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검>이 설파하는 검의 철학

 
▲ 하동 수중 결투 장면
ⓒ2005 태원엔터테인먼트
김영준 감독의 2005년작 <무영검>은 발해 왕조의 대통을 이을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이 적지인 거란을 탈출해 왕 위에 오르기까지 겪는 험난한 여정을 담은 영화이며, 그를 죽이는 것이 목적인 척살단의 무사들과 그들로부터 그를 지키는 것이 목적인 발해 무사 연소하(윤소이 분)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미국 굴지의 배급사인 뉴라인시네마가 비영어권 국가에 투자한 최초의 영화이자 전 세계 배급까지 기꺼이 떠맡은 영화라는 점, 2000년작 <비천무>를 통해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던 김영준 감독이 재차 도전한 무협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7일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 <무영검>은 오락영화로서 빼어난 완성도와 장르영화로서 높은 기술적 성취도를 보여주었다.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합을 겨루는 무사들의 결투 장면은 빠르고 박력이 넘치며, 결투 장면과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에 사용된 와이어액션은 유려한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촬영기법과 컴퓨터그래픽이 돋보이는 하동에서의 수중 결투 장면은 비록 새로운 비주얼의 창조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서스펜스와 관능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순간을 여러 차례 만들어낸다.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등장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그들이 빚어내는 대결 구도 또한 영화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무영검>의 이야기 구조는 단조로우며 주요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 역시 팽팽하긴 하지만 시종일관 변화가 없어 심심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끝까지 볼 만한 영화로 남는 것은 현란한 결투 장면들 사이에 배치된 장면들이 뿜어내는 흡인력에 있다.

만약 이 장면들이 인물들의 감정선을 유지하는 데 소홀히 했거나, 그들이 절실하게 욕망하는 것들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더라면 이 영화는 뛰어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고 공허한 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 척살단으로부터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2005 태원엔터테인먼트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무사들간의 불꽃튀는 결투가 러닝 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순간은 피와 살이 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장면에 있지 않다. 그 매혹의 순간은 대정현이 연소하와 함께 월락가를 떠나 하동으로 가는 여정에 숨어 있다.

여각에서 밤을 보내게 된 대정현과 연소하. 대정현은 한사코 방 밖에서 밤을 보내겠다는 연소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침상 위에 눕는다. 카메라는 검을 손에 비껴들고 벽을 등진 채 선잠을 자는 연소하를 비추고, 이어 그녀의 왼편으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방으로 시선을 옮겨 침상 위에 누워 있는 대정현을 비춘다.

불안한 얼굴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대정현. 그의 시선이 연소하가 있는 출입구 쪽을 향하면, 카메라는 이내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을 좇는다. 거기에는 연소하의 그림자가 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그림자. 그것을 응시하는 대정현의 표정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가 그림자를 통해 본 것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을 지켜줄 것만 같은 그녀의 굳은 마음이다. (자연스럽게) 대정현은 이내 잠에 빠진다.

이 장면은 연소하를 반신반의하던 대정현의 마음이 믿음 쪽으로 기울게 되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관객들은 마음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정교하게 연출된 이 아름다운 장면을 통해 대정현이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냉소적으로만 보이던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지를 느끼게 되며,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라고 빈정대던 그를 비로소 이해하고 연민하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의 후반부에 배치된 천애곡 천막 장면과 짝을 이룬다. 클라이맥스인 최후의 결투 장면에 앞서서 등장하는 천애곡 천막 장면은 이 장면과 유사하게 구성돼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여각의 방이 천막으로 바뀌었다는 점, 침상 위에 누운 사람과 그 사람을 지키는 그림자의 주인공이 서로 위치를 바꾸었다는 점 등이다.

