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에 빠진 고구려 천문도

지난달 중순 대전의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국보’ 천문도에 대한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 불리는 이 천문도에 대해 여러 천문학자가 이모저모를 발표하는 가운데, 필자는 그 천문계산을 담당했던 천문학자 유방택(1320∼1402)의 일생을 소개했다.

이 천문도는 1395년(태조 4년)에 가로 1m, 세로 2m의 돌판에 1467개의 별을 그려 넣은 한국 과학사의 귀중한 유물이다. 중국에 거의 비슷한 규모에 우리 것보다 100여 년 더 오래된 천문도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만한 규모에 그렇게 오래된 천문도는 더 없고 보니 우리 천문도는 세계적인 보물이라 할 만하다.

1985년 국보 제228호로 지정된 이 천문도에는 제작자 3명과 보조자 9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도 특이한 일이다. 대개 옛 우리 문화재에는 제작자 이름이 없는데, 이 천문도에는 그 이름이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으니 말이다. 이 천문도에 글을 쓴 당대의 대학자 권근, 천문 계산을 담당한 천문학자 유방택, 그리고 글씨를 쓴 서예가 설경수 등 3명이 앞에 써 있고, 그 뒤에는 조선시대 천문을 담당했던 서운관 직원으로 9명의 이름도 등장한다.

태조 이성계는 나라를 새로 시작한 조선의 첫 임금으로 자신이 천명을 받았다고 자랑하기 위해 천문도를 필요로 했다. 그런데 천문도에 딸린 설명문을 보면, 원래 고구려 때의 돌에 새겼던 천문도가 전란 중에 대동강 물에 빠졌는데, 그 탁본을 보관했던 사람이 태조에게 그것을 주었고, 거기에 새 천문계산으로 수정해 만든 것이 이 천문도라 한다.

그래서일까. 1998년 처음 확인된 일본의 ‘기토라 고분’ 천장에 그려진 천문도는 규모는 작지만 바로 우리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닮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 옛 무덤 천장의 별자리 그림이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모두 원래는 고구려 천문도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북한에 협조를 요청해 대동강 물속을 뒤져 보는 것은 어떨까. 거기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찾아서.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과학사

(동아일보 200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