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씨 ‘만화 한국사…’ 완간 “고조선 알려야죠”

“고조선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정말 있기나 했나’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러나 같은 시대 중국의 진나라와 진시황, 한나라는 아주 명백한 역사로 여기는 거예요. 화가 났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 역사에 대해 말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심이 결실을 보았다. 만화가 이현세(李賢世·49·한국만화가협회장) 씨가 그린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녹색지팡이)가 완간됐다.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11월 1권(선사시대와 고조선)을 발간한 이후 10권(일제강점기와 광복)을 마지막으로 작품을 완결했다. 감수는 한국역사연구회에서 맡았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이 씨를 만났다.

“역사란 과거에 현재를 투영해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단편적인 역사 지식보다 전체 흐름을 볼 수 있는 레이아웃을 주고 싶었죠.” 인터뷰 내내 그는 “역사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면서 무엇보다도 ‘작가적 상상력’을 참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인돌을 그려도 좀 멋지게 그리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거든요. 역사적 사실이 중요하죠. 만화적 생략보다 사물을 세부적으로 표현하는 극화체로 그리다 보니 고증에 신경 많이 썼습니다.”

(동아일보 / 김윤종 기자 2005-12-13) 

<인터뷰> '만화 한국사...' 완간 이현세씨

"세계사도 만화로 만들겠다"

"어린이들이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존인물로 잘 알면서 단군, 고조선 이야기를 하면 왜 어리둥절해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선사시대에서 광복시기까지의 우리 역사를 만화로 엮은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녹색지팡이. 전10권)를 완간한 이현세(51)씨가 12일 서울 인사동에서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만화 한국사...'는 이씨의 아동만화로는 80년대 후반 히트작 '아마겟돈' 이후 처음이며 특히 컬러로 된 만화는 79년 만화작가로 데뷔한 이래 첫 작품이다.

이씨는 "침체한 만화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어린이 만화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특히 진시황, 삼국지는 '역사'로 잘 알면서도 고조선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들을 보고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특히 만화로 된 역사물의 경우 어린이들에게 쉽게 우리 역사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의 전체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다는 것.

'만화 한국사...'는 이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답게 이현세 만화의 특징들이 곳곳에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고구려 장수의 갑옷 비늘에서 성벽의 벽돌 한 장 한 장에 이르기까지 생동하는 질감과 중후한 색채, 그리고 대담한 구성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특히 역사적 유물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수시로 한국역사연구회의 감수까지 받을 만큼 철저한 역사적 검증을 거쳤다.

이씨는 "우리 역사를 왕조사보다는 민중사관적 입장에서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며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아이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곳곳에서 더욱 강렬하고도 생동감있는 표현을 하고 싶었으나 아동학습물이라는 한계 때문에 '의지'를 접어야했던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이씨는 "출판사에서는 그림이 다소 과격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칼을 몽둥이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씨는 이날 현재의 만화출판시장에 대한 솔직한 견해도 털어놨다.

이씨는 온라인 만화시장에 대해 "아이디어가 뛰어나 영감을 얻는 부분도 있으나 오프라인 시장처럼 검증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조만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체한 한국 오프라인 만화시장에 대해서도 "대형서점들이 흑백만화, 성인만화는 서점에 진열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오프라인 만화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기"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그러나 "내년 6월쯤 완성될 예정인 온라인 만화 웹진을 현재 협회 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다"며 "인기작가나 신진작가 누구나 연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이 잘 팔릴 것 같으냐'는 질문에 "솔직히 어른들이 봐도 재밌지 않나요"라고 반문한 뒤 "내년 초에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세계사와 관련된 아동학습만화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이준삼 기자 200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