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문화

“한국 사람들은 밤마다 펄펄 끓는 방바닥 위에서 빵처럼 구워지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문을 열어 젖혔다”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스웨덴 기자 아손 크렙스트는 첫날밤을 온돌방에서 보낸 소감을 여행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보다 3년 앞서 조선을 여행했던 독일 지리학자 지그프리트 겐터는 온돌이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매우 우수한 난방방식이라고 평했다. 입식(立式)문화에 익숙한 이방인들에게 온돌은 매우 신기하고 효율적인 난방법이었다.

▦ 한민족의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김치와 온돌이 꼽힌다. 옥스퍼드 사전에 ‘ondol’이란 단어가 등재돼 있을 만큼 그 독창성을 인정 받고 있다.

추운 북쪽 지방인 고구려에서 사용되던 것이 점차 남하해 조선시대 초기 한반도 전역에 전파됐다. 중국 일본 거란 말갈 등 주변 민족 가운데 온돌을 사용하는 민족은 없다. 온돌의 유무가 한반도 문화권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정도다. 8월 러시아 연해주에서 온돌유적이 발견돼 발해의 고구려 계승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 중국 상하이에 온돌이 또 다른 한류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신축중인 아파트의 상당수는 아예 처음부터 한국식 온돌을 설치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이 신바람이 났다.

겨울철 기온이 낮은 화북지역에서는 온돌난방이 아파트 분양의 필수조건이 되다시피 했다. 미국에서도 온돌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화장실의 타일 밑에 가는 전선으로 바닥을 데워 엄마와 아이가 가운을 걸치고 바닥에 앉아있는 광고가 등장했다. ‘미니 온돌’이라는 이름으로 소형 전기담요가 백화점에 판매되고 있다.

▦ 요즘의 온돌은 방고래와 구들장이 필요 없이 온수 파이프가 깔린 개량 온돌이다. 전통온돌의 특징인 아랫목과 윗목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하고도 자랑스런 건축 기술이다. 그러나 우리의 온돌연구와 응용 수준은 제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온돌의 원리를 이용한 ‘온돌마루’라는 걸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프랑스도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국립연구소에서 온돌을 연구하고 있다. 자칫하면 온돌문화의 종주국 자리를 조만간 내어줘야 할지 모른다.

(한국일보 / 이충재 논설위원 2005-12-11) 

“구들문화가 ‘발해는 우리땅’ 입증”

김준봉(47)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오는 17일 베이징공업대학에서 열릴 예정인 제4회 국제온돌학회 학술대회 준비로 한창 바쁘다. 연세대 객원교수로 강의하면서 주말엔 베이징으로 날아와 베이징공업대학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는 그는 ‘구들문화의 전도사’로 자처한다.

온구들은 훈민정음 버금가는 세계 문화유산
‘새마을’ 로 사라진 반명 독일 일본 등 상용화

그가 구들문화에 빠져든 건 1994년 연변 과학기술대학에 방문교수로 와 이 지역 민가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한국 민가의 핵심은 구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민가 조사에 심혈을 기울인 건 일본 건축학자 노무라 다카후미가 쓴 <조선의 민가>를 읽고 나서부터다. “한국에선 ‘새마을운동’으로 이미 자취를 감춘 민가가 연변 등 중국 동북지역엔 아직 남아 있다. 노무라의 연구를 뛰어넘기 위해 발이 닳도록 이 지역 민가들을 답사하고 다녔다.” 김 교수는 최근 이 ‘발품’의 성과를 모아 <중국속 한국 전통 민가>(청홍 펴냄)란 두툼한 조사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2000년 그가 주도해 국제온돌학회를 창립한 건 중국과 몽골 등 온돌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각국 학자들과 온돌문화 비교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북방과 몽골에서도 구들 형태의 난방시설을 찾아볼 수 있지만 대체로 침대 넓이 정도의 ‘쪽구들’이다. 구들 개자리(아궁이 안쪽에 오목하게 판 구덩이로 불이 머물다 가도록 한 곳)와 굴뚝 개자리(온돌과 굴뚝 사이에 오목한 구덩이를 파 온돌의 더운 기운을 좀 더 머물게 하고 반대로 굴뚝 쪽에서 찬 기운이 들어오는 걸 막는 곳) 등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온구들’은 한국 구들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고구려, 발해의 역사 그리고 구들’이란 논문을 통해 최근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옛 발해 성터에서 발굴된 발해 구들의 분석을 통해 발해가 고구려의 구들문화를 이어받았음을 논증할 예정이다.

구들의 역사를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문화적 동질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보는 그는 앞으로 구들문화의 현대화에도 많은 연구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운 공기를 위로 보내고 바닥은 차가운 서양식 라디에이터 난방에 비해, 발쪽이 따뜻하고 머리 쪽 공기가 시원한 구들난방이 훨씬 과학적이다. 그래서 독일과 일본 사람들은 구들의 원리를 응용해 ‘온돌마루’란 걸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다이젠 베이징공업대학 교수가 ‘중국 현대 바닥 난방의 활용 방안’이란 글을 통해 구들문화의 현대적 응용 문제에 대해 발표한다. “구들(온돌)문화는 훈민정음이나 금속활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해온 김 교수는 구들문화 종주국인 한국의 연구와 응용 수준이 아직 높지 않은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

(한겨레신문 / 이상수 특파원 200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