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 '왕따'당해 굶어 죽을 위기

폭설 후 4일 간 굶어..지자체 손 놔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전남 해남과 영암을 찾은 철새가 굶어 죽을 지경에 놓였다.

AI로 철새 이동이 반갑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먹이주기 행사 등을 자제하면서 기록적인 폭설 속에 철새가 먹잇감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큰 혼란에 빠져있다.

조류보호협회 전남지회와 해남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달 초부터 해남 고천암과 영암호 등을 찾은 세계 보호종인 가창오리 30만 마리와 천연기념물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가 지난 4일부터 이틀 간 내린 폭설로 4일째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 상태에 있다고 8일 밝혔다.

특히 국내 최대 철새 서식지 중 하나인 고천암호에는 폭설이 내린 후 주변이 눈밭으로 변하면서 철새들이 모두 떠나버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상태다.

국회환경포럼자문위원인 변남주(교사) 씨는 "가창오리의 경우 낮에는 물 위에 떠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밤에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는데 얼마나 배가 고픈 지 낮에 간척지 위 상공을 선회하며 먹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현재도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어 이대로 방치될 경우 굶어 죽은 철새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때 진객(?)으로 대접받던 철새가 하루 아침에 먹이도 먹지 못하는 왕따 신세로 전락해 굶주린 비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AI 때문에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탐조대를 설치하는 등 철새를 이용한 관광객 끌어 당기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자치단체도 철새들의 굶주림에 두 손을 놓고 있다.

해남과 영암군은 굶주린 철새들의 이상징후를 알면서도 농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철새 구하기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태.

해남군 관계자는 "눈이 들판에 쌓여 철새들이 먹이를 먹지 못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먹이주기 행사도 어려운 실정에 있어 솔직히 날이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조근영 기자 2005-12-8)

“1만원씩 모아 생태계 지켰죠”…완산칠봉모임,습지 매입

시민들만의 힘으로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내셔널 트러스트운동(National Trust·자연신탁국민운동) ’이 전북도내 최초로 결실을 맺게됐다.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임(이하 완사모·회장 김정철)’은 7일 전주시 효자동1가 78번지 완산칠봉 주변습지 1540㎡(470평)에 대한 부지매입비용 1000만원을 완납함으로써 지난 2002년 9월부터 추진해온 내셔널트러스터운동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시민 자발적으로 모금, 기부, 증여 등을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확보, 영구보존하자는 이 운동은 무등산, 태백산 등에서 벌어졌지만 도내에서는 처음이다.

완사모는 도심허파인 완산칠봉이 1일 2000명이상 등산객이 몰려들면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0여명의 완사모회원들과 완산칠봉등산객, 종교단체회원 등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여온 가운데 1구좌당 1만원씩 부지매입비용을 모금해왔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행정 등의 도움없이 순수한 시민의지로 추진하다보니 부지비용을 마련하지 못한채 3년여째 터덕거려왔다.

1000여만원에 불과한 부지비용이지만 일반 시민들이 이유없이 부담할리 만무했고, 일부에서는 돈을 모금하는 데 따른 곱지않은 시선까지 보내 수차례 중단위기도 맞았다.

실제로 칠성사, 효자동성당, 용머리성당 등에서 수십여차례 모금운동을 벌여온 이들은 이익집단이나 특정인 지지세역으로 몰려 여러번 쫓겨나기도 했다.

완사모는 이에 굴하기 않고 지속적인 모금활동을 벌여온 가운데 시민들이 적게는 1주에서 많게는 20주(20만원)까지 낸 비용으로 완산칠봉 주변습지를 품에안게 됐다.

길거리 모금에서 종교시설을 찾아가는 정열적인 모금운동을 펼쳐오면서 고사리손에서 팔순노인까지 동참한 것이 커다른 열매를 맺게된 셈.

특히 이들의 순수함은 부지소유주의 심금까지 울렸다. 소유주인 ‘전주최씨 대호군파 최귀공종중’이 부지매입비 2500만원을 1000만원으로 깎아줬다.

완사모는 이에 보답하듯 시민들의 순수한 힘으로 매입한 완산칠봉 주변습지에 생태자연학습장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환경교육장으로 활용토록 해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22만8000여평에 달하는 완산칠봉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사유지매입운동에 재차 들어가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김정철 회장은 “시민들의 순수의지로 지역자연환경을 보존하게 됐다는 데 의미있다”며 “시민재산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사모가 매입한 습지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 2급인 고려집게벌레 등 각종 곤충과 조류, 포유류, 식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

(전북일보 / 구대식 기자 2005-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