김영준 감독은 천애곡 천막 장면에서 관객들이 앞서 등장했던 이 장면을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되리라는 점을 예측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의 의도대로 천애곡 천막 장면을 통해 냉소적이던 대정현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으로 변모했는지, 그가 얼마나 심지가 굳은 사람으로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게 되며, 그가 향후 진행될 이야기 속에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보호를 받는 입장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 거란 군과의 공성전에 나선 대정현
ⓒ2005 태원엔터테인먼트
무협영화로서 <무영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주인공들이 검을 쓰게 되는 이유가 여타 무협영화의 그것과 차별성을 띤다는 점에 있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무협영화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살상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의명분을 위해(<영웅>), 악을 멸하기 위해(<황비홍>),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동방불패>), 복수를 위해(<도>) '검'을 든다.

반면, <무영검>의 주인공인 대정현과 연소하가 들게 되는 검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드는 공세의 검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드는 수세의 검이다. 한 사람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오로지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클라이맥스에서 연소하가 군화평(신현준 분)에게 내뱉는 말 그대로 그들의 검은 다른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 혹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검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전반부 일대 격전을 치른 연소하가 죽은 자를 달래기 위해 향을 피우는 장면이나 그 모습을 본 대정현이 그녀에게 원한과 증오가 악귀가 되어 검에 붙어산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 숙명의 적들에게마저 예의를 갖추는 연소하의 면면은 무협영화로서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미리 관객들에게 귀띔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별성 덕분인지 대정현과 연소하는 민족이나 국가, 대의명분, 명예욕 등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영웅상이나 구태의연한 '성 역할'에 갇힌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영호충처럼 '강호'를 떠나 도인처럼 사는 길을 택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다만 그들을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로 그리고 있다.

군화평의 칼에 등을 베인 뒤 "괜찮으십니까"라는 연소하의 말에 괜찮지 않다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정현의 모습이나 현대의 '보디가드'들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며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연소하의 모습이 신선해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영준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악수'를 두고 말았다.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 훼손된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는다는 명분 아래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거란 군과의 공성전을 개시하는 대정현의 비장한 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진부한 결말일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관객들에게 애써 설파했던 '검의 철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점에서 허무하기까지 하다. 만약 이 장면을 넣지 않았더라면 <무영검>은 보다 '쿨'한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 서석원 기자 2005-11-19)

[영화리뷰] ‘무영검’

- 화려한 액션으로도 가뤄지지 않는 내러티브 -

서기 927년 발해는 거란의 침입으로 위기를 맞는다. 피신을 떠난 세자마저 거란이 보낸 자객한테 암살당하자 조정대신들은 중원에 숨어 살고 있는 대정현(이서진)을 왕으로 내세우기로 한다. 그를 찾기 위해 발해 최고의 여무사 연소하(윤소이)가 출발하고, 이를 눈치 챈 척살단주 군화평(신현준)과 그의 심복 매영옥(이기용)이 뒤를 쫓는다.

‘무영검(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영준)’은 최근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진지하다. ‘멸망하는 왕조의 마지막 희망을 안은 왕자’라는 서사 내러티브는 이야기꺼리로 충분히 씹을 만하다. 탱고와 접목시킨 듯한 검무 또한 시각적 쾌락으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배우들조차도 웃지 않고 온갖 인상을 쓰고 있는데 관객들은 몇몇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도 유머에서 파생한 박장대소가 아니라, 어안이 없는 실소가 흐른다. 감독이 의도한 바는 틀림없이 스크린으로 투영됐는데, 관객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무협 액션의 화려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비천무’로 요란한 신고식을 치렀던 김영준 감독은 두 번째 무협에서 ‘업그레이드’를 시도했고,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와이어 액션은 ‘와호장룡’ ‘영웅’ ‘인연’으로 대변되는 중국 무협영화를 능가한다. 특히 윤소이와 이기영의 부드럽고 날렵하게 원을 그리는 듯한 우아한 액션은 비주얼의 원형을 깨뜨릴 정도로 아찔한 묘미를 만들어낸다. 자줏빛 천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뱉어내는 대결은 생각의 여유조차 빼앗아 버린다.

