응방안을 만들어 집행까지 한다는 기획단 취지는 사라졌다.

기획단은 애초 역사재단을 외교부 산하에 두는 것이 역사왜곡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역사재단 설립을 위한 법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교육부를 담당하는 교육위원회로 이관됐으며 재단 역시 교육부 산하 설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6일에야 의원입법으로 대체발의된 상태여서 올해 안에 상임위 등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그 동안 역사왜곡 문제를 담당해 온 고구려연구재단과 통합문제도 미봉책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10월만 하더라도 기획단은 “기존의 고구려연구재단이 중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오는데다 일본을 고려하더라도 동북아 역사전반을 다루는 기구 출범이 불가피하다”며 고구려재단을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고구려연구재단은 ‘고구려연구소’로 확대되고, 역사재단이 더부살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국회 통외통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고구려재단의 확대재편에 머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고구려재단이 현재 교육부 산하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획단은 ‘법률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예산부터 반영할 수는 없다’는 반발에 부딪혀 내년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기획단은 내년도 사업비 254억원, 재단건물 건립 110억원 등 총 43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하지만 바른역사기획단 관계자는 “역사재단에 연구기능을 더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 산하에 두는 게 낫다고 국회에서 판단한 듯하다”며 “역사재단 설립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여전하고 입법내용도 그대로 반영돼 있기 때문에 용두사미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 조숭호 기자 200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