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경제 동북공정"

중국의 역사왜곡은 일본 만큼이나 심각하다. 수년 전 고구려 평양성의 잔해가 있던 자리 바로 옆에 새로 성곽을 쌓고 만리장성의 자락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없는 것까지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있는 것을 감추려는 일본에 비해 역사의 왜곡 정도가 더 심각한지도 모른다.

한반도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이제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 경제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을 보면 그렇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에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50억원이니 그리 많은 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4년 만에 50배가 늘어난 것이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만 12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 북한과 투자장려 및 보호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 자전거 합작공장서 생산을 시작하고, 유리 합작공장을 준공하는 등 북한 경제에 진출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이제 결실을 맺는듯하다.

이에 반해 지난 10년간 대북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우리나라 기업은 57곳 뿐이다. 이 가운데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은 15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의 주축을 이루던 위탁가공거래마저 물류비 증가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에 비하면 우리 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초라한 모습이다.

북한경제에서 중국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게 된 것은 불과 2~3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02년 중국과 북한의 교역규모가 전체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우리나라의 교역비중(22.1%)과 비슷했다.

하지만 2년 만인 2004년 말 중국의 대북교역 비중은 38.9%로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의 비중은 19.6%로 급감했다.

그 동안 정치협상 카드로 쏠쏠한 재미를 봐왔던 일본의 대북교역 비중은 같은 기간동안 12.7%에서 7.1%까지 추락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대북 지원물자까지 합하면 북한의 대중교역 의존도는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경제 제재가 계속되면 북한 경제는 중국에 완전히 편입될 지도 모른다. 공산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중국과 손을 잡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카콜라에서 시장 선점의 효과를 배웠다. 펩시는 2인자에서 벗어나 1위로 올라서는 데 100여 년이 걸렸다. 통일 후 위안화 밭이 된 북한에서 통일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은 공상이다.

중국이 북핵 협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경제의 동북공정’을 펴고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머니투데이 / 이경호 기자 200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