새처럼 지붕을 날아다니고, 물 속에서 유영대결을 펼치고, 검기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액션의 질감은 더할 나위없는 즐거움이다. 김 감독은 ‘비천무’에서 함께 작업했던 마옥성 무술감독을 영입, 정통적인 무협 액션을 깨뜨려 미학적으로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문제는 역시 ‘이야기’다. 외장(액션)은 껌뻑 죽을 정도로 화려하지만 ‘왜’라는 의문에는 전혀 개연성을 달지 못한다. 왕자로서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고뇌가 전혀 없던 대정현이 국경 마을에서 촌인들이 핍박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존재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거둔다. 설득력을 갖기에 불충분하다. 곁가지로 등장하는 군화평의 원한과 연소하와의 인연도 진정한 개연성이 삭제된 상태에서 혼란만을 가중시킨다.

자연스러운 느낌보다 캐릭터의 비장감을 억지로 끌어올려다보니 감정선이 거칠어진 부분은 무협의 성취로도 결코 가뤄지지 않는다. 악인으로 등장하는 군화평과 선의 정화로 등장하는 대정현의 이분법적 대결은 너무나 평범해 자칫 지루한 감마저 든다. 18일 개봉.  

(경향신문 / 장원수 기자 2005-11-19)

윤소이, '무영검'서 고난이도 무술연기 완벽 소화

매서운 눈빛-그녀의 칼날에 바람도 숨죽였다

참 운(?)이 좋은 배우다.

또래 연기자들 중에 윤소이처럼 화려한 경험을 해본 이는 드물다. 특히 액션이라는 장르에선 그녀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스크린 데뷔작인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무술 고수로 나오더니, 18일 개봉된 '무영검'(감독 김영준,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선 여전사로 나왔다. 한국 무협영화의 새 장을 연 '무영검'에서 윤소이가 맡은 역은 발해의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을 지키는 여전사 연소하. 수십여명을 단 칼에 물리칠 수 있지만, 대정현을 향한 마음만큼은 표현도 제대로 못한다. 강한 듯 부드러운 캐릭터. 매력만점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는데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액션신이 줄을 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참 욕심이 나더라구요."

고난이도 무술연기 완벽 소화

1년7개월 전사 연소하로 살아

中 오지서 일주일간 대결신 촬영

중학교 때 중거리(400m, 800m) 학교 대표선수로 뛰었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 때 강도 높은 액션 훈련을 거쳤으니 기본기는 탄탄한 셈. 그러나 '무영검'에서 그녀에게 요구된 무술 연기는 남자배우라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중국에서의 촬영 기간만 7개월여. 무술 훈련 등을 포함하면 1년 7개월여의 시간을 여전사 연소하로 살았다. 고생담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2박 3일이 짧다.

화살이 스쳐지나가면서 입술 부위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서울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극중 연소하를 암살하려는 매영옥(이기용)과의 대결신은 중국 오지에서 일주일간 찍은 것이다.

새벽 별을 보면서 일어나 달이 뜰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가검이 아니라 진짜 칼을 휘두르다 보니, 부상 위험은 기본. 그 무게 때문에 맛이 확확 갔다.

결과는 대박.

윤소이는 신기에 가까운 무술로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 동시에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보통 무협영화가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면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생뚱맞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윤소이는 눈빛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해냈다.

그녀가 울 때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 영화의 세계 배급을 맡은 미국 뉴라인시네마의 로버트 램리 부사장도 윤소이를 두고 "순수한 눈망울로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님이 일관된 캐릭터를 유지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어요. 이 영화는 연소하의 마음을 그린 영화라고 강조하셨죠."

이제 겨우 만 스무 살.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운 윤소이의 후속작은 내년 3월 방송 예정인 KBS 2TV 드라마 '굿바이 솔로'다.

