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한, 강릉 단오제가 달래다

삼국시대 이래로 1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민속축제인 ‘강릉 단오제(端午祭, 중요무형문화재 13호)’가 2005년 11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류무형유산 심사에서 인류 구전(口傳) 및 무형유산으로 선정되었다.

64개의 등재신청 유산 중에서 43개가 선정된 이번 심사에는 18명의 심사의원이 참여했는데 그 중에는 중국측 심사의원도 1명 있었고 2001년 1차 선정에서 종묘제례악이, 2003년 2차에서는 판소리가 선정되어 한국이 3회 연속 선정되는 것에 대해 심사의원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정은 여러 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작년 고구려유적이 중국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고구려인을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해석하던 중국이 단오절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이라고 공동 등재를 주장하며 우리나라의 단독등재를 저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강릉단오제가 고구려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비록 중국에서 전래되었다하더라도 독창적으로 재창조된 문화와 변형된 계승형태에 대하여 유네스코가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도 앞으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이 그 기원과 발생에 관계없이 독창성과 계승의 창조성 등으로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단오의 성이 ‘중(中)’에서 ‘한(韓)’으로 바뀌었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한국의 전통문화계승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또 설, 추석, 한식, 중양절 등도 한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화상왕(華商網)은 “한중 단오전쟁-한국의 승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단오절에 대한 중국의 인터넷 도메인을 선점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한 반면 중국은 뒤늦은 대응으로 단오절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 계승과 정부가 주도가 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높게 평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의 단오가 쫑즈(갈대잎으로 싼 삼각 모양의 찹쌀 밥)먹기와 용선 대회로 단조로운 반면 강릉 단오제는 가면극, 단오굿, 씨름, 그네타기, 윷놀이, 풍어제 등 다양하고 풍성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 3차 선정에서 신강위구르의 목가모(木卡姆)와 내몽고의 장조민가(몽골과 공동 등재)가 무형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세계문화유산이 총 35개(문화유산27개, 자연유산 4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4개)로 늘었다.
중국은 ‘문화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경쟁에서 한국에 단오절을 빼앗긴 것을 거울삼아 민족문화의 전통보호와 계승발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산시(陝西)성 민속학회 자오위공(趙宇共) 부회장은 중국도 단오절에 대한 전통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 다시 세계무형유산에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에게 설, 추석, 한식 등의 전통절기를 단오절처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민속학 보전과 발전 계획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하였다.

(오마이뉴스 / 김대오 기자 200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