(스포츠조선 / 전상희 기자 2005-11-20)

무영검 주인공 이서진

뭇 여성 시청자들을 ‘다모 폐인’으로 TV앞에 쓰러지게 했던 이서진(32)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다모’(2003년)에 이은 인기 드라마 ‘불새’(2004년)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그는 경쾌해 보였다. 가벼운 청재킷 차림으로 나타나 “국산 무협에 대한 편견을 많이 걱정하며 영화를 찍었는데, 시사회 반응이 좋아 기쁘다.”며 운을 뗐다.

그의 새 영화는 김영준 감독의 무협액션 ‘무영검’(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반지의 제왕’을 만든 할리우드 간판제작사(뉴라인시네마)로부터 제작 전단계에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였던 작품이다. 926년 멸망 위기의 발해를 재건하는 마지막 왕자와 그를 목숨걸고 지키는 여자 무사 연소하(윤소이)의 이야기가 기둥줄거리. 그는 정쟁을 피해 14년간 신분을 숨긴 채 중원을 떠돈 비운의 왕자 대정현 역할이다.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고 구석에 틀어박히는 A형”이라며, 배우답지 않은 낯가림을 하는 그와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 한국무협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무영검’은 과장없이 깔끔한 무술 시퀀스,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등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 시사회 다음날 새벽에 정태원(제작사)대표가 흥분해서 전화를 했다.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고. 함께 작업하면서 그렇게 이른 시간에 날 깨운 건 처음이었다.(웃음)

▶ 비운의 왕자인데도 막상 스크린에 구현된 캐릭터에는 ‘껄렁껄렁’해서 제멋대로인 구석이 많다. 경직된 드라마를 이완시키는 유일한 극중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힘들지 않았나.

- 제대로 봤다. 연모의 마음을 숨기고 대정현을 보위하는 연소하, 대정현을 암살하려는 변절한 발해 장군 군화평(신현준), 연소하를 향한 질투심에 불타는 거란 여검객 매영옥(이기용)은 끝까지 일관된 감정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대정현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감정을 달리해야 했고, 그 수위조절이 무척 어려웠다. 감독과 가장 많이 논의했던 부분이 그 점이었다.

▶ 감정의 굴곡이 심해서인지 대정현의 캐릭터가 겉돈다는 느낌도 있다. 대사 톤, 헤어스타일 등도 혼자 튄다.

- 그런 지적이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미천한 도망자 신분에서 왕에까지 이르는 캐릭터인데, 그 변화를 표현할 방법이 달리 뭐가 있을까. 팔짱을 자주 끼거나 하는 잔동작들이 불안한 대정현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나로서는 드는데….(몇몇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공들여 반박할 정도로 영화에 애정을 보였다.)

▶ 젊은 배우들이 사극을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다모’의 인기를 프리미엄으로 가져가려는 선입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고.

- 내 이미지가 뭣보다 사극에 잘 맞는다고 자평한다. 힘들어서 피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사극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도 많지 않다.

‘다모’와 연결지어서들 바라보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영화 초반의 건들건들 풀어진 모습들을 통해 오히려 이전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겠다는 게 감독이나 나의 노림수였다.

▶ 대역을 거의 쓰지 않은 액션이 영화의 스케일을 살려냈다.

- 촬영 전에는 하루 3시간씩 석달을 무술연습에 매달렸다. 중국 현지촬영 때는 마옥성 무술감독(‘황비홍’‘동방불패’등 무협대작 액션 지도)에게 더 지독한 훈련을 받았다. 매일 몸푸는 데만 한 시간씩 걸렸으니까. 다리쪽엔 흉터가 많이 생겼다.

▶ 다음 작품은 TV드라마인가, 영화인가.

- 워낙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TV쪽은 앞으로 출연요청이 별로 없을 것같다. (웃음) 다음 영화는 열심히 고르고 있다. 주위 얘기를 잘 안 듣는 까다로운 구석이 있어선지 결정이 쉽질 않다. ‘찐한’ 멜로도 잘 할 것같고. 아무튼 새로운 그 무엇을 나도 기다린다.

글 황수정기자, 사진 강성남기자

(서울신문 2005-11-19)